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집 포 리프 클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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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 리프 클로버
이 책은
뒤늦게 문단에 나왔지만 한국해양문학상 대상, 직지소설문학상 대상, 무예소설문학상 대상 등을 수상하면서, 지칠 줄 모르는 필력으로 장편소설을 집필하던 이호철 소설가의 유작 소설집이다. 작가는 이 소설집의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제 돌이켜 보면 꺼내 볼 수 있는 오만가지 기억들이 점점 흐려져 서글픈 마음까지 들 때도 있다. 다행스럽게도 어릴 적에 맞이한 기억은 깊숙이 묻혀 지워지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이야말로 커다란 위안이다. 소벌은 가슴에 품은 첫사랑의 그리움이다. 사무치는 그리움을 자양분으로 삼아 겁 없이 썼던 대하소설 초고들을 냉동저장고에서 꺼내 얼음은 털어내고 힘닿은 대로 퇴고하고자 한다.” 높게 쌓아놓은 원고의 퇴고를 예고한 작가는 이 소설집이 나오는 것을 본 직후 운명을 달리했다.
작가의 유작이 된 이 소설집에는 단편소설 4편, 중편소설 4편을 싣고 있다.
「불막」은 목욕탕 사업을 하는 강 사장과 그 주변을 둘러싼 인물들을 그린 세태소설로, 우리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를 직시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포 리프 클로버」는 네 잎 클로버가 상징하는 아련하고 애틋하고 가슴 절절한 첫사랑 이야기이다. 베트남전쟁에 파병 중인 화자에게 ‘부지런한 손과 건전한 마음으로 단단히 무장한 당신의 지성을 사랑한다’고 보낸 희의 편지에는 여러 곳에 눈물 도장이 찍혀 있고, 깡마른 네 잎 클로버가 붙어있었다. 전쟁터에서 돌아왔지만 결국 희를 만나지 못한 화자는 평생 그녀를 가슴에 묻고 있다가 작가로 활동한 늘그막에 그녀와 재회한다. 사랑의 경계, 세상의 경계, 삶의 경계를 단숨에 무너뜨리는 수작이다.
「복첩에 그려진 사람들」은 귀농해서 과수원을 가꾸는 작가의 수첩에 그려진 사람들과의 인연과 속사정을 인상 깊게 그리고 있다. 마치 발자크의 「인간희극」을 보는 것같은 생생한 기록이 놀랍고도 감동적이다.
「개소주」는 아파트 입주 현장사무소를 배경으로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얽히고설킨 인간관계의 잇속과 이면을 거침없은 입담으로 풀어낸 작품으로 만화경 같은 사람들 속내를 꿰뚫고 있는 작가의 시선이 각별하다.
중편소설 「붉은 밥상」은 3·8문학상 수상작으로 6‧25전쟁을 배경으로 마을 방앗간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참상과 내면을 그리고 있다. 한국, 미국, 소련, 중국, 북한의 각축전을 방앗간이라는 공간으로 설정한 작가의 상상력과 현장을 실증하는 디테일이 정교한 소설로 마치 독자들이 그 현장 마당극 관객으로 앉아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생생한 묘사가 인상적이다.
「항쟁의 꽃은 지지 않는다」는 진주 예기들의 독립운동 상황을 그린 소설로 꺾이지 않는 예기들의 조국 독립의 염원이 푯대처럼 당당하게 펼쳐지는 현장이 놀랍도록 강렬하다. 인물들의 관계선이 섬세하고도 극적으로 연결되어 시종일관 긴장을 잃지 않게 만드는 작품이다.
「손등이 다르다」는 갑자기 집안이 몰락한 현실을 이겨내고 견뎌야 하는 만학도 학민의 인생이 한편의 파노라처럼 펼쳐져 때론 서럽고 때론 안타깝고 때론 대견하고 때론 자랑스러운 모습으로 독자들의 심금을 울린다.
「좌표 140319」는 『신동아』 논픽션 당선작을 중편소설로 개작한 작품이다. 베트남전쟁의 속내를 리얼하게 보여주면서도 전쟁이란 무엇이고, 군인은 과연 누구를 위해 싸우는가 하는 질문을 시종일관 놓지 않고 있다.
