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목 장편소설 『폭풍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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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말기부터 6‧25 전쟁까지 정치·사회·문화·군사 등의 변화와
민중 삶의 생생한 재현!!
-『풍화』, 『거제도, 포로수용소』와 더불어 손영목 소설가의 역사소설 3부작 완성작!
판형 152/225, 406쪽
가격 15,000원
ISBN 979-11-92828-22-0*03810
발행일 2023년 6월 30일
도서출판 도화
이 소설은
손영목 소설가의 장편소설로 우리가 대한민국 독립을 논하려면 제국일본의 식민지 시대를, 전체는 아니더라도 그 마지막 단락은 필수적으로 되짚어봐야 하고, 독립정부 성립과 그에 뒤이은 6‧25 한국전쟁의 불행한 비극 전모를 꼼꼼히 천착해봐야만 그 이후의 국가발전과 민족주체성 확립의 근거가 튼실해진다는 신념으로 저자가 3년에 걸려 완성한 작품이다. 가족의 실화를 근간으로 일제 말기부터 6‧25 전쟁까지 정치·사회·문화·군사 등의 변화 과정과, 민중들의 삶을 생생히 재현하고 있다.
한겨울 서울 영천동 최옥영의 집에 큰 소동이 벌어진다. 며느리 박주선이 외간 남자와 눈이 맞았다고 오해해 불에 달군 인두로 위협하며 자백실토를 강요했기 때문이다. 백화점 직원인 둘째 딸 고한숙이 마침 귀가해 겨우 수습됐으나, 마음의 상처가 큰 주선은 오산 친정으로 달아나버린다. 간장된장 행상을 하는 무능한 남편 고춘길이 설득해 겨우 데려오지만, 주선이 내건 조건은 분가독립이다. 요행히 춘길이 피혁회사 수위 겸 숙직경비원으로 취직해, 두 아들까지 네 식구는 수위실에 딸린 작은 살림방에서 모처럼 오붓한 생활을 시작한다. 하지만 회사에 밤도둑이 들어 춘길이 파면되자, 어머니의 노염을 사서 본가에 들어갈 수도 없는 처지인 그네 가족은 제기동 청계지천 옆 굴뚝소제부네 문간방에 사글세로 입주한다. 그사이 고한숙은 주선의 친구 소개로 사진사와 회사 동료 두 남자를 결혼 상대로 선택의 카드를 쥔다. 하지만 일본군 정신대 관련 뉴스로 뒤숭숭 한데다, 건달꾼인 남동생 고상길이 자기를 팔아 사진사 김영복에게 거금을 사취해 만주로 달아난 바람에 울며 겨자 먹기로 그를 선택하지만, 유부남의 사기 결혼임이 드러나 불행하고 굴절된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1945년, 광복을 맞은 한국사회는 전반적으로 엄청난 변혁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국민들의 생활은 더욱 피폐해진다. 생계수단으로 시작한 풀빵 장사에서 무경험과 판단력 부족으로 실패한 춘길은 궁여지책으로 아편 밀매까지 하다가 경찰에 체포돼 징역살이로 죗값을 톡톡히 치르고 풀려난다. 춘길의 무능과 추락은 대책이 없어, 결국 그네 가족은 돈암동 산자락의 방공호에 들어가 기거하며, 일시적이긴 해도 주선이 이른 아침 바가지 들고 나가 남의 대문을 두드려 밥을 구걸하는 비참한 지경까지 이른다. 그사이 최옥영은 영천동 집을 처분하고 남산 아래 고급주택가 일본인이 살던 빈집에 입주하는 뜻밖의 행운을 잡는다. 법원 서기인 큰사위 강세남의 수완 덕분이다. 하지만, 미국군정청이 적산가옥들을 고급장교 숙소로 징발하는 바람에 쫓겨나, 서울시가 안암동 개운산에 급조한 집단이주지의 작은 집 한 채를 분양받아 그나마 다행이다.
1950년, 광복 후 자립기반을 다져가던 신생국 대한민국을 단번에 초토화해버린 비극적 대재앙 6‧25 전쟁이 발발한다. 개전 사흘만의 서울 함락과 북한군 파죽지세로 남진, 한국군과 미국군의 낙동강 최후방어선 구축, 맥아더의 인천상륙작전에 의한 전세 역전, 유엔군에 앞선 한국군 부대 압록강 혜산진 도달, 중공군 참전으로 전세 재역전, 서울 재함락과 수복, 이런 공방전 속에 국민들은 형언하기 어려운 고난과 시련을 겪게 되는데, 최옥영과 그 일족의 경우는 가히 모델케이스에 해당한다.
