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순례 소설집 『여름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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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예술진흥원 소설 부문 신진예술가상, 오늘의작가상, 아르코문학상 수상 작가 윤순례의 네 번째 소설집. 정박지를 잃고 경계를 배회하는 존재들을 오랫동안 고요히 응시하고 그들의 삶을 포착해 소설로 되살리는 작업을 해온 소설가 윤순례, 그의 디아스포라 문학의 정수가 이번 소설집에 담겼다. 수록된 여섯 편의 소설에는 북한을 떠나 세계 각 나라로 흩어져 뿌리를 내리려는 탈북민들의 모습이 담겼다.
일견 서로 다른 인물의 삶을 조명하고 있는 것 같은 여섯 편의 소설을 섬세히 들여다보면 얽히고설킨 관계망이 뚜렷이 드러난다. 윤순례는 이런 연작소설의 구조를 택하여 탈북의 고통이나 괴로움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맺는 관계에 집중함으로써 그들의 삶을 복원한다. ‘무겁지 않게, 가볍지 않게, 그들의 이야기를 펼쳐놓는 내내 고심했’다는 작가의 말에 신뢰가 가는 이유다.
일견 서로 다른 인물의 삶을 조명하고 있는 것 같은 여섯 편의 소설을 섬세히 들여다보면 얽히고설킨 관계망이 뚜렷이 드러난다. 윤순례는 이런 연작소설의 구조를 택하여 탈북의 고통이나 괴로움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맺는 관계에 집중함으로써 그들의 삶을 복원한다. ‘무겁지 않게, 가볍지 않게, 그들의 이야기를 펼쳐놓는 내내 고심했’다는 작가의 말에 신뢰가 가는 이유다.
목차
여름 손님 7
바람빛 자장가 45
심봤다 57
별빛보다 멀고 아름다운 89
저 멀리서 하얀 불꽃이 129
사적인, 너무도 사적인 침묵의 역사 171
책속에서
P. 43“철진이 일군 텃밭에 심을 종자로 무엇이 좋을까, 종종 생각했다. 생명 가진 것들의 앞날에 대해서라면 소름 끼칠 만큼의 확신이 있어 무엇이든 상관은 없었다.”
P. 144“종우는 꿈꾸었다. 일주일에 세 번 열리는 터키 시장에서 과일과 야채를 풍성하게 사 들고 선화와 함께 걸어오는 해지는 거리를, 아침저녁 구수한 밥 냄새가 흘러나오는 정갈하고 윤기 나는 주방을. 그 속에서 강한 충동이 일었다. 실은 한국에서 크게 사업을 했던 사람이라고, 진짜 이름은 김원철이 아니고 박종우라고, 북한에는 발 한 짝 ... 더보기

P. 125~126“취기로 어지러웠지만 눈앞의 이상한 물체가 무엇인지는 알수 있었다. 종우는 몸을 비틀대며 유리관에서 쏟아진 생물 가까이 다가갔다.
—혹 덩어리를 떼버렸구나. 훨훨 날아가라마.
가로등 불빛 속의 건물들은 죽죽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견고했다. 그것들을 바라보는 흐릿한 얼굴을 되비추는 유리창 속에 상자 깊숙이 넣... 더보기
—혹 덩어리를 떼버렸구나. 훨훨 날아가라마.
가로등 불빛 속의 건물들은 죽죽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견고했다. 그것들을 바라보는 흐릿한 얼굴을 되비추는 유리창 속에 상자 깊숙이 넣... 더보기

P. 148~149“—모를 것들이 많습니다. 사랑 때문에 국경을 넘었다고 생각했는데. 무엇 때문이었는지…….
흐르는 시간 속에서는 내 마음도 믿을 게 못 된다고, 제 입에서 투두둑 떨어지는 말들을 들으며 성국은 멀리 떠 있는 섬들을 바라보았다. 제 말의 진위를 알 수 없었다. 오랜 체증 같은 게 내려가는 느낌이 좋아 거푸 술을 마... 더보기
흐르는 시간 속에서는 내 마음도 믿을 게 못 된다고, 제 입에서 투두둑 떨어지는 말들을 들으며 성국은 멀리 떠 있는 섬들을 바라보았다. 제 말의 진위를 알 수 없었다. 오랜 체증 같은 게 내려가는 느낌이 좋아 거푸 술을 마... 더보기

P. 169“멀리 미사 마을에서 흘러나오는 밤의 전등 불빛들은 아름다웠다. 하얗고 노랗고 붉은 빛들이 등대처럼 손짓하는 듯했다. 마당 가득 수확한 유자를 쌓아놓은 해미네 넓은 거실 창에서 흘러나오던 불빛처럼 따스했다. 멀어서 더욱 빛이 나는, 지붕 아래 불빛과의 거리를 가늠하며 성국은 몸에 단단히 기압을 넣었다. 삭주에서 해안 경비대장으로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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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끊임없이 서로에게 손님이 돼 찾아가고 찾아온다. 어쩌면 늦은 밤 내 집을 찾아와 문을 두드릴지 모를 손님을 나는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탈북민으로 인간다움마저 상실하고 그림자처럼 떠돌다 찾아온 손님(들)을 윤순례는 공손히 집에 들이고 가장 온기 넘치는 곳으로 이끈다. 손님이 머무는 동안 먹이고 품으며 인간다움을 되살려내려 애를 다한다. 이번 연작소설집에 실린 소설들은 그 애씀의 결실이다.
- 김숨 (작가.) 
여섯 편의 작품들에는 불안정한 삶의 그늘에서 힘겨운 나날을 보내는 탈북민들이 등장한다. 각자가 도달한 삶의 현실은 다를지라도 이따금 회고되는 기억의 파편들을 맞추어가다 보면 이들이 겪었던 처참한 삶의 실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낯선 도시에서 이들은 주권 권력으로부터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는 ‘벌거벗은 생명’, 즉 호모 사케르(Homo sacer)로 살아야 했다. 작가는 이들에 대해 섣불리 연민과 동정을 보내거나 민족 감정에 호소하지 않는다. 트라우마로 각인된 등장인물들의 내면세계를 섬세하게 탐사해나갈 뿐이다. 우리와 동시대의 이 세상 한구석에 비참하게 내팽개쳐진 존재들을 조명하면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촉구하고 있다. 
- 이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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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윤순례(지은이)의 말
내가 직접 알고 있거나, 건너 건너 들었거나, 인터넷 선을 타고 흘러나온 이들의 이야기를 펼쳐놓는 내내 고심했다. 무겁지 않게…… 가볍지 않게……. 가볍고 무거움 사이의 틈 메우기는 독자의 몫으로 남기며 알게 된 것들도 있었다. (……) 없는 길을 만들며 먼먼 도정에 나선 이들……. 김현 선생님의 “문학은 배고픈 거지를 구하지 못한다. 그러나 문학은 그 배고픈 거지가 있다는 것을 추문으로 만들고, 그래서 인간을 억누르는 억압의 정체를 뚜렷하게 보여준다”에 힘입어 어설프게나마 이들의 목소리를 내보는 작업을 시도할 수 있었음을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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