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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 「존엄한 죽음」 後記 (afterw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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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중원
댓글 0건 조회 8회 작성일 26-04-13 14:33

본문

「존엄한 죽음」 後記 (afterword)

형법 제252조 (촉탁, 승낙에 의한 살인 등)와

제253조(위계 등에 의한 촉탁 살인 등)에 관한 판례 검토

 

 

1. 살인과 살인죄

 

살인죄란 사람을 살해함으로써 그 생명을 침해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범죄를 말한다. 살인죄의 보호 법익은 사람의 생명이다. 사람의 생명은 절대적인 법익이며, 누구도 침해할 수 없고, 포기할 수도 없다. 헌법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최고의 국가 근본 규범으로 보장하고 있다 (헌법 제10조). 여기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란 인간의 인격과 그 평가를 의미한다. 그런데 인간의 인격과 그 생존의 기초가 되는 것이 바로 사람의 생명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사람의 생명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인정하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법익이다. 다시 말하면 살인죄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기초를 침해하는 가장 전형적이고 기본적인 범죄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의 생명은 유일성, 절대적 평등성, 불가교량성, 불가처분성이라는 속성을 갖는다. 따라서 형법은 사람의 생명을 보호함에 있어서 절대적 생명 보호의 원칙에서 출발하고 있다.

살인죄는 살인 행위자 이외의 살아있는 자연인을 대상으로 한다. 법인은 포함되지 않는다. 자살은 본죄에 해당하지 않으나 자살에 관여한 행위는 죄가 된다. 생명이 있는 한, 불치의 환자, 불구자나 도저히 살아날 가망이 없는 영아, 실종선고를 받은 자나 사형선고를 받은 자도 객체가 된다.

우리 형법은 많은 입법례와는 달리 일본 형법의 영향을 받아 살인죄에 있어서 모살 (謀殺, 중한 살인)과 고살 (故殺, 보통 살인)을 구별하지 아니한다. 중세 독일에서는 공개적이고 당당한 싸움에 의한 살인을 고살, 비밀로 행하는 살인을 모살이라고 하였다.

독일 형법은 윤리적 요소 (비난할 동기와 목적 또는 특히 위험한 행위 수단이라는 특별한 비난 가능성)에 의하여 구별하고 있다.

모살은 살인의 욕구, 성욕의 만족, 탐욕 그 밖의 비열한 동기에 의하거나, 간악하거나 잔인하거나 공공의 질서를 위협하는 수단으로 또는 다른 중대한 범죄를 범하는 수단으로 하거나 은폐할 목적으로 사람을 살해한 경우에 성립되고 이에 대한 법정형은 무기 자유형으로 한정되어 있다. 하지만 고살은 모살이 아닌 모든 경우의 고의적 살인인데 그 법정형은 5년 이상의 자유형이고 특히 중한 경우에만 무기 자유형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성경은 살인이 단순히 사람을 죽이는 부도덕하며 비윤리적 범죄 행위 차원을 넘어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은 인간 (인격)을 파괴하는 행위로 곧 하나님의 거룩한 인격과 존엄성을 훼손하는 심각한 신성 모독적 행위로 간주한다 (창세기 9:6).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죽이는 일은 고의적이든 그렇지 않든 발생하게 된다. 율법에서는 이를 구분하여 자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먼저 고의적으로 살인한 자 (모살의 원형)는 사형에 처해졌는데, 이 일은 피의 복수자 (억울하게 살해당한 자의 가장 가까운 형제)에게 주어졌다 (민 35:19-21). 따라서 피의 복수자는 반드시 살인자를 잡아서 죽여야 할 절대적 사명이 있었다. 이는 구약 초기에 아직 형벌 제도가 온전히 갖추어져 있지 않을 때 사회공의를 시행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만들어진 제도였다.

반면, 우발적인 살인자 (고살의 원형)의 경우는 도피성 제도가 있어서 살인자가 도피성으로 피하면 정당한 재판을 받기까지 생명을 보호 받을 수 있었으며, 대제사장이 생존하는 동안 도피성에 머물기만 하면 생명을 보존할 수 있었다 (민 35:22-25). 살인범의 재판에 있어서는 적어도 두 사람의 일치된 증인이 있어야만 유죄로 판결을 내릴 수 있었다 (민35:30; 신 17:6). 한편, 성소 역시 도피처로 이용되었지만 고의로 살인한 자에게는 이것마저 허용되지 않았다.

성경에 의하면 인류 최초의 살인자는 동생 아벨을 죽인 카인 (창4:8)이었다.

셰익스피어가 살인자를 많이 창조한 것은 그 자신을 살인자가 되지 않도록 구해 낸 수단이었다. 욕구불만이나 마음속의 꿈을 현실에서 실행하려 하지 않고 상상의 세계에서 자가전신 (自家轉身)을 꾀하는 마음이다. (F. 헤벨)

 

2. 살인죄의 양상과 처벌

 

보통 살인죄 (형법 제250조 1항)는 사람을 살해함으로써 성립한다. 처벌은 사형 ·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다. 유기징역으로 처벌할 때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할 수 있고 (제256조), 미수범도 처벌한다 (제254조). 법정형의 범위가 넓은 것이 특색이다. 그러므로 정상이 가벼워 작량감경하면 형의 집행유예까지 선고할 수 있다 (형법 제53조 및 제62조 참조).

존속살해죄 (제250조 2항)는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함으로써 성립한다. 처벌은 사형·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다. 유기징역에 처할 때 (작량감경의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할 수 있다. 이 죄는 직계존속이라는 신분관계를 기초로 형을 가중하는 것이므로 그러한 신분이 없는 공범자는 보통 살인죄의 형을 과한다 (제33조 단서). 하지만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기본권인 평등권에 비추어 보면 과연 존속살해죄의 규정이 타당한 지는 논의의 여지가 있다. 영아살인죄 (제251조)는 직계존속이 치욕을 은폐하기 위하거나 양육할 수 없는 등 특히 참작할 만한 동기로 분만 중이거나 분만 직후의 영아를 살해함으로써 성립한다. 처벌은 10년 이하의 징역이다. 보통 살인죄보다 관대하게 처벌한다.

촉탁 · 승낙에 의한 살인죄 (제252조 1항)는 타인의 부탁이나 승낙을 받아 그 사람을 죽임으로써 성립한다. 처벌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이다. 피해자의 동의가 있었다는 점에서 보통 살인죄보다 형을 경감하고 있다. 자살 교사 · 방조죄 (제252조 2항)는 자살관여죄라고도 한다. 사람을 교사 또는 방조하여 그를 자살하게 함으로써 성립한다. 처벌은 촉탁 · 승낙에 의한 살인죄의 경우와 같다. 교사는 자살의 뜻이 없는 자에게 자살을 결의하게 하는 것이고, 방조는 자살을 결의한 자의 자살행위를 쉽게 돕는 일이다. 위계 및 위력에 의한 살인죄 (제253조)는 촉탁 · 승낙에 의한 살인 또는 자살 교사 · 방조의 죄를 범함에 있어 위계나 위력을 사용함으로써 성립한다. 처벌은 보통 살인죄의 경우와 같다.