서울이 다시 함락 위기에 처했을 때 제2국민병에 징집된 고춘길은 전장에서 보급품 운반을 하다가 다리에 총상을 입어 절름발이가 되고, 두 아들 데리고 오산 친정에 피란 가던 주선은 미군폭격기 오폭에 작은아들과 참변을 당한다. 천만 요행으로 목숨을 건진 큰아들 정환은 동행하던 이웃 사람이 외갓집에 데려다준다. 최옥영의 장녀인 고인숙의 큰딸 강봉희가 전쟁 전에 월북했다가 북한군 장교 신분으로 나타나 온 가족을 놀라게 하더니, 인천상륙작전에 따른 전세 역전으로 북한군이 퇴각할 때 가족들의 극구 반대에도 불구하고 동생 명희를 충동질해 억지로 데려가버린다. 피란을 거부하고 서울에 남았던 최옥영은 막내딸 고양숙이 외출에서 귀가하다가 북한군에 끌려가 행방불명되자, 그 충격과 비탄에 몸져누웠다가 끝내 세상을 떠나고 만다. 고인숙의 남편 세남 역시 두 딸의 월북 사실 때문에 경찰에 연행됐는데 시신이 되어 돌아온다. 조사를 받다가 심장마비를 일으켰다는 게 경찰의 구차한 해명이지만, 인숙은 어찌해 볼 방법이 없다. 군인도 아니면서 상이용사가 된 고춘길은 오간수다리 위에 난전을 펴고 잡동사니를 팔아 최소한의 생활비를 벌며, 피란길에 어머니와 동생을 잃은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불쌍한 아들을 홀로 키운다.
1953년, 정전협정 체결로 전선에 포성이 멎고 미완의 평화가 찾아왔을 때, 행방불명된 막내를 제외한 최옥영의 자녀들 인숙·춘길·한숙·상길 네 형제자매는 어머니 기제사 때 모여 감개무량한 지난날을 회고한다. 이들은 자기네보다 더 불행한 사람도 많다고 자위하며, 산 사람은 어떻게든 살게 되어 있으므로 조바심 않고 기다리면 헤어진 가족들 모두 만날 날이 언젠간 도래할 거라는 애달픈 희망을 공유한다.
‘부분적인 역사란 있을 수 없다. 어떠한 역사도 세계사여야 하고, 소재의 한 토막을 역사적으로 다루더라도 역사의 전체에 관련시킬 때에만 의미가 있어진다.’ 18세기 독일의 낭만주의 시인이며 철학자인 노발리스가 한 말이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우리나라 근대사의 마지막 단락에 해당하는 시대의 역사를 소설로 다루고자 한 이 작품은, 노발리스가 말하는 당위성의 어느 귀퉁이에다 대입하더라도 의미가 통하지 않겠나 하는 것이 작가의 집필 의도이다
장편소설 『폭풍의 기억』은 시대착오적 이데올로기 논쟁 때문에 국가 정체성이 흔들린다는 우려가 큰 오늘날의 우리 사회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나라의 장래를 책임질 동량을 육성하는 교육현장의 이상 변질에 대한 비판의 작은 근거라도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나위 없겠다는 소망을 가진 작가가 사명감으로 혼신을 기울여 쓴 작품이다.
이 소설은 경향신문 공모 장편소설 당선작 『풍화』와, 한국전쟁 당시의 포로집단과 피란민들, 토착민들의 애환을 복합적으로 다룬 『거제도, 포로수용소』와 더불어 손영목 소설가의 역사소설 3부작 완성이라는 의미가 작지 않다.
목차
1~39 / 11
본문 속으로
아들을 재촉해 방에 들여보내고 다시 아궁이에다 부채질을 하는 주선의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추위 때문이 아니었다. 잠시 후면 어쩔 수 없이 맞닥뜨리게 될 시련이 두렵고 막막해서였다.
주선은 자기가 왜 이런 상황과 만나야만 되는지,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억장이 무너질 노릇이었다. 같은 골목 안 맞은편 집에 택시운전수가 살고 있음이 어째서 내 잘못이란 말인가.
열여덟 살에 명색 시집이라고 남의 집 식구가 돼서 한 남자와 살을 섞고 자식도 둘이나 낳았지만, 아직도 마음은 오산 망월리 고향과 어머니와 피붙이들에게서 떠나지 못했다.
처음 한때는 ‘경성’이라는 막연한 동경의 세계에 대한 기대감으로 어느 정도 가슴 설렌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막상 결혼해 시집살이가 시작되자, 그녀 앞의 막막한 현실은 거의 절망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말이 좋아 경성생활일 뿐, 시골 친정보다 전혀 나은 구석도 없는 시댁의 궁색한 살림살이. 허약한 몸으로 리어카 끌며 골목골목을 누비는 간장된장장수 남편. 기가 드세고 성정이 단호해 한 번도 살가운 대화로 가슴을 열어준 적 없는 시어머니. 이런 열악한 인생살이 조건들이 그녀의 앞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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