선남선녀와 데이미언 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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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남선녀(善男善女)는
젊은 남자와 젊은 여자를 귀하고 좋게 여기는 뜻으로 남녀를 아울러 이르는 말인데 요즘은 쓰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런데 대체할 단어가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다.
데이미언 허스트 전시회에서 가장 놀란 점은 선남선녀가 많다는 거였다.
하이힐에 미니스커트, 우아한 원피스를 입은 예쁜 아가씨들, 함께 온 멋진 청년들.
눈이 번쩍 뜨이며 기분이 좋아졌다.
아, 요즘은 강남이나 명동이 아니라 전시장에 와야 아름다운 청춘들을 만날 수 있구나.
허스트의 작품은 기괴함으로 가득 차 있다.
말의 머리는 썩어가는 중이고 상어 사체는 통째로 포름알데히드에 담겨 있다.
벽면을 가득 채운 거대한 약장에는 형형색색의 알약이 즐비하고,
주사기, 장갑, 메스 등 병원의 수술실과 처치실을 옮겨 놓았다.
허스트는 과거 종교가 누렸던 권위를 현대에는 의학과 자본이 대체한다고 여겼다.
죽음을 박제하여 엄청난 돈을 버는,
현대 미술의 악동이자 거장으로 불리는 그를 세계적인 스타로 만든 작품이
바로 4미터가 넘는 거대한 상어를 넣은 <살아 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이다.
18세기 인간의 실제 두개골을 백금으로 본뜨고, 그 표면에 8,601개의 다이아몬드를 촘촘히 박아 넣은
<신의 사랑을 위하여>는 제작비만 수백억 원으로 알려져 있는데 약 1,000억 원에 거래되었다.
그러나 내 눈길을 끈 작품은 그 유명한 상어와 해골이 아니라 나비였다.
멀리서 보면 붉은 유광 페인트를 칠한 거대한 캔버스 같지만,
가까이 다가서서 보면 수천, 수만 마리의 진짜 나비 날개가 정교한 대칭을 이루며 빈틈없이 붙어 있다.
허스트와 그의 조수들이 붓 대신 핀셋을 들고 고도의 집중력으로 날개를 하나씩 고정해 만든,
엄청난 시간과 집착이 깃든 결과물이라고 한다.
끔찍한 상어 사체보다 연약하고 아름다운 나비의 날개들이 한데 모여 이루어 낸
거대한 우주 같은 문양을 보며 삶과 죽음의 순리를 더 담담하고 깊이 있게 묵상할 수 있었다.
선남선녀들은 무엇을 보았을까?
무엇이 그들의 발길을 죽은 상어와 인간의 해골과 의료기기와 약장과 수많은 나비의 사체가 있는,
입장하기 위해 30분 이상 줄 서서 기다려야 하는 전시장으로 이끌었을까?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크고 각자도생해야 하는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무엇이 감동으로 다가왔을까?
아름다운 청춘에게서 안타까움을 읽었다면 노파심(老婆心)이라고 흉볼지도 모른다.
삼성전자 근로자가 6억의 성과급을 받게 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열심히 일했으니 많은 성과급을 받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논란이 지속된다.
당장의 성과급보다 초격차를 유지하도록 설비를 증설하고, 천재를 영입하고, 무역 장벽을 넘어서야 한다는 당위성과
상대적인 박탈감 때문인지도 모른다.
2024년 전공의들이 파업하면서 의료 대란이 일어났다.
전공의의 근무 시간은 법정 제한을 크게 웃도는 주당 80~100시간이었다.
삼성전자 근로자는 주당 40시간을 일하고,
평일 밤이나 주말에 규정된 시간 이상 일하면 시급의 1.5배, 심야 근무는 2배,
휴일 근무는 8시간까지는 1.5배, 그 이상은 2배를 받는다.
전공의들은? 아무것도 없다.
전공의들 역시 우리의 젊은이들인데 국가가 제도적으로 그들을 착취한 셈이다.
나중에 의사 되면 돈 많이 벌 거니까 참아라?는 논리는 맞지 않는다.
지금은 사회 곳곳에 억대 연봉자가 수두룩하다.
임금 근로자 100명 중 6.4명꼴로 총급여가 1억 원을 상회한다.
의사가 되려면 의대 6년 인턴 1년 전공의 4년 군대 3년 총 14년이 걸린다.
장병은 18개월로 복무기간이 줄었는데 군의관과 공보의는 여전히 36개월이다.
참다못해 전공의들이 파업한 것이다.
의사가 되고 싶은 청소년의 꿈이 꺾일지도 모른다.
로봇 의사도 좋겠으나 따뜻한 몸을 가진 사람 의사가 더 낫지 않겠는가.
초격차를 유지하는 회사만이 살아남는다.
초격차란 2위와의 격차를 크게 벌려 아예 추격이 불가능하도록 만든다는 뜻이다.
초격차를 이루는 건 소수의 천재다.
딥시크를 개발한 사람은 30대의 뤄푸리다.
뤄푸리 같은 인재를 발굴하고 키우는 일이 몹시 중요하다는 의미다.
근로자가 성과급을 많이 받으면 안 된다는 말이 아니다.
무엇보다 자본은 냉혹하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빛의 속도로 진화하는 지금 경영진들이 근로자를 파업할 줄 모르는 로봇으로 대체하려고 할지도 모른다.
‘비우지 못해 당하는 소멸’을 두려워해야 하지 않을까?
아름다운 선남선녀에게 너희도 장차 일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어야 하지 않을까?
노벨문학상을 받은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시 <큰 수>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그 어느 때도 충분하지 않았다, 지금은 더욱, 버리면서 고른다,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렇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해야 할지 선택하는 일은 몹시 어렵다.