살인의 예비 · 음모죄 (제255조)는 보통 살인죄, 존속살해죄, 위계 · 위력에 의한 살인죄 등을 범할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를 함으로써 성립한다.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공소시효

공소시효의 기간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은 개별 구성요건이 정하고 있는 법정형에 따라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 다만, 2015년 7월 31일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사람을 살해한 범죄 (종범은 제외한다)로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에 대하여는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으므로 (동법 제253조의2), 살인죄의 경우에는 기간의 경과와 관계없이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는다. 형사소송법 부칙에 따라 시행일인 2015년 7월 31일 이전에 범한 범죄로 아직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범죄에 대하여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3. 안락사 혹은 존엄사

 

형법상 안락사에 대한 정의는 아직 통일적으로 내용이 정립된 것이 아니어서 그 개념이 일의적으로 사용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일반적으로 안락사란 불치 또는 빈사의 환자에 대하여 그의 고통을 제거하여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는 의학적 조치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안락사를 안사술 또는 자비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편 인공호흡기 등에 의해서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불치의 환자에 대하여 그 생명 유지 장치를 제거하여 인간으로서 존엄을 유지하면서 자연적으로 죽음을 맞이하게 하는 것을 존엄사라고 하여 종래 사용해 왔던 안락사 개념과는 다소 다른 의미로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진정 안락사란 생명을 단축시키지 않고 진통제 등을 투여하여 고통없이 자연사를 맞이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말한다. 진정 안락사의 경우 생명의 단축이 일어나지 않으므로 형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일어날 수 없다. 생명의 단축을 수반하는 부진정 안락사는 소극적 안락사와 적극적 안락사로 나뉜다. 소극적 안락사란 불치나 빈사의 사람이 자연사에 이르도록 소극적으로 생명 유지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반면에 적극적 안락사란 불치나 빈사상태인 사람의 고통을 제거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생명을 단축시키는 안락사를 말한다.

 

소극적 안락사

우리나라는 2018년부터 시행된 ‘호스피스ㆍ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well-dying 법이라고 불리는 일명 연명의료결정법)’에 의해 소극적 안락사만 허용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023년) 연명치료를 중단한 환자는 70,720명으로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첫해인 2018년의 2.2배가 됐다. 전체 사망자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6%에서 20.1%로 두 배가량이 되면서 제도가 정착 단계에 들어섰다. 2018∼2023년 6년 동안 연명의료를 거부하고 숨진 사람은 총 327,097명이다.

연명치료의 중단을 결정하는 의사는 환자 본인이나 가족의 의사를 물어 확인하는데 사전의향서를 작성한 경우 의사가 이를 확인하고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 사전의향서가 없는 경우 환자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작성한 연명의료계획서가 있어야 연명치료 중단이 가능하다. 사전의향서도 없고 환자 의식도 없는 경우에는 환자 가족 2인 이상의 진술이나 환자 가족 전원의 합의로 연명치료 중단 의사를 확인하게 된다.

지난해 연명치료를 중단한 환자 중 절반가량은 의식이 있을 때 미리 사전의향서를 작성해 등록했거나 병원에서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는 등 본인의 의사가 반영된 경우였다.

건강할 때 미리 사전의향서를 작성해 두려면 전국에 지정된 등록기관 687곳을 찾아 상담한 후 관련 서류를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시스템에 등록하면 된다. 현재 사전의향서 등록자는 2018년 100,529명에서 지난해 573,937명으로 5년 만에 5.7배가 됐다. 누적 등록자는 올해 (2024년) 6월까지 총 2,441,805명이다.

전문가들은 연명치료 중단을 원하는 경우 미리 가족 등과 충분히 상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사전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했더라도 연명치료 중단 결정 시점에 환자 의식이 없는 경우 가족 등의 강력한 반대로 연명치료 중단이 안 이뤄지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마지막까지 존엄성을 지키고 싶어서……”

“병원에서 인공호흡기나 각종 의료장비를 몸에 매달고 억지로 생명을 연장하고 싶진 않습니다.”

“현대 의학으로도 치료가 안 되는 상황이라면 의식이 있을 때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며 생을 마감하고 싶어요.”

“치료해 회복될 수 있다면 당연히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회복 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목숨만 연명하기 위한 치료는 인간다운 품위 있는 죽음을 막는 일입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지금 현재 존엄사 또는 안락사 등 죽음을 선택하는 심각한 문제에 대해서 어떠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가? 1997년 12월 경 발생한 ‘보라매병원 사건’에서 부터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피해자는 1997. 12. 4. 14:30 술에 취한 채 화장실을 가다가 중심을 잃어 기둥에 머리를 부딪치고 시멘트 바닥에 넘어지면서 다시 머리를 바닥에 찧어 경막 외 출혈상을 입고 보라매병원으로 응급 후송되었다. 그 피해자는 의료진에 의하여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로 옮겨져 의식이 회복되고 있었으나 뇌수술에 따른 뇌 부종으로 자가호흡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으므로 호흡 보조장치를 부착한 채 계속 치료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었던 환자의 아내가 퇴원을 요청했다. 의사는 환자가 사망하더라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고 퇴원시켰다. 결국 환자는 집으로 돌아가서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뒤 5분 만에 죽음을 맞았다. (그녀는 살인죄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검찰은 그들을 (피해자의 처와 치료를 담당했던 의사들을 말한다) 살인죄와 살인방조죄로 기소했고 이후 7년에 걸친 재판이 이어지며 의사들은 살인방조죄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신경외과 담당 의사와 같은 과 3년차 수련의는 살인방조죄로 유죄를 선고 받았고 1년차 수련의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2004.6.24. 선고 2002도995판결 참조).

이 판결을 계기로 의료계에선 의사가 환자의 죽음을 돕는 행위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은 2008년 있었던 ‘김 할머니 사건’으로 반전됐다고 할 수 있다. 김 할머니는 어느 상급 종합병원에 장기간 입원해 있으면서 당시 의식불명에 빠져 있었는데 할머니의 가족은 연명치료가 무의미하니 인공호흡기를 제거해 달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대법원은 “현상 유지만을 위한 연명치료는 오히려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해친다”라며 가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2009다17417 판결 참조.) 이후 연명치료 중단 문제가 사회적으로 공론화되면서 2016년 ‘연명의료결정법’이 국회에서 통과됐고 2018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대법원 2009. 5. 21. 선고 2009다17417 전원합의체 판결

환자가 의사 또는 의료기관에게 진료를 의뢰하고 의료인이 그 요청에 응하여 치료행위를 개시하는 경우에 의료인과 환자 사이에는 의료계약이 성립된다. 의료계약에 따라 의료인은 질병의 치료 등을 위하여 모든 의료지식과 의료기술을 동원하여 환자를 진찰하고 치료할 의무를 부담하며 이에 대하여 환자 측은 보수를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

질병의 진행과 환자 상태의 변화에 대응하여 이루어지는 가변적인 의료 행위의 성질로 인하여, 계약 당시에는 진료의 내용 및 범위가 개괄적이고 추상적이지만, 이후 질병의 확인, 환자의 상태와 자연적 변화, 진료행위에 의한 생체반응 등에 따라 제공되는 진료의 내용이 구체화되므로, 의료인은 환자의 건강상태 등과 당시의 의료수준 그리고 자기의 지식 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진다.

