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과 B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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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폭염중대경보를 내렸다. 이 여름을 어떻게 보내지?
산책도 하기 어렵고, 집에만 있을 수도 없다. 결국 더위를 피해 영화관이 있는 복합쇼핑몰을 자주 찾게 된다.
아이쇼핑도 하고, 영화도 보고, 마트에서 간단하게 장도 본다.
마블 시리즈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를 보게 되었다.
빈 좌석이 없을 정도로 청년과 청소년 관람객이 꽉 차 있었다.
전편(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을 보지 않았으나 줄거리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혹시나 하고 보았으나 역시나였다.
평론가들의 평이 좋았다는 기사와 달리 지루했다.
불필요한 감정적인 독백, 싸움하는 중에 뜬금없이 자기에게 던지는 질문, 빌런들과 주고받는 티키타카가 80・90년대 만화책이나
2,000년대 초반 B급 히어로물에서나 나올 법한 수준이었다.
옛날 대본을 그대로 써먹었나? 여길 정도였다.
피터가 직접 재봉틀로 기워서 만든 수트는 볼품없었고 CG는 너무 과했다.
가장 우스꽝스러웠던 건 일본 사무라이도 아니고 중국 무협의 고수도 아닌 사람들이 나와서 동양식 칼싸움을 하는 장면이었다.
일본 도법은 직선적이고 묵직한 한 방과 베기가 핵심이고, 중국 검법은 유연함과 다채로움이 핵심이다.
일본의 도(刀)는 날이 한쪽에만 있고 약간 굽은 구조로 무게중심을 이용해 묵직하게 베거나 절제된 동작으로 단번에 벤다.
공중제비를 돌며 현란하게 찌르고 회전하는 무기가 아니다.
중국의 검(劍)은 날이 양쪽에 있고 가벼워서 공중을 날아다니며 찌르고 튕겨내는 등 유연하고 화려한 동작에 적합하다.
스파이더맨의 악당들은 일본식 도를 쥐고 중국 검술을 하니 무기와 동작의 결이 전혀 맞지 않았다.
중국 무협이나 선협물에 나오는 검술은 기예, 기공, 철학이 결합한 예술이다.
유연한 신체 움직임과 도포 자락이 날리는 궤적, 칼끝이 그리는 곡선이 철저하게 계산되어 시각적 아름다움을 극대화한다.
배우와 무술 감독이 수개월간 합을 맞춰 동작 하나하나가 기품 있는 춤처럼 흐른다.
겹겹이 껴입은 얇은 비단 옷자락은 배우가 회전하고 공중을 날 때마다 바람을 타고 아름다운 궤적을 그림으로써
액션의 완성도와 우아함을 더한다.
그런데 스파이더맨의 악당들은 뻣뻣하고 묵직한 일본풍 옷을 입고 날아오르거나 공중제비를 돌았다.
우아하기는커녕 둔하고 어색해서 조금도 아름답지 않았다.
서양의 영화 제작진이나 무술 감독은 칼을 빠르게 휘두르고 공중회전을 몇 번 하면 동양적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동양 무술 특유의 정신적 상징성이나 동작의 정갈한 선을 이해하지 못한 채 무작정 스피드와 와이어 액션과 과도한 CG만 덧입힌다.
동양 무술과 문화에 대한 이해가 없는 서양 관객은 1차원적으로 와, 칼 들고 공중제비 도니까 동양적이고 스펙타클하네!
하고 넘어갈 수 있겠으나, 동양의 관객은 나처럼 생각하지 않을까?
1998년에 나온 디즈니 애니메이션 <뮬란>은 겉모습은 일본이고 내용은 중국인, 전형적인 ‘서양식 오리엔탈리즘 짬뽕’의 대표적 사례였다.
뮬란(Mulan)은 주인공 목란(木蘭)의 영어식 발음이다.
뮬란이 중매쟁이를 만나러 갈 때 하얗게 분칠한 얼굴은 일본의 게이샤나 가부키 분장이고,
뮬란의 집 안뜰에 있는 벚나무와 툇마루는 일본의 전형적인 가옥 양식이다.
내용은 중국의 유명한 구전 서사시인 목란시(木蘭詩)를 바탕으로,
북위 시대에 훈족의 침략에 맞서 아버지를 대신해 남장하고 입대한 여성 영웅을 다루고 있다.
만리장성, 황제, 만두, 용, 조상신 등 이야기를 이루는 모든 소재는 명백한 중국의 문화 요소다.
아이들이 조르는 통에 함께 영화를 보고 온 친구가 서양이 동양을 이해하는 수준은 ‘천박함’ 그 자체라고 말했었다.
디즈니 제작진은 동양에 대한 미학적 이해나 고증 없이
서양인 눈에 가장 이국적이고 동양적으로 보이는 요소들을 여기저기서 긁어모아서 영화를 만들었다.
중국의 거친 대륙적 서사 위에 이미 익숙했던 일본의 정적인 비주얼을 얹었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서양의 감독이나 제작진이 동양의 문화, 철학, 가치관은 물론이고 무술 장면 하나에도 깃들어 있는 미학적 관점을 분석하지 않고
‘짬뽕 오리엔탈리즘’을 만들어 내는 이유는 문화적 오만함과 게으름 때문이 아닐까.
BTS의 그래미 보이콧은 문화적으로 오만하고 게으른 서양인에게 보내는 부드럽지만 분명한 비판이자 경고다.
스파이더맨을 관람한 청소년과 젊은이들이 BTS만큼은 아닐지라도
서양 콘텐츠 제작자들의 고질적이고 개념 없는 오리엔탈리즘을 꿰뚫어 보기를 바란다면 나의 지나친 욕심일까?
