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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봉투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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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현신
댓글 0건 조회 33회 작성일 26-04-26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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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에 다녀오던 길이었다. 주민 센터를 지나쳐서 걷고 있는데 확성기를 들고 소리치는 남자가 있었다.
그는 종량제 봉투를 나눠 주고 있으니 편의점 앞에 모이라고 했다.
독거노인이나 몸이 불편한 사람에게 배포해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해서 가가호호 방문할 수 없다는 말과 함께
신분증을 가지고 오라는 말도 덧붙였다. 순간 진심으로 행복했다. 생중계되는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일하는 모습을 보았다.
대통령이 민생을 세심하게 살피니 주민 센터에서 이렇게까지 하는구나.
가슴이 뭉클했다.
미국 이란 전쟁 때문에 기름값이 오르고, 나프타가 들어오지 않아 주사기부터 쓰레기봉투까지
생산 차질이 빚어진다는 뉴스가 매일 나오고 있었다.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사재기한다는 뉴스에 지자체장들이 나와서 물량이 충분하니 안심하라며 달래기도 했다.
여수 산단의 기업이 가동을 중단한다는 보도도 있었다.
파키스탄에서 휴전 협상을 하느니 마느니, 호르무즈 해협을 역 봉쇄한 미국이 컨테이너선을 나포했다느니
혼란스럽기만 했으나 전쟁이 길어져도 대한민국은 문제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쓰레기봉투까지 나눠준다고 하잖아. 기쁜 마음으로 편의점을 향해 걸었다.

편의점 앞에는 서른 명 정도 되는 사람이 모여 있었다.
 확성기를 든 남자가 푸드 트럭처럼 지붕과 벽이 있는 차 쪽으로 사람들을 몰았다.
트럭이 길을 등지고 서 있어서 사람들은 건물 벽과 트럭 사이 공간에 낀 형국이 되었다.
상자가 쌓여 있고, 위에는 종량제 봉투가 놓여 있었다. 상자 사이에 앉은 남자가 비닐봉지를 집어 들며 손을 내밀라고 했다.
사람들이 내민 손에 종량제 봉투가 아니라 하얀 비닐봉지를 한 장씩 나눠 주었는데 봉지 속에는 전단지가 들어있었다.
남자는 이제 곧 물품을 나눠 줄 테니 봉지를 잘 들고 있으라고 했다.
제일 먼저 준 건 500g짜리 밀가루였다. 식구가 많은 사람은 나중에 더 달라고 하면 주겠다고 했다.
두 번째 나눠 준 건 행주였다. 그제야 주민 센터가 아니라 장사꾼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알았다고 해도 빠져나갈 방법이 없었다. 어찌하다 보니 제일 안쪽으로 밀려들어 갔기 때문이다.
이왕 왔으니 들어보자고 생각했다.

그는 미국 이란 전쟁으로 소상공인이 몹시 힘들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누를 나눠주었다.
천마를 원료로 만든 비누라며 열심히 사용법을 설명했다. 거품을 내서 칠한 후 3분 정도 지난 후에
물로 씻어야 한다는 말을 들으며 나는 비누 거품을 묻힌 채 3분을 어찌 견디나.
3분이면 거품이 다 꺼질 텐데, 같은 생각을 했다.
그는 무주에서 천마 재배에 성공했고, 천마와 산마의 구별법에 관해 설명했다.
그리고 모니터를 켰다. 화면에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글자가 뜨더니 천마의 효능에 관한 내용이 이어졌다.
나는 동남아나 중국 여행에서 들렀던 건강식품 상점이 떠올랐다.
그곳에서도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에서 방영한 그 무엇인가에 대해 설명했었다.
 KBS의 장수 프로그램인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는 지금도 방영 중이다.
1983년에 시작했으니 벌써 40년이 넘었다. 제작자들은 이 프로그램이 가장 많이 활용되는 곳이 어딘지 알고 있을까?
어느새 40분이 지났다. 다리가 아프고 허리도 아팠다. 잠시 뒤에 진짜 천마를 주겠다고 했다.
모니터에 나오는 무주에서 재배한 천마를 줄 거라고 했다.

어느새 그의 말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초여름처럼 기온이 올라 천마를 보관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가루로 만들어서 가지고 왔다고 했다. 이미 나눠 준 전단에 구매처가 적혀 있다고 했다.
남자는 말을 끝낼 의지가 없는 듯했다. 저 사람은 어떻게 쉬지 않고 한 시간가량 계속 말할 수 있을까.
그의 능력이 부러웠다. 남자가 세상에 공짜는 없죠? 라고 여러 번 물었고 몇몇 할머니가 네라고 대답했다.
옆에 서 있던 여자가 조심히 몸을 움직였다. 자리를 뜨려는 것 같았다.
나는 여자의 등에 붙어서 함께 움직였다. 남자가 버럭 소리를 지르지나 않을까 걱정되었다.
마침내 무리에서 벗어났을 때 진심으로 놀랍다고 느꼈다.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가 인터넷 시대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하지만 그들의 상술이 대단하지 않은가.
종량제 봉투 사재기 뉴스가 나오기 무섭게 마케팅에 이용하다니.

남아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 중 몇이나 천마 분말을 샀을까?
빛처럼 기민한 그들의 상술은 성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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