환자의 동의는 헌법 제10조에서 규정한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에 의하여 보호되는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서, 환자가 생명과 신체의 기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하여 스스로 결정하고 진료행위를 선택하게 되므로 의료계약에 의하여 제공되는 진료의 내용은 의료인의 설명과 환자의 동의에 의하여 구체화된다.

의학적으로 환자가 의식의 회복가능성이 없고 생명과 관련된 중요한 생체 기능의 상실을 회복할 수 없으며 환자의 신체 상태에 비추어 짧은 시간 내에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이 명백한 경우에 이루어지는 진료행위는, 원인이 되는 질병의 호전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질병의 호전을 사실상 포기한 상태에서 오로지 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하여 이루어지는 치료에 불과하다.

이미 의식의 회복가능성을 상실하여 더 이상 인격체로서 활동을 기대할 수 없고 자연적으로는 이미 죽음의 과정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는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른 후에는,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신체 침해 행위에 해당하는 연명치료를 환자에게 강요하는 것이 오히려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해하게 된다. 이와 같은 예외적인 상황에서 죽음을 맞이하려는 환자의 의사결정을 존중하여 환자의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보호하는 것이 사회상규에 부합되고 헌법정신에도 어긋나지 아니한다.

 

4.「존엄한 죽음」과 형법 제252조, 제253조

 

형법 제252조는 촉탁, 승낙에 의한 살인과 자살의 교사 또는 방조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동조 제1항은, ‘사람의 촉탁이나 승낙을 받아 그를 살해한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제2항은, ‘사람을 교사하거나 방조하여 자살하게 한 자도 제1항의 형에 처한다.’라고 하고 있다. 형법 제253조는 위계 등에 의한 촉탁살인에 관해서 규정하고 있다. ‘전조의 경우에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촉탁 또는 승낙하게 하거나 자살을 결의하게 한 때에는 제250조의 예에 의한다.’라고 하고 있다. 그러므로 제252조의 행위 태양과 제253조의 그것은 상당한 차이가 있고 양형에 있어서도 현격한 차이가 있다. 제253조는 살인의 죄로 처벌하기 때문이다.

 

MSC의 자살방조팀의 행위는 분명히 자살 행위자의 자살을 용이하게 돕는 것이므로 적극적 안락사에 해당하고 형법 제252조 제2항이 적용된다. 만약 직접 독극물을 (자살 행위자인 현준호에게) 주사하거나 입에 넣었다면 촉탁이나 승낙에 의한 살인 (형법 제252조 제1항)에 해당 된다. 하지만 동조 제1항과 제2항은 형벌이 동일하기는 하지만 행위의 모습이 전혀 다르다. 제1항은 엄연히 가해 행위자 (피고인)가 범죄 행위를 실행하고 피해자는 행위의 대상자에 불과하므로 살인행위에 해당한다. 반면에 제2항은 자살 행위의 주체는 자살자 본인이고 가해 행위자 (피고인)는 조력자에 불과한 것이다.

우리 형법의 모법이라고 할 수 있는 독일 형법은 촉탁 또는 승낙에 의한 살인죄는 인정하지만 자살 교사와 자살 방조의 경우는 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당연히 독일에서는 자살을 돕는 일체의 방조 행위는 불가벌이다.

하지만 위계 또는 위력에 의한 촉탁이나 승낙을 받아 피해자를 살해하거나 자살을 결의하게 하여 자살하게 함으로써 성립하는 제253조의 경우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이 경우에는 제250조가 규정하는 살인죄에 예에 의해 처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살조력팀은 자칫 잘못해서 제253조에 걸리지 않도록 엄격하게 경계선을 긋고 있다.

분노나 공포의 감정에 몰리지 않고 단지 절명하는 형상을 보려고 인간이 인간을 살해하다니…… L.A.세네카)

 

5. 자살방조죄 관련 판례 검토

 

(1) 광주고등법원 2022. 2. 8. 선고 2021노408 판결 [촉탁살인 · 촉 탁살인 미수]

항소심의 판단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오랜 기간 난소암과 그 합병증으로 고통받고 있던 동거인인 피해자의 부탁을 받고 한 차례 피해자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뒤에 다시 그 부탁에 따라 피해자를 살해한 것이다. 그 경위를 떠나 피해자의 생명을 앗아가는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였다는 점에서 피고인의 죄책이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으므로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의 필요성이 있고 실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

다만,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고 이후로도 피해자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 못하고 결국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데 대하여 깊은 자책과 회환의 삶을 살아갈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는 2014년경 난소암을 진단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여 병이 더욱 악화된 것인데, 피고인은 피해자가 암에 걸린 사실을 알지 못한 채 갑상선기능항진증 또는 자궁근종 정도로만 알고, 피고인의 능력범위 내에서 동거인인 피해자를 돌보기 위해서 애썼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피해자는 가족과 인연을 거의 단절한 채 노래방 등에서 일하는 피고인에게만 경제적, 정서적으로 의지하여 생활하여 왔고, 피고인으로서도 가족과 별다른 왕래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인하여 일을 할 수 없게 되어 이 사건 범행 당시까지 1년 이상 경제적으로 매우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었던 사정이 인정된다.

피고인은 이 사건 각 범행을 자수하였고,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으며, 피고인의 가족들이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정상에다가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가족관계, 이 사건 각 범행의 동기, 수단 및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형법 제51조의 양형조건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이 선고한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판단된다.

 

(2)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 2019.07.26. 선고 2019고합12 [촉탁살인]

 

범죄 사실

피고인은 피해자 망 B (여, 57세)의 아들이다.

피고인과 피해자는 2011.경 피고인의 아버지가 사망한 이후 부산 수영구 C건물, D호에 있는 원룸에서 단둘이 동거하던 중, 피고인은 조현병 (정신분열증)을, 피해자는 중증도 우울증 및 당뇨병을 앓으면서 특별한 소득 없이 아버지의 사망으로 수령한 보험금ㆍ보상금을 소비하면서 생활하던 중, 자신들의 신병을 비관하여 동반 자살할 것을 결심하였다.

피고인과 피해자는 2019. 4. 8. 10:49경 위 주거지 인근에 있는 ‘E’에서 착화탄, 휴대용 가스레인지, 부탄가스, 양은냄비를 구입한 다음, F 엑센트 차량을 타고 울산을 경유하여 밀양시 G 복지회관 앞까지 이동하였고, 같은 날 18:40경 위 복지회관 앞에 주차된 위 차량 안에서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허리띠로 목을 졸라서 죽여 달라는 제의를 받고, 이에 따라 피해자의 목에 허리띠를 두 번 감아 허리띠를 양쪽으로 힘껏 잡아당겨 피해자의 목을 졸라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양형 이유

① 처단형의 범위 : 징역 1년 ~ 10년

②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 양형기준이 설정되어 있지 아니함.

