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집 나부의 춤
페이지 정보

본문
나부의 춤
■ 작가의 말
그동안 문예지에 발표했던 소설을 한 권의 책으로 묶는다. 새로운 표지와 표제를 정하고 다시 수정하면서 초고를 썼던 감성이 복기되는 과정이었다. 의식을 치르는 마음으로 품고 있던 글을 마지막으로 읽었다.
이 책에는 나의 모든 감정 요소가 들어있다. 열정과 나태, 갈증과 해소 그리고 정화와 치유를 가공의 인물 속에서 찾으려 했다. 누구나 품고 있는 깊은 우물을 들여다보는 시간이었으며 일상 뒤에 숨어버린 외면된 슬픔을 직면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내면 소리에 귀 기울여 글을 썼다. 의미 있는 중요한 대상에게 받은 상처가 삶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접근해 보았고 꿈을 찾기 위해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과정도 말했다. 현실 세계 부조화에서 정신적 균형감을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을 모색했다. 때론 결말의 매듭을 짓지 않고 방관하듯 내버려두었다. 최선이 아닌 차선의 방법이 해답일 수도 있다. 독자가 각기 다른 답을 찾아주길 바랄 뿐이다.
갈등과 역할 부재에서 오는 결핍, 상실감을 말하면서 가족의 해체에서 부조화 원인을 찾는 의식의 무의식화가 되었는지 모른다. 오류를 범한 것이 아니었으면 한다. 소설을 쓴다는 이유로 허구인 것을 내세워 독자의 묻어둔 아픔을 헤집어 놓았을지도 모른다. 부디 작가의 의도를 살펴주길 바라며 공감과 위안이라는 무형의 변형된 형태로 마음에 남길 바랄 뿐이다.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살아간다는 것은 축복일 것이다. 희망으로 오늘을 이겨내고 꿈꾸는 것으로 새로운 삶을 일궈간다면 분명 아름다운 내일을 맞이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그것만으로도 고단한 현실은 과정일 뿐 삶의 축복일 것이다.
글과 그림은 내 영혼을 사랑하는 방법이다. 그림은 온전히 작가의 주관적인 것을 담는다면 소설은 타자의 이해와 공감을 불러일으켜야 하는 상대적 창작물이다. 사용하는 도구는 다르나 감상자에게 묵직한 위로가 된다고 생각된다. 그 처방의 도구를 찾기까지 고단함이 따르지만 해야만 하는 당위성에 나를 묶어두게 된다. 독자를 향한 하나의 예술 행위를 위해 창작이라는 이름을 빌린다. 그 뒤에 따르는 물리적 고독의 시간을 나는 사랑한다.
2025년 봄을 기다리며
이남산
■ 차례
작가의 말 6
해방고시원 13
나부의 춤 49
수피(樹皮) 73
불 꺼진 창 99
선택의 변명 129
드림캐처 155
일그러진 초상 185
회전레일 213
푸른 날개 241
해설 │ 박다솜(문학평론가) 269
수피(樹皮)의 온기 267
■ 해설 중에서
이남산 소설 속의 한 문장이다. 첫 창작집 속의 주제들이 상처와 사랑과 아픔 갈등으로 점철된 상황을, 어두운 숲속 죽은 나무들의 웅성거림에 비유한 듯 느껴져서 인용한 것이다.
「나부의 춤」 「드림캐처」의 실연과 「불 꺼진 창」의 뼈를 저미는 고독과 나의 정체성을 끝내 천착하게 되는 「해방고시원」 등, 아홉 편의 작품이 편편마다 명징하여 가독성을 갖게 한다. 유소년기의 상처가 성인에 이르도록 의식에 영향을 끼침을, 그래서 삶이 끝없이 황량하고 외로움을, 작품 속 화자는 역설하면서도 나름의 방법으로 해결하며 사회 속에 안착한다.
현대 젊은이들의 끝없는 이기심과 영악함이 전편에 리얼하게 그려지고, 더불어 유튜브에 심취하는 일인 방송이 삶의 희열과 함께 출구가 되는, 나날이 변하는 세상을 실감케도 한다.
이남산 작가는 소설적 재능도 탁월하지만, 중견 화가(畵家)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작품의 묘사도 그림을 보듯 섬세 선명하고 정확 유려하다.
_김지연(소설가)
외로움과 결핍에 시달리던 인물들이 작은 호의에 기대어 삶을 지속하기 때문에 이남산의 소설은 미덥다. 소설 속 인물들처럼 우리 자신도 그럴 수 있을 것만 같다. 이 작은 안도감이 독자들에게 수행하는 느슨한 돌봄일 것이다.
_박다솜(문학평론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