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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규 소설집 생각해 봤는데 너무하다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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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소설가협회
댓글 0건 조회 27회 작성일 25-06-20 12:01

본문




생각해 봤는데 너무하다 싶어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는 기억 윤리의 서사!



생각해 봤는데 너무하다 싶은 일들곧 소설 속 인물들이 맞닥뜨린 단절과 충돌은 우리 사회가 아직 해결하지 못한 과제들의 축소판이다장두영(문학평론가·아주대학교 국문과 교수)

 

이 책은

 박성규의 작가의 신작 소설집으로 각각 저마다의 결을 가진 다섯 편의 작품을 한자리에 묶었다정년퇴직을 앞둔 남성이 안전지대를 찾아 헤매는 여정와인의 풍미를 빌려 욕망과 관계의 긴장감을 탐색하는 이야기방송작가의 창작노동을 통해 젠더 권력의 민낯을 드러내는 고발굿 의례와 귀향 서사를 겹쳐 과거와 현재를 화해시키는 이야기그리고 유령의 시선으로 반복되는 참사의 구조를 고발하는 환상적 리얼리즘까지 그리고 있다.


 「안전지대는 정년퇴직을 앞둔 서술자인 의 하루 이동 경로를 따라가는 이야기이다그동안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 머물던 탓인가회사 바깥 도시의 곳곳을 돌아다니는 의 앞에는 새로운 것들이 속속 펼쳐진다그리고 는 자신이 마주한 새로움에 대해 면밀히 관찰하고 다양한 각도에서 들여다본다그 결과 의 시선을 통해 펼쳐지는 소설의 서술은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날의 모습을 하나씩 스케치하게 된다작품은 뚜렷한 사건 없이 공간 전이형 로드무비 구성으로 진행된다. ‘회사카페서점지하철으로 이어지는 동선은안전지대를 찾으려다 끝내 이라는 최소 단위로 회귀하는 원형적 궤도를 그린다.


 「안전지대는 우리가 평소에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다양한 경계와 틈을 하나씩 소설의 문장으로 담아내는 방식의 작품이다소설은 안전지대를 찾아 돌아다니는 의 발걸음에서 고령사회 한국이 마주한 세대 분리의 공간화 현상을 날카롭게 포착한다문체는 독백에 가까운 1인칭 서술이며유머러스한 이름(이조원·김만년)을 통해 시스템적 폭력의 부조리를 풍자하기도 한다긴 호흡의 문장생활어·비유·회상을 교차시키는 방식은 정년퇴직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장년 남성의 뒤엉킨 생각을 리얼하게 재현한다이로써 독자는 인물의 조급함·분노·허탈을 심리적 체험으로 공유하게 된다. ‘안전지대가 어딘지 분간이 잘되지 않는 아이러니한 상태정년퇴직을 앞둔 장년의 눈에 비친 오늘날 우리 사회의 세태이며점점 좁아지는 존재론적 입지에 대한 적확한 포착이 아닐 수 없다.


 「바람의 시간은 소믈리에와인 동호회미술 전시라는 전문적 취향의 영역을 전면에 내세우는 작품이다작품은 주인공 은영이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고르다 난감해하는 장면에서 소믈리에 현우를 소개 받으며 시작되는데대화 속 감각적 비유를 앞세워서 독자는 소믈리에의 언어를 맛보듯 들을 수 있다은영이 현우가 이끄는 와인 프로그램에 들어서면서독자는 본격적인 동호회 모습을 목격한다강의가 가라앉을 때 동철이 표현이 떠오르지 않네라며 머쓱해하는 모습은 초심자의 시선을 대변하고이를 통해 난해한 테이스팅 서사를 유머로 완충한다또 여성 회원 나리·지윤의 잔을 나누는 짝꿍의 묘사는 문화자본 경연장이기 쉬운 와인 클럽을 소소한 사람 구경의 장으로 환기한다이처럼 와인 동호회에 가본 적이 없는 독자에게는 새로운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흥미로운 간접 경험이 된다.