③ 선고형의 결정

아래와 같은 정상 및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가족관계, 범행의 동기와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들을 참작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 불리한 정상 : 인간의 생명은 우리 사회의 법이 수호하는 최고의 법익이자 가장 존엄한 가치로서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그 이유를 불문하고 절대 용인될 수 없는 중대한 범죄인 점,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부탁을 받고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서 그로 인해 피해자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가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하였다는 점에서 그 죄책이 대단히 무거울 뿐만 아니라, 존속인 어머니의 사망이라는 결과에 대한 비난가능성도 큰 점

○ 유리한 정상 :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인정하고 자신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면서 후회하고 있는 점, 피고인은 아무런 범죄전력 없는 초범인 점, 피고인은 중등도 우울증 등을 앓던 피해자로부터 상당 기간 반복적으로 ‘죽고 싶다.’, ‘우리 둘 다 죽자.’라는 말을 들어왔고, 평소 피해자의 말에 순종적이던 피고인은 먼저 자신을 목 졸라 죽인 뒤 자살하라는 피해자의 요청에 따라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으로서 그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는 점, 피고인은 피해자와의 약속대로 자살을 시도하다 실패한 후 경찰에 이 사건 범행을 자수한 점, 피해자의 다른 유족이 피고인에 대한 최대한의 관용을 바라고 있는 점

 

(3) 서울서부지방법원 2017.4.26. 선고 2017고합11 판결 [존속살해]

 

범죄 사실

고인은 피해자 C (61세)의 아들이다. 피고인은 피해자 C (61세)의 아들이다. 피고인은 혼자 살고 있던 피해자가 2016. 4월 말경 뇌경색으로 쓰러져 D 병원에 입원한 후 2016. 5월 말경 퇴원하였으나 오른쪽 반신을 잘 쓰지 못하게 되어 거동이 불편해지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피해자를 부양하기 위해 서울 은평구 E에 있는 피해자의 집에서 피해자를 간병하며 함께 생활하게 되었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피고인의 모와 이혼한 후 술과 노름을 좋아하고 경제적 능력이 없어 어린 시절 어려움을 겪고, 피고인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피해자에게 몇 차례 준 용돈을 노름 등에 탕진하고 피고인의 돈으로 개업한 음식점도 관리를 하지 못해 2~3년 만에 폐업하게 된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던 중, 2016. 12월경부터는 달리 수입이 없어 생활비가 떨어지게 되자, 피해자에게 ‘게으르면 죽는다’는 것을 가르쳐줄 생각으로 “함께 굶어 죽자.”라고 말한 후 약 한 달간 피해자에게 물 이외에 음식을 주지 않았고, 스스로도 마찬가지로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음식을 먹지 않았다.

피고인은 2016. 12. 29. 18:00경 위 피고인의 집에서, 피해자가 이불을 잘라 만든 헝겊 끈 (길이 91.5cm, 넓이 약 3cm)을 목에 걸고 스스로 목을 조르려고 하는 것을 보고 피해자를 살해할 마음을 먹고, “그래서 죽냐, 내가 죽여주겠다.”라고 말하며 두 손으로 위 헝겊 끈을 잡아당겨 목을 조르고, 그럼에도 피해자가 숨을 쉬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그곳에 있던 베개 (가로 55cm, 세로 40cm)로 피해자의 얼굴 부위에 대고 몸으로 약 10분간 누르고, 여전히 피해자가 숨을 쉬자 재차 두 손으로 피해자의 코와 입 부위를 약 10분간 막아 피해자로 하여금 경부 압박 및 비구 폐쇄로 인해 질식사하게 하여 직계 존속인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피고인 및 변호인 주장의 요지

피해자는 이전부터 피고인에게 ‘죽고 싶다. 죽여 달라’고 말하였으며, 자신의 목에 끈을 묶고 다니고, 칼로 자신의 배를 찌르려고 하는 등 실제 죽으려는 시도로 보이는 행동을 하기도 하였는데, 이 사건 범행 당일 죽기 위하여 자신의 목에 묶여 있던 끈을 잡아당기며 피고인에게 자신을 죽여달라고 촉탁하였고, 피고인은 그러한 피해자의 촉탁을 받아들여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가사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자신을 죽여달라고 촉탁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할 당시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은 채 이를 받아들여 승낙하였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형법 제252조 소정의 촉탁, 승낙에 의한 살인죄가 성립할 수는 있을지언정, 형법 제250조 제2항 소정의 존속살해죄가 성립할 수는 없다.

 

법원의 판단

형법 제252조 제1항이 규정하는 촉탁, 승낙에 의한 살인죄에서의 ‘촉탁’은 이미 죽음을 결의한 피해자의 요구에 의하여 살해를 결의하는 것을 의미하고, ‘승낙’은 이미 살해의 결의를 하고 있는 자가 피해자로부터 살해에 대한 동의를 받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형법 제252조 제1항 소정의 촉탁, 승낙에 의한 살인죄의 법익인 ‘인간의 생명’은 한 번 침해되면 침해 전의 상태로 되돌릴 수 없는 절대적인 성질의 법익에 해당하는 점, 형법 제252조 제1항이 피해자로부터 ‘촉탁’ 내지 ‘승낙’을 받아 피해자를 살해한 경우를 동일한 법정형으로 처벌하고 있는 점, 촉탁, 승낙에 의한 살인죄는 그 법정형이 징역 1년 이상 10년 이하로서, 이는 촉탁, 승낙이 없을 경우에 해당하는 살인죄 또는 존속살해죄의 법정형인 사형,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내지 7년 이상의 징역형에 비하여 현저히 낮게 정해져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형법 제252조 제1항 소정의 ‘촉탁’ 내지 ‘승낙’은 피해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한 명시적이고 진지한 것임을 요한다고 보아야 하므로, 죽음이 무엇인가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과 자유로이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가, 자신을 살해해 줄 것을 요구하는 진지한 의사 표시 내지 상대방에게 자신의 살해를 허락하는 진지한 의사 표시를 명시적으로 한 때에만 인정될 수 있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고, 일시적 기분이나 격정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은 위 형법 조항이 의미하는 ‘촉탁’ 내지 ‘승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보건대, 이 법원의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바에 의하면, 피고인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피해자를 간병하며 피해자와 함께 생활하게 되었는데, 2016. 12. 초순경부터는 생활비가 없어 피고인과 피해자 모두 물 이외의 음식을 먹지 못하는 극한의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그런데 피고인의 검찰 진술에 의하면 피해자는 그와 같이 음식을 먹지 못하게 된 1, 2주 후부터 피고인에게 죽여달라는 말을 하기 시작하였고, 이후 이불을 잘라 끈을 만들어 자신의 목에 걸고 잡아당기는 행위를 하였다는 것인바, 이와 같은 사정을 두루 살펴보면, 피해자는 자신의 신체가 불편한 상황에서 생활비가 떨어지게 되었고, 이를 이유로 아들인 피고인이 자신에게 아무런 음식을 주지 않아 굶게 되자, 그러한 자신에 대한 비관과 이러한 자신을 방치하는 아들에 대한 원망을 표현하기 위하여 피고인에게 죽여달라는 말이나 끈을 목에 묶고 다니는 행동을 하였던 것으로 보일 뿐이지, 피고인이 자신을 죽여주기를 진지하게 원하였다거나 피고인이 자신을 죽이겠다는 의사를 수용하는 의미로 이와 같은 말과 행동을 하였던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한다.

