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운 장편소설 『구름 관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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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관찰자
김신운 장편소설
인물에 대한 자연스럽고
정서적인 휴머니티의 발현!
판형(양장본) 135/195, 228쪽
가격 15,000원
ISBN 979-11-92828-13-8*03810
발행일 2023년 4월 10일
도서출판 도화
이 소설은
『율치연대기』 『대필 작가』 등의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김신운 작가의 신작 장편으로 젊은 시절 방황과 편력의 이야기를 그린 일종의 성장소설로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군복무, 대학 재학 중에도 주인공 명준과 늘 함께하던 문학, 그 문학의 단초가 된 구름을 알려준 윤서희의 그림자를 배경으로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대신 군대를 선택한 명준이 공군병으로 군에서 겪은 일은 그의 삶에 중요한 전기를 만들어 준다. 또한 뒤늦게 진학한 신학대학에서의 생활과 이혼한 후 요양원에서 죽어간 어머니와 지방 도시의 시장으로 복무하던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 등으로 엮어진 이야기를 정확하고도 명징한 언어가 단단하게 떠받들고 있어 시종일관 강렬한 흡인력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온다.
이 소설의 주인공을 구름 관찰자로 명명한 작가는 원숙한 세계관과 순수한 문학성으로 이야기를 견고하게 조직하고, 그 이야기를 섬세하고도 정교한 소설적 요소와 이음매로 짜임새 있게 엮어가고 있다. 간결하게 절제된 문장과 서정적 이미지와 지적 세련이 작품의 중심 이야기와 적절히 조응하여 인물들의 상황과 정황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묘사와 서술의 특징이 『구름 관찰자』가 장편이면서도 단편보다 더 단단한 문학적 외피가 덮인 예술성을 확보하게 만들고 있다. 그 결과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깊이 있게 나타내 보이고, 연륜이 느껴지는 관조적 시선은 삶의 다양한 지점들을 조망하여 노년기의 작가에게서 느껴지는 독특하고 원숙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전지적 설명이 없어도 인물의 형상화를 통해 깊이 있는 이야기로 독자를 이끌고 있다. 그 결과 따뜻한 감성과 인본주의자이며 끝까지 인간답기를 포기하지 않는 주인공의 명준의 성격적 특정을 풍성하고도 밀도 있게 보여주고 있다.
『구름 관찰자』에서 특히 돋보이는 지점은 주인공 명준이 제기하고 보여주는 공명과 감응력의 깊이다. 소설에서 그가 인물들을 만나면서 극적인 사건이나 반전을 시도하지 않는다. 대신 단편적이고 사소한 그들의 표정 및 몸짓과 같은 묘사와 정연하고도 차분한 서술을 통해 젊은 시절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극심한 내면적 고통과 대면하는 한 개인을 독자들이 기억하게 만든다. 그런 인물에 대한 자연스럽고 정서적인 휴머니티의 발현 그것이 김신운 작가의 장편소설 『구름 관찰자』가 소망하는 지점일 것이고, 독자들은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런 인물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작가의 말
1장 … 9
2장 … 42
3장 … 78
4장 … 113
5장 … 134
6장 … 167
7장 … 197
본문 속으로
나는 졸면서 계속 꿈을 꾸었다.
꿈에서 나는 내 꿈속으로 걸어들어온 그 남자를 보고 있었다. 그는 새들의 말을 인간의 언어로 옮기는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그 남자가 나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낯선 사람이었음이 분명했다. 혼란스러운 꿈이었지만 어떤 장면은 선명한 이미지로 기억에 남았다. 나는 그 꿈의 제목이 「새의 전설」이라는 것을 알았고, 그때부터 그것을 한 편의 소설로 쓰리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나는 십대의 어느 한때를 그것으로 보내버렸음을 여기에 밝혀 둔다.
어머니, 어머니….
나는 군용침대 속에서 밤새 뒤척거렸다.