 그러면서 주인공 은영이 사랑을 예감하고 사랑에 빠졌다가 사랑에 배반당하는 일련의 서사를 내걸어서 소설적 흥미를 살리고 있다바람의 시간은 새로운 사랑에 대한 기대가 한껏 부풀어 오른 은영의 심리 묘사와 새로운 삶의 페이지가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깔린 작품으로긍정적 미래에 대한 암시로 그려지는 결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만루홈런은 여성 방송작가의 퇴사와 재도전을 중심으로플랫폼 자본주의 시대 창작노동의 불안정성과 미디어 업계 내 젠더 권력 구조를 예리하게 분석한다주인공 박주희가 몸담았던 방송국은 콘텐츠 제작의 현장으로 국장, PD, 작가서브 작가로 이어지는 위계질서는 오직 프로그램 성공률이라는 수치로만 인간을 평가한다이는 오늘날 플랫폼 자본주의가 요구하는 실시간 성과 지표의 대표적인 예시로 창작이 재능과 열정의 결과가 아니라 계약직과 프리랜서 노동으로 환원되는 현실을 그려낸다주희가 과 쇠뭉치로 표현된 폭력적 피드백 혹은 잔소리에 시달리는 장면은 창작노동자의 시달림과 고통을 잘 보여준다여기서 작가는 단순한 업무 스트레스가 아니라창작자의 인격과 작품이 분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작품에 대한 공격이 존재 자체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지는 구조적인 억압을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 가장 강렬한 사회적 고발은 성별 권력 불균형에 관한 것이다국장이 박주희 박 작가를 방 작가라고 잘못 부르며 상대방을 무시해버리고술자리를 미끼로 썸 타자고 제안하는 장면은 우리 사회 여러 종류의 조직에서 빈번히 보고되는 권력형 성희롱의 전형적인 사례이다주희는 문학상 발표를 기다리며 휴대폰 벨 소리에 과민 반응하지만기다리는 수상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시원하게 국장을 물먹이면서 쌓였던 울분을 털어버리면서도 다시 복직되어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는 나혜의 연락을 받으면서 왠지 자신이 날려야 할 통쾌한 한 방을 빼앗긴 것 같은 기분마저 느낀다.


 이 소설이 단순한 복수의 성공으로 끝났더라면 그 자체로 만루홈런은 완결되었을 것이다하지만 홈런이 불발로 끝났다는 것은 복수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불합리한 억압과 폭력적인 시달림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계속될 것임을 암시한다그러한 부정적인 현실은 어느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와 연결된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셈이다.


 중편소설해신당은 굿 의례에 관한 서사와 과거 기억 속 그리운 인물에 관한 서사를 유기적으로 결합시킨 작품이다관객관광객무속 주체들이 뒤엉킨 굿판의 장관은 산 자와 죽은 자과거와 현재가 한데 뒤엉키는 제의적 시간을 창출하며독자는 이 시간 속에서 일상적 논리를 벗어난 심층적 체험을 하게 된다.


 이 소설에서 바다는 생명과 파국을 동시에 품은 곳이며 노동과 죽음을 잇는 거대한 추로 기능한다어부들이 만선을 기대하며 그물을 던지고 잡은 고기로 어촌은 잠시 흥청거리기도 하지만예상치 못한 돌풍 한 번이면 배가 순식간에 전복되고 시신조차 찾지 못하는 참담한 죽음이 찾아온다근대적인 산업화 이전부터 수천수만 년 동안 이어져 오던 어부들의 노동과 죽음이 펼쳐지던 공간으로서의 바다는 운명에 전적으로 종속된 인간의 비극성을 동시에 환기하는 문학적 장치가 된다이런 바다로 를 초대한 것이 바로 굿 의례이다어촌의 풍어를 기원하고무사고를 기원하는 굿이 올해도 열렸고, ‘는 고향으로 돌아가 어린 시절 고향 친구 해수와 만나고 굿을 구경한다.

경호 형은 이 작품에서 가장 복합적인 의미를 지닌다대학생이면서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고기잡이배를 탄다는 사실을 어린 는 의아하게 생각했다대학생이라면 도시적 이미지지적 이미지의 표상이었고 평소 보았던 어부들은 작은 시골 어촌의 땀 냄새와 비린내 섞인 육체적 이미지로 대표되었기 때문이다영어 원서를 탐독하고 소설 습작에 매달렸으며 마주친 눈동자가 따뜻하게 느껴지던 경호 형은 어린 에게 큰 도시의 상상력을 북돋아 주는 존재였다경호 형의 권유로 가 집을 떠나 유학길에 오르게 되었으니 도시의 이미지는 분명히 확인된다.


 도시와 바다의 경계에 끼어 있는 또 다른 존재가 바로 이다현재 도시에서 살고 있는 이지만 고향은 바다이고지금 굿을 보기 위해 바다로 찾아왔다과거의 고향과 현재의 도시 사이를 오가면서 살아야 하는 라는 존재에게 풍랑에 휩쓸려간 대학생 소설가는 그 이루지 못한 꿈을 가 대신 떠맡아야 하는 일종의 부채 의식처럼 남았다경호 형의 작품을 읽으면서 이미 죽은 자인 경호 형은 현재화되고이렇게 호출된 경호 형과 의 만남은 일종의 강신술을 펼친 무당이 벌이는 굿판이랑 다를 바 없게 된다곧 가 경호 형의 문장을 낭독하며 자신의 기억과 교직할 때작품은 한 발 물러나 해신당이라는 자기 서사의 경계를 드러내고이야기하기라는 행위 자체를 주술적 의례로 승격시키고 있는 작품이다소설의 결말에서 는 이제 경호 형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느낌을 갖는다이것을 보면 억울하게 죽은 넋을 위로하는 해신당의 굿은 성공적이었던 것 같고도시에서 내려와 과거로 여행했던 의 발걸음도 무거운 부채 의식을 다소간 해소하는 데 성공한 것 같다이렇게 본다면 이 소설은 경호 형 제사 지내기에 다름없다.