심지어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피해자가 굶는 것을 원하지 않았고, 돈이 있었으면 죽지 않았을 것이다, 피해자는 생활비가 떨어지자 피고인에게 피고인의 친모와 동생에게 연락하여 돈을 좀 구해보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피해자가 죽여달라고 말을 한 것은 돈이 없어 밥을 먹을 수 없었기 때문으로 생각한다’,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평소 죽여달라는 말을 한 적은 없으나 굶기 시작한 지 1주일 지나서부터 피해자가 목에 끈을 걸고 다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데, 이와 같은 피해자의 행동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는 음식을 먹지 못하는 상황에 대하여 고통을 느끼며 피고인에게 이를 해결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바, 그와 같이 피고인에게 살고 싶다는 의사를 비친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자신을 죽여달라는 진지한 부탁을 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이후인 2016. 12. 29. 23:53경 수사기관에 ‘자신이 아버지의 목을 졸라서 죽였다’는 취지로 신고를 하였는데, 그 신고 당시 피해자의 촉탁 내지 승낙을 받고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취지의 말을 한 바 없을 뿐만 아니라, 그다음 날 경찰에서 조사를 받을 때에도 ‘피해자가 자식을 생각 안 하고, 술을 많이 마시고, 내기 바둑을 하는 등 게을러 원망스러워서 죽였다’는 취지로만 진술하였을 뿐 이 사건 범행 당시 피해자의 촉탁 내지 승낙을 받고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주장을 한 바 없다 (다만, 이전에 피해자가 자신을 죽여 달라고 했던 말이 생각나서 죽일 결심을 하였다는 취지로만 진술하였다). 피고인이 본격적으로 피해자의 촉탁 내지 승낙을 받고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주장을 하기 시작한 것은 검찰에서 제2회 조사를 받을 때부터였다.

 

선고형의 결정: 징역 7년

존속살해 범죄는 자신을 낳고 길러준 존속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지극히 패륜적인 것이고, 이로 인해 피해 존속은 물론 나머지 가족 모두에게도 치유하기 어려운 크나큰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주는 것이어서 그 죄질이 극히 나쁘고 비난 가능성 역시 매우 높은 점 등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으로, 피고인에게 아무런 전과가 없는 점, 피고인은 어린 시절부터 피해자로부터 아버지로서의 적절한 돌봄이나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불우하게 지내왔으며, 그럼에도 피해자가 뇌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거동이 불편해지자 다니던 직장마저 그만둔 채 피해자의 곁에서 피해자를 간병하던 중, 생활비가 떨어져 먹을 것조차 없게 되는 등 극단적인 상황에 이르게 되자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 이외의 피해자의 유족인 차남도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아니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는 점, 피고인은 자수하였고 대체로 이 사건 범행을 시인하며 그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각 참작하되, 여기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가족관계, 건강상태, 지능과 환경, 범행의 수단 및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4) 서울북부지방법원 2014. 4. 30. 선고 2014고합31 판결 [촉탁살인]

 

범죄 사실

피고인은 신부전증으로 투병을 하고 있는 상태이고, 허리와 무릎 지병으로 투병 중인 피해자 C (여, 66세)과 부부 사이이다.

피해자는 2014. 1. 14. 05:00경 서울 강북구 D빌라 402호 자신의 집 거실에서, 진통제의 약기운이 떨어져서 극심한 고통을 느끼다 자신의 목을 스타킹으로 감은 후 피고인에게 “고통스럽다. 죽여 달라. 도저히 못 살겠다”고 말하였고, 피고인은 위 부탁을받고 피해자를 죽인 후 자신도 죽겠다는 생각으로 피해자의 목을 스타킹으로 힘껏 조였으나 스타킹이 늘어져서 실패하였다.

피해자는 그날 06:00경 다시 피고인에게 “당신은 살아 봐야 개밥의 도토리고 시간이 말해 줄 거다. 같이 죽자. 죽여 달라”고 부탁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인은 거실 진열장의 압박붕대로 피해자의 목을 뒤에서 졸라서 피해자를 질식으로 사망하게 하였다.

결국 피고인은 피해자의 촉탁을 받아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양형 이유

①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 징역 1년 ~ 10년

②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 양형기준이 설정되지 않은 범죄임

③ 선고형의 결정 : 징역 2년

비록 피해자가 질병 및 허리 등의 통증으로 진통제 없이는 견디기 힘든 나날을 보내던 중 피고인에게 자신을 살해하여 줄 것을 부탁하였다 하더라도 피해자가 이 사건 범행 전날까지도 은행업무를 보는 등으로 일상생활이 가능한 상태에서 범행이 저질러졌고, 그로 인하여 인간의 생명이라는 다른 어떤 가치와도 바꿀 수 없는 중대한 법익이 침해되었음에 비추어 피고인의 죄책이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으며, 피고인의 의붓딸이자 피해자의 친딸이 당초 표시한 처벌불원 의사를 변경하였고, 그 밖의 유족들도 특별히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구하고 있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에 대한 실형선고가 불가피하다. 다만, 피고인과 피해자 모두 오래전부터 지병으로 고통받아 왔고 그로 인해 2011.경에도 동반자살을 시도한 바 있는 점, 이 사건 발생 전 피고인과 피해자가 서로 함께 죽기로 약속하고 재산을 모두 정리하였고, 피고인 또한 피해자를 뒤따라 죽으려고 자살을 시도한 점, 피고인이 아무런 범죄전력 없이 살아왔고, 현재 고령으로 신부전증 등으로 투병 중인 점 등을 참작하고,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 전후의 정황 등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배심원 평결 및 양형 의견

① 유·무죄 평결

- 배심원 7인 만장일치 유죄

② 양형 의견

- 배심원 2인 : 징역 2년

- 배심원 4인 : 징역 3년

- 배심원 1인 : 징역 4년

 

(5)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2009. 7. 16. 선고 2009고합30 판결 [자살방조·자살방조미수]

 

판결 요지

일명 ‘인터넷 자살 카페’의 개설자가 가입 초대장을 발송하는 등의 방법으로 약 30명을 카페 회원으로 가입시킨 후, 회원들이 서로 자살의 당위성 및 자살 방법 등에 관한 정보를 교류하고 동반 자살자를 물색하며 자살 의지를 강화하고 그 실행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일부 회원이 자살하거나 미수에 그친 사안에서, 카페 개설자에게 자살방조 및 자살방조미수의 죄책을 인정한다.

피고인과 일명 ‘인터넷 자살 카페’의 회원들이 동반 자살할 의사로 수면제, 화덕 및 연탄, 청테이프 등을 구입하고 함께 자살을 시도하였으나 다른 회원들은 일산화탄소 중독증으로 사망한 반면 피고인은 자살미수에 그친 사안에서, 피고인에게 자살방조죄의 성립을 인정한다.

 

범죄 사실

 

① 피고인 1

피고인 1은 2009. 3. 28. 05:00경 경남 합천군 소재 피고인의 집에서, 자살하고자 하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살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고, 여러 사람이 함께 자살을 실행할 수 있도록 상호 연결해 주기 위한 목적으로 인터넷 검색사이트 ‘네이버’에 ‘동반자살 카페’라는 명칭으로 일명 인터넷 자살 카페를 개설한 다음, 위 네이버의 ‘지식in’란의 자살과 관련한 게시글을 검색하여 그 글의 작성자 내지 답변자 등 약 30여 명에게 동반자살 카페에 대한 가입 초대장 (‘자살을 원하시면 가입하시오’라는 문구와 함께 동반자살 카페의 이름, 카페의 인터넷 주소 등을 기재하였음)을 발송한 후, 그 무렵 피해자 1(26세), 피해자 2 (여, 18세), 피해자 3 (여, 21세), 피해자 4 (여, 18세), 피해자 5 (47세), 피해자 6 (여, 21세), 피해자 7 (여, 19세), 피해자 8 (여, 23세), 피해자 9 (22세) 등 약 30여 명을 회원으로 가입시키고, 위 피해자 1 등을 운영 실무자로 지정하였다.

