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수 연작소설집 『믿을 수 없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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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수 | 문예바다 | 2023. 6. 10
256페이지 | 145×210㎜ | 무게 360g
값 14,000원
ISBN 979-11-6115-200-4
책 소개
제1회 북한인권문학상을 수상한 김미수 작가의 연작소설집 『믿을 수 없는 사람』이 출간됐다. 이미 『바람이 불어오는 날』에서 남한과 북한을 무대로 일대 모험을 감행한 바 있는 작가는 탈북민들의 ‘지금 여기’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펼치고 있다.
김미수 작가는 지금 이 땅의 소설가들이 대다수 건드리지 않거나 손을 놓고 있는 탈북자 관련 이야기를 연작소설로 썼다. 특히 북한 여러 곳을 둘러본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 북한에 불시착했을 때 겪을 법한 일을 경험 반 상상력 반으로 썼는데 7편의 소설이 모두 아주 극적인 상황으로 치닫는다. 주제의 깊이도 만만치 않지만 이야기의 재미도 놓치지 않는 김미수 작가의 장기가 이번에 아주 제대로 발휘되었다고 본다.
독자는 이 소설집을 일단 손에 들면 순식간에 읽을 것이다. 그리고 북한 사회가 어떤 곳인가를 대충은 알게 될 것이고 왜 탈북민이 3만 5천 명을 넘어섰는지 알게 될 것이다.
― 이승하(시인・중앙대 교수)
* * *
붙잡히면 어쩌려고 여자를 떠민 겁니까! 내가 소리치자 사람들이 모두 뒤돌아본다. 아니, 각자 잘살면 된다더니 왜 소리 지르고 지랄이야. 분명히 그 말을 한 것은 천이다. 순간 나는 천이 앉아 있는 곳까지 단숨에 내닫는다. 내가 휘두른 주먹에 천의 머리가 옆으로 휙 돌아가고 코피가 주르르 흘러내린다. 청바지와 분홍셔츠가 나를 천에게서 떼어내려고 애쓴다.
이런 나쁜 새끼. 기도는 뭐고 인권은 얻다 삶아 먹었어? 천은 손수건으로 코피를 닦더니 나를 보고 씨익 웃는다. 그 웃음이 이상하게 내 뜨겁던 피를 한순간 서늘하게 만들어놓는다.
― 「음모가 있을 수 있습니다」 중에서
* * *
빵 한 조각을 먹으면서도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구나. 그러니 지금 행복하다. 그렇게 시철에게 보란 듯 말해 주고 싶었다. 아무리 인간을 네 벽에 가둬도 자유란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자유를 상상할 수 있고 그 상상으로도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그런 말이 벽에 가두고 자신을 이용할 말을 하도록 강요하는 그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저항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네 벽에 갇혔지만, 이곳에서도 행복하다고, 자유를 누려 본 자는 빵 한 조각을 씹으면서 네 벽에 갇혀 지내도 자유를 상상하면서 행복할 수 있다고, 그런 말을 시철에게 들려주고 싶은 욕망을 느끼기도 했다. 다만 그런 말을 시철이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시철은 단칼에 자르듯 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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