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집 봄꽃에는 향기가 없다
페이지 정보

본문
봄꽃에는 향기가 없다
<목차>
봄꽃에는 향기가 없다 5
향수 40
블랙이글스 62
흔적 87
뒤안길에서 116
정점 137
인생역전 162
겨울 안개 196
마지막 사랑 225
논현동 251
콩트 이상한 해후 273
작가의 말 278
<작가 약력>
* 작가 신외숙은 기독교 심리작가로 알려져 있다.
등단 이후 2편의 장편소설과 170여 편의 중 단편, 에세이, 시나리오를 창작 발표한 바 있으며 주로 심리소설에 천착하고 있다. 일 년간 기독교 신문에 칼럼을 연재했으며 온누리 교회 인터넷 방송(www.cgntv.net) 행복토크 ‘책으로 여는 세상’에 출연한 바 있다.
* 순수문학상. 순수 문학상. 만다라문학상. 크리스천 문학 이계절의 우수상 (소설)
스토리 문학관 이 달의 작가로 소설 18번 선정.
2000년 문예진흥 기금 수혜자.
<작가의 말>
바야흐로 AI(인공지능) 시대다.
최첨단 과학 문명의 이기를 극대화한 AI는 현대판 바벨탑이 되어 각 분야에서 엄청난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의료나 교육 금융 제조업 각종 비지니스에 이르기까지 무소불위의 역량을 나타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신적 영역인 예술계까지 진출해 그야말로 초자연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바둑내기에서 일단 승기를 잡은 AI는 시나 에세이 시나리오 창작은 물론 영화도 제작하고 있는 형국이다. Gemini에 단어만 입력해 주면 시도 에세이도 만들어 준다. 시인보다 시를 더 잘 써주고 소설도 웬만한 작가보다 플롯을 짜준다. 뿐만 아니라 시인이 쓴 시를 가곡이나 트롯 랩 발라드 등으로 작곡하고 노래까지 불러준다. 요즘 유투브에서는 동물(개나 고양이)을 의인화 한 동화가 숏폼으로 방영되고 있다. 동물이 사람처럼 옷을 입고 말도 하고 요리도 하고 알바도 하며 돈을 번다. 말도 재치있게 잘하고 목소리도 얼마나 깜찍하고 귀여운지 웃음이 절로 나온다. 굳이 책을 사서 읽을 필요도 없이 짧은 순간 감동과 재미를 선사하는 것이다.
앞으로 AI는 더 진화하여 인간의 두뇌를 조종하고 인간은 기계장치에 따라 움직이는 하수인이 될지도 모른다. 컴퓨터의 기능이 사람의 명령에 따라 정보처리를 해주었다면 AI는 사람처럼 사고(思考)하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으로 두뇌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
문학예술 그중에서도 소설은 항상 인간의 상상력을 앞서 시대를 예견하고 창작해 왔다. 그러나 이제 소설은 그 기능을 AI에게 빼앗기고(?) 만 셈인가. 이제 예술인들은 AI와 경쟁을 하든지 그 기능을 최소화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모 문예지에서는 AI가 쓴 시가 문학상 후보에 올랐다고 하여 한바탕 웃은 적이 있다. 요즘 초등생들은 숙제를 챗봇에게 물어보고 한다. 이런 시국에 글 쓰는 일을 전업으로 하는 소설가는 기로를 헤매고 있다. 옛날에는 소설책 한권 히트치면 출판사와 작가가 돈방석에 올랐다고 한다. 지금은 거꾸로 되어 작가가 자비 출판으로 출판사를 먹여 살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제적인 문학상을 받은 작가 이외에 이제 더 이상 베스트셀러는 없다는 것이 소설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예전부터 문학적 위기는 항상 있어 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문학이 필요없는 무용론이 대두되어 출구가 안 보인다. 인터넷 유투브 스마트폰의 출현으로 독자들이 대거 이동한 것이다.
그러함에도 평생 이어온 창작 기능을 놓칠 수 없어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들기고 있다. AI 만능시대에 정신은 아날로그 시대를 헤매며 꺼져가는 불빛을 살리려 애를 쓰고 있다. 창작을 핑계로 여행을 하며 낭만가이를 외치고 있다.