또한, 피고인 1은 2009. 4. 6. 12:24경 피해자 8에게 ‘연탄은 타다가 산소가 부족하면 꺼지게 되요. 꺼진다는 것은 충분히 일산화탄소를 배출했다는 거겠지요. 좁은 밀실에서 피우면 더 효과적일거라고 보는데 혹시 모르니 두 장 사면 되지 않을까 싶은 데요. 두 장을 쌓아놓으면 되지 않을까 싶네요’라고 자살 방법에 대한 내용의 쪽지를 보내고, 2009. 4. 8. 14:06경 동반자살 카페 자유게시판에 ‘이제 슬슬 자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할 것 같습니다. 급한 대로 임시 정팅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컴퓨터 사용이 가능한 시간을 댓글로 남겨주세요. 하루하루 의미 없는 시간이 흘러가는게 안타깝네요’라는 글을 게시하고, 2009. 4. 10. 22:04경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동반자살 카페 게시판에 글 남겨서 계획 세워 뜻대로 하세요. 자살 멤버 구하신 분들은 탈퇴하고 죽으세요. 자살할까 말까 고민하고 계신 분들은 조용히 탈퇴하기를 눌러주세요’라는 글을 게시하고,

그 무렵 인터넷 쪽지를 통하여 동반자살 카페에 가입한 회원들에게 자신의 자살 의사를 밝히는 등 위 피해자들이 그 카페 게시글들을 보고 자살 방법 및 자살의 당위성 등에 대하여 인터넷 쪽지나 전화통화를 통하여 서로 정보를 주고받고, 함께 자살할 사람들을 찾음과 동시에 그와 같은 대화를 통하여 자살의 결심을 강화하도록 도와주었고, 아울러 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하여 함께 자살할 사람들을 찾아 그들과 함께 자살하도록 도와주었다.

그에 따라 피고인 1은, 2009. 4. 8. 14:15경 강원도 소재 여울민박 5호실에서 피해자 3, 피해자 4가 술과 수면제를 먹은 다음 방안에 연탄가스를 피운 상태로 잠을 자는 방법으로 각 일산화탄소 중독증에 의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고, 2009. 4. 15. 11:50경 강원도 소재 레이크빌 펜션 303호에서 피해자 1, 피해자 2가 위와 같은 방법으로 각 일산화탄소 중독증에 의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고, 2009. 4. 17. 09:10경 강원도 어느 장소 부근에 주차된 카니발 승용차 안에서 피해자 5, 피해자 6이 위와 같은 방법으로 각 일산화탄소 중독증에 의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고, 2009. 4. 23. 11:30경 강원도 어느 장소 부근에 주차된 싼타모 승용차 안에서 피해자 7이 위와 같은 방법으로 일산화탄소 중독증에 의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또한 피고인은 2009. 4. 23. 위 싼타모 승용차 안에서 피해자 8, 피해자 9가 각 위와 같은 방법으로 자살하려 하였으나 사망에 이르기 전에 발견되어 병원에서 치료받게 됨으로써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 피해자들의 자살을 방조하거나 자살을 방조하려 하였으나 미수에 그쳤다.

 

② 피고인 2

피고인 2는 2009. 4. 9. 13:00경 서울 강동구 소재 피고인 2의 집에서 피해자 1과 인터넷 쪽지로 자살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은 다음, 같은 날 17:00경 성남시 수정구 산성동 소재 산성역에서 위 피해자 1과 피해자 10을 만나 수면제를 먹고 연탄가스를 피운 방 안에서 잠을 자는 방법으로 자살하기로 약속하고, 2009. 4. 13. 13:00경 성남시 중원구 성남동 소재 모란역에서 위 피해자 1, 피해자 10 및 피해자 11, 피해자 2를 만나 15만 원 내지 20만 원씩의 경비를 갹출한 다음 피고인 2가 ‘성모렌트카’에 전화를 걸어 같은 날 15:20경 서울 송파구 잠실동 소재 몽촌토성 부근에서 그랜져 승용차를 렌트한 후, 그 승용차를 운전하여 위 피해자들과 함께 대전, 강원도 횡성군 일원을 돌아다니면서 수면제, 화덕 및 연탄, 청테이프 등을 구입하고, 함께 수면제를 직접 복용해 보는 방법으로 그 효능을 실험하였다.

피고인 2는 2009. 4. 14. 18:00경 위 피해자들과 함께 강원도 소재 레이크빌 펜션 303호에 도착한 다음, 2009. 4. 15. 01:00경까지 피해자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피해자들과 함께 방문과 창문의 틈에 청테이프를 붙여 밀폐하고, 연탄이 피워져 있는 화덕 2개를 방 안으로 옮겨 놓고, 수면제 약 20알씩을 나누어 먹고 잠을 잤다.

이로써 피고인 2는 피해자들로 하여금 각 일산화탄소 중독증에 의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여 자살을 방조하였다.

 

양형 이유

인간의 생명은 어느 누구도 함부로 처분할 수 없는 절대성과 존엄성을 지닌 것이므로, 결과적으로 타인의 생명을 침해하는 자살방조 행위는 이를 엄히 처벌하지 않을 수 없고, 특히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인하여 아직 판단능력이 성숙하지 않은 나이 어린 피해자들까지 사망에 이르렀던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들의 죄질과 범정이 매우 무겁다고 할 것이다.

피고인 1은 인터넷상에 이른바 자살 카페를 개설하여 불특정 다수인을 위 카페에 가입하도록 한 다음, 그들의 자살 의지를 강화시키고 그 실행을 용이하게 하였는바, 이러한 행위가 갖는 사회적 위험성이 매우 크고, 위와 같은 행위로 인하여 실제 9명의 피해자가 자살을 시도하여 그 중 7명이 생명을 잃는 중한 결과가 발생하였으며, 나아가 생명경시 풍조가 만연한 지금의 상황에서 자살방조 행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울 필요성이 있는 점 등을 아울러 고려할 때 피고인에게 중형을 선고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피해자들의 자살에 관여한 정도가 그리 무겁지 아니한 점, 피고인이 우울증 등으로 인하여 삶의 의욕을 잃은 상태에서 우연히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되었던 점, 현재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면서 열심히 살아갈 것을 다짐하고 있는 점, 초범인 점, 그 밖에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제반 양형 요소를 참작한다.

피고인 2의 경우 피해자들과 함께 자살을 시도하던 중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되었던 점, 현재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고 기존의 채무관계를 정리하여 가족들과 함께 성실히 살아갈 것을 다짐하고 있는 점, 이 사건 이전에 달리 무겁게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그 밖에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제반 양형 요소를 참작한다.

 

(6) 대법원 2005. 6. 10. 선고 2005도1373 판결 [자살방조· 강도예 비·절도 ·총포 ·화약류등단속법위반 ·유해화학물질관리법위반]

 

판결 요지

형법 제252조 제2항의 자살방조죄는 자살하려는 사람의 자살행위를 도와주어 용이하게 실행하도록 함으로써 성립되는 것으로서, 그 방법에는 자살 도구인 총, 칼 등을 빌려주거나 독약을 만들어 주거나 조언 또는 격려를 한다거나 기타 적극적, 소극적, 물질적, 정신적 방법이 모두 포함된다 할 것이나, 이러한 자살방조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그 방조 상대방의 구체적인 자살의 실행을 원조하여 이를 용이하게 하는 행위의 존재 및 그 점에 대한 행위자의 인식이 요구된다.