젊은 남자와 젊은 여자를 귀하고 좋게 여기는 뜻으로 남녀를 아울러 이르는 말인데 요즘은 쓰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런데 대체할 단어가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다.
데이미언 허스트 전시회에서 가장 놀란 점은 선남선녀가 많다는 거였다.
하이힐에 미니스커트, 우아한 원피스를 입은 예쁜 아가씨들, 함께 온 멋진 청년들.
눈이 번쩍 뜨이며 기분이 좋아졌다.
아, 요즘은 강남이나 명동이 아니라 전시장에 와야 아름다운 청춘들을 만날 수 있구나.
허스트의 작품은 기괴함으로 가득 차 있다.
말의 머리는 썩어가는 중이고 상어 사체는 통째로 포름알데히드에 담겨 있다.
벽면을 가득 채운 거대한 약장에는 형형색색의 알약이 즐비하고,
주사기, 장갑, 메스 등 병원의 수술실과 처치실을 옮겨 놓았다.
허스트는 과거 종교가 누렸던 권위를 현대에는 의학과 자본이 대체한다고 여겼다.
죽음을 박제하여 엄청난 돈을 버는,
현대 미술의 악동이자 거장으로 불리는 그를 세계적인 스타로 만든 작품이
바로 4미터가 넘는 거대한 상어를 넣은 <살아 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이다.
18세기 인간의 실제 두개골을 백금으로 본뜨고, 그 표면에 8,601개의 다이아몬드를 촘촘히 박아 넣은
<신의 사랑을 위하여>는 제작비만 수백억 원으로 알려져 있는데 약 1,000억 원에 거래되었다.
그러나 내 눈길을 끈 작품은 그 유명한 상어와 해골이 아니라 나비였다.
멀리서 보면 붉은 유광 페인트를 칠한 거대한 캔버스 같지만,
가까이 다가서서 보면 수천, 수만 마리의 진짜 나비 날개가 정교한 대칭을 이루며 빈틈없이 붙어 있다.
허스트와 그의 조수들이 붓 대신 핀셋을 들고 고도의 집중력으로 날개를 하나씩 고정해 만든,
엄청난 시간과 집착이 깃든 결과물이라고 한다.
끔찍한 상어 사체보다 연약하고 아름다운 나비의 날개들이 한데 모여 이루어 낸
거대한 우주 같은 문양을 보며 삶과 죽음의 순리를 더 담담하고 깊이 있게 묵상할 수 있었다.
선남선녀들은 무엇을 보았을까?
무엇이 그들의 발길을 죽은 상어와 인간의 해골과 의료기기와 약장과 수많은 나비의 사체가 있는,
입장하기 위해 30분 이상 줄 서서 기다려야 하는 전시장으로 이끌었을까?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크고 각자도생해야 하는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무엇이 감동으로 다가왔을까?
아름다운 청춘에게서 안타까움을 읽었다면 노파심(老婆心)이라고 흉볼지도 모른다.
삼성전자 근로자가 6억의 성과급을 받게 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열심히 일했으니 많은 성과급을 받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논란이 지속된다.
당장의 성과급보다 초격차를 유지하도록 설비를 증설하고, 천재를 영입하고, 무역 장벽을 넘어서야 한다는 당위성과
상대적인 박탈감 때문인지도 모른다.
2024년 전공의들이 파업하면서 의료 대란이 일어났다.
전공의의 근무 시간은 법정 제한을 크게 웃도는 주당 80~100시간이었다.
삼성전자 근로자는 주당 40시간을 일하고,
평일 밤이나 주말에 규정된 시간 이상 일하면 시급의 1.5배, 심야 근무는 2배,
휴일 근무는 8시간까지는 1.5배, 그 이상은 2배를 받는다.
전공의들은? 아무것도 없다.
전공의들 역시 우리의 젊은이들인데 국가가 제도적으로 그들을 착취한 셈이다.
나중에 의사 되면 돈 많이 벌 거니까 참아라?는 논리는 맞지 않는다.
지금은 사회 곳곳에 억대 연봉자가 수두룩하다.
임금 근로자 100명 중 6.4명꼴로 총급여가 1억 원을 상회한다.
의사가 되려면 의대 6년 인턴 1년 전공의 4년 군대 3년 총 14년이 걸린다.
장병은 18개월로 복무기간이 줄었는데 군의관과 공보의는 여전히 36개월이다.
참다못해 전공의들이 파업한 것이다.
의사가 되고 싶은 청소년의 꿈이 꺾일지도 모른다.
로봇 의사도 좋겠으나 따뜻한 몸을 가진 사람 의사가 더 낫지 않겠는가.
초격차를 유지하는 회사만이 살아남는다.
초격차란 2위와의 격차를 크게 벌려 아예 추격이 불가능하도록 만든다는 뜻이다.
초격차를 이루는 건 소수의 천재다.
딥시크를 개발한 사람은 30대의 뤄푸리다.
뤄푸리 같은 인재를 발굴하고 키우는 일이 몹시 중요하다는 의미다.
근로자가 성과급을 많이 받으면 안 된다는 말이 아니다.
무엇보다 자본은 냉혹하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빛의 속도로 진화하는 지금 경영진들이 근로자를 파업할 줄 모르는 로봇으로 대체하려고 할지도 모른다.
‘비우지 못해 당하는 소멸’을 두려워해야 하지 않을까?
아름다운 선남선녀에게 너희도 장차 일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어야 하지 않을까?
노벨문학상을 받은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시 <큰 수>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그 어느 때도 충분하지 않았다, 지금은 더욱, 버리면서 고른다,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렇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해야 할지 선택하는 일은 몹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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