아버지는 일제강점기 끝자락에 태어났고, 어머니는 한국전쟁이 시작되던 그해 여름에 태어났다. 성장한 뒤에야 나는 두 분의 생애가 처음부터 그렇게 궁핍과 비참과 상실 속에 시작되었음을 알았다. 아버지는 그 결핍을 해소하기 위해 투쟁하고 있었고, 어머니는 혼자서 끝없이 그 상실을 슬퍼하고 계셨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그것 또한 추측에 불과한 것이었으니, 왜냐하면 나는 두 세대 사이에서 태어난 또 하나의 다른 세대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전에 만난 적도 없이, 혹은 어쩌면 만나게 되리라는 희망도 없이, 광대무변한 하늘의 이쪽과 저쪽에 떨어져 흘러 다니는 한 조각 구름 같은 존재들이었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더구나 그 무렵의 나는 너무 어렸고, 우선은 눈앞에 닥친 현실을 타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조바심에 쫓기고 있었다. 대학과 군대 중에서 하나를 택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눈앞에 가로놓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 문제를 의논하기 위해 지수를 만나러 갔다.
그렇지만 그것은 강렬한 인상으로 내 기억에 남았다. 그것은 내가 지상에 발을 딛고 서 있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주고 있는 것 같았다. 사실 나는 이제까지 자신을 구름 관찰자라 여겼고, 구름 위를 걷는 사람인 것처럼 살아왔다. 그런데 점호시간이면 밤하늘을 수놓는 강렬한 서치라이트, 레이더에 흐르는 수만 볼트 고압 전류, 위험한 고갯길에서 결사적으로 트럭을 모는 운전병들, 기르는 개에게 수음을 시키는 하사관, 그것들은 관념이 아니라 현실로 내 곁에 존재하고 있는 것들이었다. 이장의 일들이 그것을 강하게 환기시켜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당번병이 대대본부에서 우편물을 수령해 왔다. 나에게 책이 한 권 배달되었는데. 보낸 사람이 지수였다. 그를 만나지 못한 지 벌써 몇 년이 지났다. 황혼에 느끼는 짭조름한 향수의 감정처럼 그 이름이 내 가슴으로 여울져 밀려왔다. 봉투를 열자, 고교시절에 우리가 돌려가며 읽었던 문예지 최신호가 나왔다. 그 잡지의 신인문학상은 특히 소설가를 꿈꾸는 작가 지망생들에게 선망의 적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지수는 내가 그 섬의 미로와 같은 안개에 갇혀 있는 동안에 혜성처럼 나타난 신인작가가 되어 있었다.
“너의 어머니 서재에서 읽은 적이 있어.”
하면서, 외삼촌은 아버지와는 다른 또 하나의 왜곡된 신념을 나에게 납득시키려고 애를 썼다. 니체가 ????짜라투스트라????에서 폄하하는 어조로, 성직자를 싸잡아 여자로 묘사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세상에 하나뿐인 조카가 성직자가 되어 평생을 치마 두른 여자처럼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참고 살아야 하는 것이냐고 그는 물었다. 나는 물론 신학교에 간다고 해서 반드시 목사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성직자가 되려는 것이 아니라면, 너는 왜 신학교에 가려고 하는 것인지 그것부터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외삼촌은 강조하였다.
나는 물론 이 작품이 S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작으로 결정되었음을 나중에 이야기하여야 한다.
그런데 당선 소식을 처음 접하던 순간의 경이로움이 특별하고 강렬한 것이어서, 사건의 진행 순서를 무시하고 앞자리에 놓고 먼저 얘기하고 있음을 양해하여야 한다. 아무튼 그것은 열두 살 무렵, 내가 도시공원 굴참나무 숲에서 꿈에 본 「새의 전설」을 소설로 쓰리라 마음먹은 때로부터 12년이 지난 뒤였다. 나는 그동안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헤매 돌아다니다가 이제야 비로소 제자리를 찾아 돌아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값비싼 직물인 것처럼, 나는 그것을 짜기 위하여 나에게 할당된 시간을 다 썼다. 오랜 세월 헤매 돌아다닌 것은 사실이지만 또한 시간에 실려 이곳으로 온 것도 분명한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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