피고인이 인터넷 사이트 내 자살 관련 카페 게시판에 청산염 등 자살용 유독물의 판매 광고를 한 행위가 단지 금원 편취 목적의 사기 행각의 일환으로 이루어졌고, 변사자들이 다른 경로로 입수한 청산염을 이용하여 자살한 사정 등에 비추어, 피고인의 행위는 자살방조에 해당하지 않는다.

 

판결 이유

형법 제252조 제2항의 자살방조죄는 자살하려는 사람의 자살행위를 도와주어 용이하게 실행하도록 함으로써 성립되는 것으로서, 그 방법에는 자살도구인 총, 칼 등을 빌려주거나 독약을 만들어 주거나 조언 또는 격려를 한다거나 기타 적극적, 소극적, 물질적, 정신적 방법이 모두 포함된다 할 것이나 (대법원 1992. 7. 24. 선고 92도1148 판결 참조), 이러한 자살방조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그 방조 상대방의 구체적인 자살의 실행을 원조하여 이를 용이하게 하는 행위의 존재 및 그 점에 대한 행위자의 인식이 요구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원심이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이 사건 변사자들은 2004. 3. 9.경 동반 자살하기에 앞서 ‘자살에 관하여’ 등 그 판시 인터넷 사이트 내 자살 관련 카페 (동호회) 등지에서 자살에 사용할 청산염 등 유독물의 구입처와 동반 자살자를 물색하여 오던 중 2004. 2. 18.경부터 같은 해 2. 25.경까지 위 카페 게시판에 청산염 등 자살용 유독물의 일반적 효능 소개를 곁들인 판매 광고용 글을 올린 피고인 1과 사이에 위 청산염 구입을 위한 상담용 이메일을 주고받고 통화까지 하였으나, 피고인들은 실제로는 위 청산염을 소지한 바도 없이 단지 금원 편취의 의도로 위 판매 광고 등을 한 것으로 보이고, 변사자 1 또한 2004. 2. 25.경 이를 알아채고서 그 후 피고인들과 접촉을 중단하고 다른 불상의 경로를 통해 청산염을 입수한 다음 변사자 2, 변사자 3 등 나머지 변사자들을 그의 소재지로 불러 모아 동반 자살하기에 이른 사실이 인정된다.

위 인정 사실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피고인들의 이 사건 판매 광고 등의 행위는 단지 금원 편취 목적의 사기행각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일 뿐 그 후 다른 경로로 입수한 청산염을 이용한 위 변사자들의 자살행위에 어떠한 물질적 혹은 유형적 기여도 하지 못한 점, 위 변사자들이 위 자살 관련 카페에서의 상호 교감을 통해 이미 자살을 결의하고 구체적 실행 방법만을 물색하고 있던 상황인 데다가 피고인들의 위 판매 광고가 사기행각임이 발각되기까지 하였음에 비추어 피고인들이 위 변사자들의 자살의 실행에 정신적 혹은 무형적으로 기여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기록에 의하면 위 변사자들의 자살에 사용된 청산염의 효능에 대하여는 이미 위 자살 관련 카페의 회원들 사이에서는 주지의 사실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피고인들의 위 행위가 위 변사자들이 실행한 자살행위를 원조하여 이를 용이하게 한 방조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할 것이다.

나아가 위와 같은 사정하에서라면 단지 가짜 청산염 판매 광고의 수법으로 금원을 편취하고자 한 피고인들에게 위 변사자들의 구체적 자살행위에 관한 방조의 범의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할 것이니, 같은 취지에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은 정당하다 할 것이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7) 부산고등법원 1996. 10. 30. 선고 96노502 판결 [위력자살결 의 (인정된 죄명:자살교사), 위력자살결의방조 (인정된 죄 명:자살방조)]

 

판결 요지

위력자살결의죄 내지 위력자살결의방조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피해자에 대한 폭행이나 협박 등의 위력이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여 피해자가 그 의사결정 능력을 완전히 상실하거나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하여 피해자가 자살 이외의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극히 곤란한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를 정도의 것이어야 하고, 이러한 위력의 정도가 피해자의 의사결정 능력을 완전히 상실하거나 피해자가 자살 이외의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극히 곤란한 상황에 이를 정도의 것이었는지 여부는 위력의 강약 그 자체만으로 판단할 것은 아니며, 유형력을 행사한 당해 위력의 내용과 정도, 위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 관계, 자살 당시의 정황 등 구체적인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이 경우에 위력이 어느 정도에까지 이르렀는가는 구체적인 상황하에서 피해자의 단순한 주관이나 심리상태에 의할 것이 아니라 사회통념에 비추어 그 행위의 내용이 일반적으로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여 자살 이외의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극히 곤란한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를 정도의 것이었는가는 객관적인 판단에 의하여 결정해야 한다.

공소 제기된 위력자살결의 및 위력자살결의방조의 범죄사실 중에는 자살교사 및 자살방조의 범죄사실이 포함되어 있고, 피고인들이 피해자로 하여금 자살을 하도록 한 경위 등에 대하여 충분한 심리가 이루어졌으므로 피고인들을 그 공소사실에 포함된 자살교사 및 자살방조로 처벌하더라도 피고인들에게 불의의 처벌을 가하거나 그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위력자살결의 및 위력자살결의방조죄로 기소된 것을 공소장 변경 없이 직권으로 자살교사 및 자살방조죄로 인정한다.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들 및 변호인의 항소이유 제1점의 요지는, 피고인 1은 피해자 (19세, 여)로 하여금 피고인 2와 헤어지도록 말로써 설득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그녀의 몸에 석유를 뿌려 불을 지를 것같이 겁을 주면, 그녀가 겁을 먹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더 이상은 남편인 피고인 2와의 관계를 유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서 피해자의 몸에 석유를 뿌린 다음에 라이터를 건네주면서 불을 붙여 보라고 한 것에 불과하고 피해자가 그 의사결정의 자유를 상실하거나 피해자가 자살을 선택하는 것이 무리가 아닐 정도로 폭행이나 협박 등의 위력을 가한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나아가 위 피해자가 스스로 몸에 불을 붙일 것이라고는 예견할 수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것은 증거의 가치판단을 그르쳐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는 것이고, 항소이유 제2점의 요지는 피고인들에게는 별다른 범죄전력이 없고, 우발적으로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되었으며, 범행 후 깊이 뉘우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의 선고형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것이다.