 또 다른 중편소설 기억의 실루엣은 2022년 10월 이태원 압사 참사를 모티프로 삼아현실적 접근 대신 유령 시점이라는 독특한 서사 전략을 통해 참사의 비가시적 층위를 조명한다육신과 분리된 피해자들이 병원 복도를 떠도는 광경은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국가 시스템의 구조적 방치와 사회적 무관심으로 인해 사회적 죽음을 당한 이들의 존재 방식을 은유한다독자는 그 유령들의 시선을 따라 뜨거운 비명과 얼어붙은 행정 사이의 간극을 생생히 목격하게 된다.


 이 작품에서 작가가 가장 신랄하게 고발하는 것은 참사를 키운 구조적 방치의 메커니즘이다소설 속 경찰청 상황실은 신고가 쇄도하는 동안 양치기 소년 취급으로 전화를 끊고보고라인을 따라 위로만 책임을 전가한다이는 단순한 무능이 아니라 생명보다 서류와 계급(혹은 승진)을 우선시하는 행정 시스템의 내재적 모순을 드러낸다고발의 시선은 이내 도시 자본의 탐욕으로 이동한다살롱 에브리싱과 강 사장방송국 김 부장으로 이어지는 야간경제의 삼각구도는 값비싼 와인텐프로 여성미디어 권력이 뒤엉킨 욕망의 소비 공간을 형성한다서로의 이익을 위해 서로를 욕망하는 무한한 욕망의 악순환이 생생히 그려진다작품은 이 클럽카르텔을 통해 이태원이 단순 유흥지가 아니라 관광부동산연예 산업이 결합한 복합 상품이었음을 폭로한다욕망을 소비할수록 안전장치가 약화되는 역설적 메커니즘 속에서 군중은 그 상품의 부가가치를 위한 도구로 전락하고참사는 예정된 부작용처럼 터져버린다.


 유령이 된 순영과 미희가 병실을 부유하며 만나는 또 다른 원혼들은 각기 다른 재난의 희생자들로 설정되어 있다물에 젖은 아이들붕괴 현장에서 숯처럼 그을린 여성들배를 가득 채운 호박 가면 군중은 세월호 참사집창촌 화재 사고이태원 참사의 희생자들을 가리킨다이질적 재난을 한 병동에 겹쳐 놓음으로써 작품은 참사가 반복되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을 날카롭게 비판한다사회가 사고 원인을 개인 부주의로 돌릴 때 피해자 집단은 하나의 장례식장에 갇히고병원은 체념과 분노가 층층이 쌓인 거대한 공동묘지로 변한다이 작품이 겨누는 대상은 망각의 정치반복되는 참사는 쉽게 변하지 않는 관료적이며 불합리한 사회 구조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고도시 자본의 탐욕의 결과이기도 하다사회의 기득권은 희생자들을 향해 개인적인 일탈의 결과로 희생되었다고 비난하며정작 사건의 핵심은 은폐하기에 급급하고사람들이 빨리 잊게 하기 위해 더 자극적인 뉴스와 찌라시를 뿌리며 관심을 돌린다이에 이 작품은 희생자들을 기억해야 한다고또 왜 사고가 일어났는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잊어서는 안 되는 것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는 기억의 윤리를 선명히 내걸고 있다.


 박성규 작가의 신작 소설집 생각해 봤는데 너무하다 싶어의 다섯 편 이야기는 서로 다른 소재와 장르적 장치를 취하고 있지만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우리는 어디에서어떻게 서로에게 닿고 있는가.” 안전지대를 찾아가는 발걸음에서와인 잔 속에 각자 다른 향을 맡으며폭력적인 국장의 시선 아래에서굿판의 북소리와 파도 소리가 겹치는 해변에서그리고 병원 복도의 적막을 떠도는 유령의 눈길 안에서 작품들은 우리가 짐짓 외면해 온 사회적·정신적 경계들을 거울처럼 비춰준다곧 소설 속 인물들이 맞닥뜨린 단절과 충돌이 우리 사회가 아직 해결하지 못한 과제들의 축소판이라 한다면작가는 독자들에게 너무한 것을 정상적으로 돌릴 방법이 무엇일지 생각해 보라고 권유하고 있다계속해서 안전지대를 찾기 위해 걸어가라고비록 만루홈런을 치지 못했어도 계속 걸어가라고때로는 과거를 돌아보고잊지 말아야 할 것을 결코 잊지 말라고 독자들에게 거듭 권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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