소설을 쓰면서도 스스로 소설의 기능에 대해 회의한다.
때때로 생각한다. 진정한 성공의 기준과 의미에 대해서. 행복에 대한 가치척도에 해서도 생각해 본다. 일반인들이 돈과 명예 건강을 행복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예술인들은 자기 영역에서의 성공을 행복으로 말할 것이다.
모 작가는 말했다. 자신은 성공의 기준을 다른 사람과의 비교우위에 두지 않고 자신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에 두고 있다고. 현재가 과거보다 나은 모습이면 그게 바로 성공이라고. 오케이. 나도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렇다면 나도 성공한 인생인가. 나는 때때로 여행을 떠나며 창작 기능을 위한 상상 드라마에 빠진다.
어느날, 춘천 여행을 하다 마을금고 앞에 있는 안내판을 보았다.
여러 기관명이 있었는데 그중 눈에 띄는 글자가 있었다. 대한 영양사협회 지부 강원도 영양사회’라고 적혀 있었다. 순간 젊었을 때 내 직업이 떠오르면서 취업할 용기(?)가 생겼다.
그러다 아차! 했다. 내 나이를 깜빡한 것이다. 퇴직 연령이 지나도 한참 지난 60대 중반을 넘어선 것을 순간적으로 깜빡한 것이다.
순간순간 나이를 잊고 행동할 때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말로는 늙었다고 하면서도 마음은 여전히 젊은 시절을 헤매고 있는 것이다. 흔히 노인들이 하는 말이 있다. ‘몸은 늙어도 마음은 청춘이다, 아직도 어리다’라고.
그 말을 남의 이야기로만 알고 살았다. 나잇값 못하고 주제 넘치는 행동하는 사람들을 보면 속으로 얼마나 비웃었는지 모른다. 이제 노령에 접어든 나는 그들 못지않게 착각과 실수를 반복하고 살고 있다. 얼마나 우세스러운지 모른다. 특히 여행을 하다 보면 나이를 잊고 젊었을 때 기억으로 회귀할 때가 많다.
몇 달 전만 해도 시골 초등학교를 바라보면서 영양사로의 재취업을 생각했다. 대학 졸업하고 처음 취업한 곳이 시골 초등학교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법이 바뀌어 학교 영양사를 하려면 교육학을 이수해야 하고 병원 영양사는 대학원을 졸업하고도 2년마다 자격증을 갱신해야 한다.
내가 근무할 40년 전에 비해 취업 문은 엄청 넓어졌다지만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은 무척 힘들어졌다고 한다. 대학 때 전공을 까마득히 잊고 소설작가로 생활한 지도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 다 늙은 나이에 젊었을 적 전공을 살려 취업할 생각을 하다니 스스로 생각해도 너무나 어이가 없었다.
그깟 자격증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60대 중반을 넘어서 70을 바라볼 나이도 취업을 꿈꾸다니, 나가도 한참 빗나간 것이다. 가끔 후회한다. 소설작가 대신 전공인 영양사 직업을 계속했더라면 지금보다 형편이 좋아지지 않았을까. 그러나 이건 순전히 잘못된 계산이고 착각이다.
영양사를 사직하고 나왔을 때 나 자신에게 한 다짐이 있었다. 길가에 앉아 장사를 할망정 차라리 막노동을 할망정 다시는 영양사 노릇은 하지 않겠다. 그러고 나서도 삶이 힘들어지니까 몇 번인가 재취업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물론 번번이 실패였다. 그러다 나이 50이 되어 출장뷔페 영양사로 취업했다.
자격증을 담보로 알바하는 식이었다. 법이 많이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전문지식이 전혀 생각 안 나 업무 자체가 안 되었다. 이미 작가로 활동하던 중이었고 직원들도 모두 알고 있던 터라 부르는 호칭이 두 가지였다. 평소에는 영양사님이라고 했다가 기분에 따라 작가님으로 바뀌었다.
아무래도 좋았다. 둘 다 맞는 호칭이었으니까. 그곳을 나와서는 알바를 하면서 계속 작품 활동을 이어 갔다. 알바를 쉬는 날에는 여행을 하는데 작품 구상하느라 그런지 몰라도 나이를 잊고 계속 착각을 하는 것이다. 꿈속에서도 영양사로 취업해 근무하는 불안한 꿈을 여러번 꾸었다.