 

항소심의 판단

먼저 항소이유 제1점에 관하여 보건대, 위력자살결의죄 내지 위력자살결의방조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피해자에 대한 폭행이나 협박 등의 위력이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여 피해자가 그 의사결정 능력을 완전히 상실하거나,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하여 피해자가 자살 이외의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극히 곤란한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를 정도의 것이어야 하고, 이것이 가해자의 살인의 범의와 아울러 비로소 위력자살결의죄 내지 위력자살결의방조죄가 성립하는 것이며, 이러한 위력의 정도가 피해자의 의사결정 능력을 완전히 상실하거나, 피해자가 자살 이외의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극히 곤란한 상황에 이를 정도의 것이었는지 여부는 위력의 강약 그 자체만으로 판단할 것은 아니며, 유형력을 행사한 당해 위력의 내용과 정도, 위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자살 당시의 정황 등 구체적인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이 경우에 위력이 어느 정도에까지 이르렀는가는 구체적인 상황하에서 피해자의 단순한 주관이나 심리상태만에 의할 것이 아니라 사회통념에 비추어 그 행위의 내용이 일반적으로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여 자살 이외의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극히 곤란한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를 정도의 것이었는가는 객관적인 판단에 의하여 결정할 것이다.

원심이 적법하게 증거조사하여 채택한 각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검토하면, 피고인 1이 피해자를 대구에서 위 범행 현장까지 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적으로 승용차에 태워서 데려온 다음 위 피해자에게 남편인 피고인 2와의 불륜관계를 청산하라고 요구하자 위 피해자가 “죽었으면 죽었지 헤어지지는 못하겠다.”고 대답하자 피고인 1이 18ℓ들이 석유 2통을 위 피해자의 몸에 뿌리고, 1회용 가스라이터를 위 피해자에게 건네주면서 “죽을 자신이 있으면 죽어라.”고 말하여 어느 정도의 위력을 행사하여 위 피해자가 피고인 1로부터 건네받은 라이터로 자신의 몸에 불을 붙여 즉석에서 전신화염화상으로 사망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한편 기록에 의하면, 위 피해자는 1995. 11. 10.부터 같은 해 12. 26.까지 피고인들이 경영하는 횟집에서 종업원으로 일하였는데, 1995. 12. 일자불상경 위 피해자와 피고인 2가 서로 성관계를 맺게 되면서 이로 인하여 피고인들 사이에 불화가 발생하게 되었고, 피고인 1이 위 피해자를 만나서 피고인 2와의 불륜관계를 청산할 것을 다짐받고는 위 피해자를 용서하기로 하여 계속하여 위 횟집에서 일하였으나, 피고인들 사이에 그 문제로 인하여 불화가 계속되자 위 피해자는 더이상은 위 횟집에서 일하지 못하고 대구에 있는 친구 공소외인의 집으로 가 버린 사실, 그 후 1996. 1. 3. 위 피해자와 피고인 2가 서로 전화통화를 하다가 피고인 1에게 발각되어 피고인 1이 이를 따지기 위하여 피고인 2와 함께 승용차를 타고 거창에서 대구까지 가서 위 피해자를 만나 그날 12:00경 위 피해자를 태우고서 다시 거창으로 돌아오면서 피고인 1이 위 피해자에게 피고인 2와의 관계를 단절할 것인지에 관하여 추궁하였으나 위 피해자는 헤어질 수 없다고 대답한 사실, 이에 순간적으로 화가 난 피고인 1이 위 피해자를 죽이던지 살리던지 자신이 알아서 할 것이니 석유를 가져오라고 하여 피고인 2가 피고인들의 집에 있던 석유 2통을 자동차에 싣고 이건 범행 현장으로 가던 중 피고인 1의 지시에 따라 피고인 2가 석유 1통에 거창읍 대평리 소재 중동주유소에서 석유를 구입한 사실, 피고인들이 위 피해자를 데리고 대구에서 이건 범행 현장까지 오면서 위 피해자를 폭행하지는 않았으나, 피고인 1이 피해자에게 “잘 대해 주었는데도 은혜를 원수로 갚는 자는 죽어야 마땅하다.”는 취지로 죽음을 암시하였던 사실, 피고인 1이 위 피해자에게 “죽을려면 죽어라.” 등으로 고함을 치면서 석유를 뿌릴 때에도 위 피해자는 고개를 숙인 채 가만히 서서 있었을 뿐 별다른 저항을 하지는 않았던 사실, 위 피해자는 비록 당시 19세의 미성년의 소녀이기는 하지만 피고인 1이 피해자에게 위력을 행사하였다는 범행시간이 14:30경으로 낮시간이었고, 이건 범행의 장소는 경남 거창군 남상면 매산부락에서 감악산에 있는 연수사로 가는 중간지점의 산중턱의 밭으로서 도로에서 약 10m 정도 떨어진 곳으로서 도로에서 시야가 제한되지 아니한 곳이었던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정과 아울러 피해자가 피고인들로부터 도망하는 데에 별다른 장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에게는 위 피해자가 피고인 1의 집요한 불륜관계에 대한 추궁으로 육체적, 정신적으로 압박을 받은 나머지 스스로의 죄책감과 이러한 압박을 모면하고자 자살할지도 모른다고 인식하면서도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위력을 행사한 것이라 할 것이지만, 피고인들이 위 피해자에게 가한 위력의 정도는 피해자의 의사결정 능력을 완전히 상실하거나, 피해자가 자살 이외의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극히 곤란한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를 정도의 것이었다고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단정하기에는 부족하다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들의 항소 논지는 이유 있다.

 

무죄 부분

피고인 1의 위력자살결의의 점 및 피고인 2의 위력자살결의방조의 점의 요지는 원심 판시의 범죄사실란의 기재와 같은바, 위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1이 피해자에 대하여 행사한 위력의 정도가 위력자살결의죄의 위력의 정도에 미치지 못한다 할 것이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나, 피고인들에 대하여 공소제기된 위력자살결의 및 위력자살결의방조의 범죄사실 중에는 판시 자살교사 및 자살방조의 범죄사실이 포함되어 있고, 피고인들이 위 피해자로 하여금 자살을 하도록 한 경위 등에 대하여 충분한 심리가 이루어졌으므로 피고인들을 위 공소사실에 포함된 자살교사 및 자살방조로 처벌하더라도 피고인들에게 불의의 처벌을 가하거나 그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공소장 변경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직권으로, 공소제기된 위력자살결의 및 위력자살결의방조죄와 각 일죄 관계에 있는 피고인 1에 대하여 자살교사죄를, 피고인 2에 대하여 자살방조죄를 각 유죄로 인정한 이상 주문에서 따로 각 무죄의 선고를 하지는 아니한다

 

(8)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1989. 6. 27. 선고 89고합5 판결 [살인]

 

판결 요지

피해자가 자살할 의도로 극약이 들어있는 병을 들고 마시려 하자 죽을테면 죽어 보라고 하면서 그 병을 들고 피해자의 입에 극약을 부어 넣어 주어 피해자로 하여금 사망하게 하였다면 이는 자살방조죄가 될 뿐 살인죄가 된다고 할 수 없다.

 

범죄 사실

피고인은 1988.6.일자 미상 12:00경 천안시 신방동 676 피고인의 누나인 피해자 공소외 1의 집 안방에서 위 피해자가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치료중이던 피고인의 형 공소외 2를 완치되지 않았는데도 일찍 퇴원시켜 피고인이 그를 돌보느라고 어렵게 한다는 이유로 말다툼 끝에 미리 준비하여 가지고 간 위험한 물건인 쇠망치로 피해자의 후두부를 1회 때려 피해자에게 약 10일간의 치료를 요하는 좌측 후두정부두피열창 등의 상해를 가하고,

같은 해 7. 일자미상 20:00경 아산군 배방면 휴대리 1구 158 피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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