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옥 소설집 『어울리지 않는 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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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내기 고부
조 장로는 입이 귀에 걸렸다. 연령 차이가 많이 난 젊은 여자에게 장가를 들게 되었으니 좋을 수밖에 없다.
부산에서 목회를 하시는 분이 조 장로의 상처 소식을 듣고 안타까워서 자기 교회 여 성도를 그에게 중신을 했다. 나이 차이는 많이 나지만 미망인인 김 집사의 처지로 보아 더운밥 찬밥 가릴 처지가 아니어서 아버지 같은 사람에게 재혼하기로 결정했다. 김 집사는 학생 때부터 그 교회 다니다 같은 교회 청년하고 결혼을 했었는데 믿음 좋고 신실한 청년이 갑자기 몹쓸 병에 걸려 죽게 되었다. 슬하에는 남매가 있었다. 시갓집은 멋이 째지게 가난해서 어린 남매 데리고 살 처지가 아니어서 남매를 데리고 친정으로 들어갔었다. 당시 친정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홀아버지가 살림을 이끌어 가다 보니 애로점이 많아서 혼자된 딸이 들어가 친정 살림을 도맡아 해 주고 살 때는 그런대로 행복했었다.
남동생이 은행 전무직을 맡고 있었는데 그 남동생이 결혼을 하게 되어 새 올케가 들어오니 김 집사는 더 이상 친정살이를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렇다고 가진 재산도 없고 하니 어린 남매를 데리고 살 곳을 찾아야 했다. 그 처지를 딱하게 여긴 목사님이 김 집사 갈 곳을 찾기 위해 전국에 수소문한 끝에 조 장로를 찾은 것이다. 비록 시골에서 목회를 하지만 조 장로는 원래 부잣집 장남이라 가진 재산도 많고 성실하기로 소문난 사람이라고 알려져서 김 집사가 두 아이를 데리고 들어가서 살기에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혼인 날짜를 받아 놓고 조 장로는 신부를 데려오기 위해 신부 집으로 가서 정식으로 혼인식을 하고 신부를 데려오는 중이다. 그런데 조 장로의 큰며느리가 시아버지 재혼을 결사반대하고 나섰다. 새 시어머니의 나이가 자기하고 동갑내기라서 그렇단다. 집안에서 어른들이 며느리의 횡포를 저지하며 만류를 했어도 막무가내였다.
“아무리 네가 큰며느리라 해도 이 집 재산을 네가 이룬 것도 아닌데 그렇게까지 권리행사를 해야겠냐?”
“어떤 년이든지 이 문턱을 넘는 년이 있으면 이 칼로 배때기를 찌를 것이다!” 하며 막무가내로 대문 앞에서 식칼을 들고 살벌하게 서 있었다.
부산에서 출발하여 몇 시경에 도착한다는 연락을 받고 집안 간 일가친척들이 모두 모여 새사람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데 며느리가 이런 사단을 만들고 있으니 참으로 난감할 일이었다.
목차
책머리에
동갑내기 고부
그 무덥던 그해 여름
명당자리 쟁탈전
문단의 미꾸라지
벙어리가 마을 한 집
실버스타
희망을 만듭시다
어울리지 않는 멍에
이면역사(裏面歷史)
저주의 후예
혀에 베인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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