그렇다면 내 무의식 남아 있는 진짜 원하는 속뜻은 무엇일까. 그토록 진저리치며 싫어했던 직업을 왜 이제 와서 꿈꾸는 것인지. 내 열등감을 무마하기 위한 것인지 헷갈릴 때가 정말 많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영양사로의 취업을 생각한 동기는 안정성 때문이었던 것 같다. 현재의 알바 자리는 절대 안정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영양사로 재직한다면 4대 보험이나 퇴직 연금 등 혜택이 많고 중간에 해고될 염려도 적을 것이다. 공무원이면 더욱 안정적일 것이다. 사실 공무원으로 근무했을 때 급여가 적어서 그렇지 해고될 염려는 없었다. 두 달에 한 번씩 상여금도 있었고 무엇보다 안정적이었다.
지금 나이 60대 넘어 알바라도 하는 걸 천운으로 생각하며 감사하긴 하지만 불안정하긴 마찬가지다. 해마다 근무일수가 줄어들고 AI의 발달로 제일 먼저 사라질 직군에 속하기 때문이다. 평생 숙원인 소설작가의 꿈을 이루고 나름 성과(?)도 있었다고 자부하고 살았던 터라 영양사로의 취업은 꿈에도 없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재취업을 꿈꾸다니. 세상 살면서 남한테만 속은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나 자신에게도 속고 있었던 것이다. 뭐 대단한 직업이었다고 아직까지 미련을 못 버렸단 말인가. 나 자신에게 속고 나이에 속고 믿을 건 오직 하나님 한 분뿐이다.
그러나 인생 여정 속에서 꿈을 꿀 수 있다는 건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지금이라도 자격증 하나 내밀고 취업하려고 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닐 테니까. 이루지 못할 꿈이라도 꿀 수 있다면 그건 자유이고 희망이다.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면 꿈이라도 왕창 꾸자. 그다지 손해 볼 일도 없을 테니까.
세상은 생각보다 빠르게 급변하고 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인터넷에서 유투브로 지금은 인공지능 AI 만능시대가 되었다. 재작년에는 AI가 제작했다는 마동석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를 보았는데 현실감도 떨어지고 재미도 감동도 없었다. 사람이 직접 제작한 영화가 재미와 감동이 훨씬 더 좋았다.
난 지난달부터 치매 예방 인지 놀이에 대한 강좌를 듣고 있다.
초고령화 시대에 예방 차원과 치료 목적으로 고안된 인지 놀이 강좌는 여러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는데 음악이나 미술 등 어느 한 곳 AI가 침투하지 않은 곳이 없다. 앞으로 더 발전될 AI 세상은 무소불위(無所不爲)처럼 보일 날이 멀지 않을 것이다. 농담 같지만 인간의 생각과 마음까지 조종하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다.
이제 남은 건 인간의 자유의지뿐, 앞으로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두려움이 몰려온다. 가슴 한켠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다.
작년부터 나는 지공녀(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여자)가 되었다. 서울시에서 발행하는 어르신 교통카드 하나면 수도권을 통과하는 전동차를 무료로 탑승할 수 있다.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여행의 기쁨을 맘껏 누리게 된 것이다.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다.
올해로 난 등단 29년 차가 되었다. 어릴 때부터 나의 소원은 작가가 되는 것이었다. 이 소중한 꿈이 현실로 나타나면서 처음으로 형통의 축복을 누렸다.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기쁨과 보람도 있었고 엄청난 상처에 직면한 적도 많았다. 그러나 꿈이 현실로 기도가 응답으로 바뀌는 기적도 많이 체험했다.
그 기적의 하나님을 향해 난 오늘도 고백한다.
‘인생은 살만한 것이다, 오직 여호와 하나님으로 인하여’라고.
이번에 상재하는 ‘봄꽃은 향기가 없다’는 나의 25번째 창작집이다. 이번에도 창작집을 출간해 주신 도서출판 한글의 동화작가 심혁창 대표님께 감사드리며 독자들의 형통을 빈다.
-저자 신외숙
- 이전글AI와 함께 푸는 사주팔자 26.04.09
- 다음글황순원 대표 단편선 26.04.0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