산책도 하기 어렵고, 집에만 있을 수도 없다. 결국 더위를 피해 영화관이 있는 복합쇼핑몰을 자주 찾게 된다.
아이쇼핑도 하고, 영화도 보고, 마트에서 간단하게 장도 본다.
마블 시리즈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를 보게 되었다.
빈 좌석이 없을 정도로 청년과 청소년 관람객이 꽉 차 있었다.
전편(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을 보지 않았으나 줄거리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혹시나 하고 보았으나 역시나였다.
평론가들의 평이 좋았다는 기사와 달리 지루했다.
불필요한 감정적인 독백, 싸움하는 중에 뜬금없이 자기에게 던지는 질문, 빌런들과 주고받는 티키타카가 80・90년대 만화책이나
2,000년대 초반 B급 히어로물에서나 나올 법한 수준이었다.
옛날 대본을 그대로 써먹었나? 여길 정도였다.
피터가 직접 재봉틀로 기워서 만든 수트는 볼품없었고 CG는 너무 과했다.
가장 우스꽝스러웠던 건 일본 사무라이도 아니고 중국 무협의 고수도 아닌 사람들이 나와서 동양식 칼싸움을 하는 장면이었다.
일본 도법은 직선적이고 묵직한 한 방과 베기가 핵심이고, 중국 검법은 유연함과 다채로움이 핵심이다.
일본의 도(刀)는 날이 한쪽에만 있고 약간 굽은 구조로 무게중심을 이용해 묵직하게 베거나 절제된 동작으로 단번에 벤다.
공중제비를 돌며 현란하게 찌르고 회전하는 무기가 아니다.
중국의 검(劍)은 날이 양쪽에 있고 가벼워서 공중을 날아다니며 찌르고 튕겨내는 등 유연하고 화려한 동작에 적합하다.
스파이더맨의 악당들은 일본식 도를 쥐고 중국 검술을 하니 무기와 동작의 결이 전혀 맞지 않았다.
중국 무협이나 선협물에 나오는 검술은 기예, 기공, 철학이 결합한 예술이다.
유연한 신체 움직임과 도포 자락이 날리는 궤적, 칼끝이 그리는 곡선이 철저하게 계산되어 시각적 아름다움을 극대화한다.
배우와 무술 감독이 수개월간 합을 맞춰 동작 하나하나가 기품 있는 춤처럼 흐른다.
겹겹이 껴입은 얇은 비단 옷자락은 배우가 회전하고 공중을 날 때마다 바람을 타고 아름다운 궤적을 그림으로써
액션의 완성도와 우아함을 더한다.
그런데 스파이더맨의 악당들은 뻣뻣하고 묵직한 일본풍 옷을 입고 날아오르거나 공중제비를 돌았다.
우아하기는커녕 둔하고 어색해서 조금도 아름답지 않았다.
서양의 영화 제작진이나 무술 감독은 칼을 빠르게 휘두르고 공중회전을 몇 번 하면 동양적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동양 무술 특유의 정신적 상징성이나 동작의 정갈한 선을 이해하지 못한 채 무작정 스피드와 와이어 액션과 과도한 CG만 덧입힌다.
동양 무술과 문화에 대한 이해가 없는 서양 관객은 1차원적으로 와, 칼 들고 공중제비 도니까 동양적이고 스펙타클하네!
하고 넘어갈 수 있겠으나, 동양의 관객은 나처럼 생각하지 않을까?
1998년에 나온 디즈니 애니메이션 <뮬란>은 겉모습은 일본이고 내용은 중국인, 전형적인 ‘서양식 오리엔탈리즘 짬뽕’의 대표적 사례였다.
뮬란(Mulan)은 주인공 목란(木蘭)의 영어식 발음이다.
뮬란이 중매쟁이를 만나러 갈 때 하얗게 분칠한 얼굴은 일본의 게이샤나 가부키 분장이고,
뮬란의 집 안뜰에 있는 벚나무와 툇마루는 일본의 전형적인 가옥 양식이다.
내용은 중국의 유명한 구전 서사시인 목란시(木蘭詩)를 바탕으로,
북위 시대에 훈족의 침략에 맞서 아버지를 대신해 남장하고 입대한 여성 영웅을 다루고 있다.
만리장성, 황제, 만두, 용, 조상신 등 이야기를 이루는 모든 소재는 명백한 중국의 문화 요소다.
아이들이 조르는 통에 함께 영화를 보고 온 친구가 서양이 동양을 이해하는 수준은 ‘천박함’ 그 자체라고 말했었다.
디즈니 제작진은 동양에 대한 미학적 이해나 고증 없이
서양인 눈에 가장 이국적이고 동양적으로 보이는 요소들을 여기저기서 긁어모아서 영화를 만들었다.
중국의 거친 대륙적 서사 위에 이미 익숙했던 일본의 정적인 비주얼을 얹었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서양의 감독이나 제작진이 동양의 문화, 철학, 가치관은 물론이고 무술 장면 하나에도 깃들어 있는 미학적 관점을 분석하지 않고
‘짬뽕 오리엔탈리즘’을 만들어 내는 이유는 문화적 오만함과 게으름 때문이 아닐까.
BTS의 그래미 보이콧은 문화적으로 오만하고 게으른 서양인에게 보내는 부드럽지만 분명한 비판이자 경고다.
스파이더맨을 관람한 청소년과 젊은이들이 BTS만큼은 아닐지라도
서양 콘텐츠 제작자들의 고질적이고 개념 없는 오리엔탈리즘을 꿰뚫어 보기를 바란다면 나의 지나친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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