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남 소설집 『 아주 이상한 가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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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8 89 6143 228 3 03810
출판사명: 도서출판 들꽃
정가: 15,000원
저자소개
198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소설 ‘접목’이 당선되어 등단. 작품집으로 『분실시대』『별은 한낮에 빛나지 않는다』『타성의 새』『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시계탑이 있는 풍경』『길에서, 길을 보다」『앉지 못하는 새』등이 있으며, 장편소설로『행복아파트 사람들」, 시집으로『병상일기』산문집으로『시 한 잔의 추억(1)(2)』과 어린이 글짓기 책으로『소설가 정수남 선생과 함께 떠나는 365일 글짓기 여행(1)(2)』이 있다. 자유문학상과 대한민국 장애인문학상, 한국소설문학상, 문학저널 창작문학상을 수상하였다. 현재는 일산문학학교와 파주문예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고 있고, 한국작가회의, 국제PEN클럽 한국본부,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사)한국소설가협회 감사와 창작21작가회 상임고문과 한솔문학 고문, 고양작가회의 회장을 맡고 있다.
목차
작가의 말
지금 나는 서 있다 _ 4
아주 이상한 가출기 _10
아무도 오지 않는 밤 _40
흉터 _62
이사 _90
길을 찾아서 _118
고수高手는 없다 _148
집 _182
후아유 _234
작품해설
심영의_ 존재에 대한 자기의식으로서의 소설 _ 286
대표작품
아주 이상한 가출기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고, 웬만하면 집구석에 눌러앉아 있는 게 상책이라는 것을 몰랐던 것은 아니다. 더구나 나이 칠십이 넘었으면 모르는 척 눈 딱, 감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 까닭에 그동안은 꾹, 꾹, 누르며 참고 또 참았다. 맘엔 없어도 이따금 언죽번죽 비위도 맞춰주었다. 그러나 아니었다. 그 꼴만큼은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었다. 사십 년 동안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온몸을 사르며 수고한 나보다 어떻게 그 조그만 강아지를 더 소중히 여길 수 있단 말인가.
시간이 지났으나 ㅎ는 여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강아지 짖는 소리가 들렸다. 벤치에 앉아 땀을 닦으며 ㅎ를 기다리던 나는 소리의 향방을 찾아 고개를 돌렸다. 건너편 벤치였다. 빨간 티셔츠를 입은 여자의 무릎에 앉아 있던 이루보다 작은, 까만 털 복송이 강아지가 나를 발견하곤 짖어대고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강아지는 이빨까지 드러내고 더 앙칼지게 짖어댔다. 여자가 목줄을 놓아주면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몸통까지 곧추세우고 버둥거렸다. 그 바람에 나무 그늘을 따라 지나던 행인들이 이상한 눈초리로 나를 힐끔거렸다.
땡볕에도 나무들은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하나, 둘, 셋, 넷……. 무수히 펼쳐진 이파리들 위로 빛발이 모든 것을 태울 듯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거리는 한산했다. 공원에서 건너다보이는 ‘청년 과일가게’와 ‘생생 정육점’, ‘SK 핸드폰’도 문은 열려 있었으나 드나드는 손님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모두 땡볕을 피해 어딘가로 숨어버린 것 같았다.
ㅎ는 핸드폰도 받지 않았다. 하긴, 어찌할지 몰라 하는 나에게 한 수 가르쳐줄 친구인데, 조금 늦으면 어떤가. 한숨을 길게 토해낸 나는 그때까지도 나를 노려보며 짖고 있는 강아지에게서 슬그머니 눈길을 돌렸다.
왜, 그래? 정말 미친 거 아니야?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까짓 강아지 새끼가 뭐라고……. 세게 찬 것도 아니었다. 어디 찰 데가 있다고 힘껏 차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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