이호철 소설집 『포 리프 클로버』는 작가 마지막 삶의 에너지를 몽땅 소모한 작품집으로, 목숨으로 소설을 초월한 작가의 정신의 결정체이며, 작가의 체험이 경험으로 전이되면서 소설쓰기의 이호철식 독자성을 완성한 작품으로 오래도록 독자들의 기억에 남을 소설이다. 삼가 고인(故人)의 명복을 빈다.
<목차>
작가의 말_이호철 작가의 꿈이 머문 자리
단편소설
불막 13
포 리프 클로버 43
복첩에 그려진 사람들 87
개소주 117
중편소설
붉은 밥상 149
항쟁의 꽃은 지지 않는다 241
손등이 다르다 323
좌표 140319 389
<작가의 말>
나는 참으로 늦깎이다. 공부도 그렇지만 사과밭 일도 그랬다. 소설등단도 마찬가지였다. 거기에다 장편소설을 여러 권 출간하고 나서야 중^단편을 묶어 소설집으로 선보여서 하는 소리다. 그렇지만 찬찬히 돌이켜보면 문학창작의 시작은 반세기가 훌쩍 지났다. 역설적으로 올깎이라고나 할까. 그동안 냉동저장고에 차곡차곡 쌓여 보관 중인 많은 작품들이 해동을 기다리고 있으니 후회하지는 않는다. 또한 늦깎이라도 한 점 부끄러울 것도 없다.
문학을 따로 배운 적은 없었다. 자연이 스승이었다. 정미소 별채에 야학당을 열어 글과 인성을 가르치며 시조와 가사를 즐기시던 아버지의 가정학습이 있었다. 또한 일제 암흑기에 간호사를 지낸 어머니의 숨은 손길이 뻗쳤다. 독일의 라인리히 뵐의 노벨상 수상작인 ????여인과 군상????을 탐독하고 소설가의 꿈을 키웠다. 뵐의 방송극 ????결산????과 희곡 ????판돈????은 대화체를 선호하는 나의 문체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한편으로 우포늪이 가까워 자연을 벗 삼을 수 있었다. 그 무렵의 감성과 정서가 가슴을 적시며 삶의 전반을 관통하여 흘렀다. 고향에서는 우포늪을 ‘소벌’이라 불렀다.
소벌은 내 몸의 고향이자 마음의 안식처다. 어릴 때 소벌은 가보지 못한 바다였다. ‘소벌바다’에 한없이 펼쳐져 구름과 맞닿은 물길은 소년에게 꿈과 영감을 선사하였다. 또한 호기심과 모험심은 상상력의 확장으로 날개를 달아 정중동을 깨닫게 하는 오감을 호사시켜 주었다.
소벌은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읽고 검은 안대를 두르고 나선 ‘허크파’의 뗏배 사이로 물안개와 함께 피어오르는 민물의 비린내마저도 싫지 않았다.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철새들이 비상하며 울부짖는 아우성은 자연이 불러주던 최초의 노래였다. 지는 해를 붙잡으려다 놓치고 등진 처연한 갈대와 물억새의 몸부림은 은빛 역광의 미학을 고스란히 가슴에 안겨주던 햇빛과 바람의 향연이었다. 가까이서 사물 보는 눈을 뜨게 하고 몸의 모든 감각을 흔들어 일깨웠다. 소벌 둑방에 앉아 자연에 귀를 기울이면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등 시린 달빛이 벗이었다. 이것들은 힘을 모아 허크파의 대장에게 글쓰기를 북돋아 주었다. 소벌은 문학 아동과 문학 소년에게는 첫 스승이었다.
중단편 소설집 『포 리프 클로버』를 묶으며 오랜만에 소벌을 찾았다. 오래전 개척해 둔 물둑에 올랐다.
개굴~개굴, 맹~꽁 맹~꽁, 꺼억 꺼억.
발자국 소리에 뒤죽박죽 리허설이 한순간에 뚝 멈췄다. 물옥잠 사이로 솟아난 가시연꽃이 내려다보이는 자운영 꽃밭에 자리를 잡고 숨을 죽였다. 석양이 조명처럼 잔잔한 붉은 물결을 만들었다. 물위를 스치든 잠자리 떼도 붉게 물들었다. 이때였다.
맹~
꽁~
맹꽁이 혼성 듀엣이 목청을 가다듬어 주고받았다. 이어 두꺼비도 나섰다.
꺼억 꺼억
따라서 귀에 익은 울음이 한꺼번에 터졌다.
개굴~개굴~개굴
한 뼘 남은 해가 서러운 듯 합창단의 울음보가 봇물처럼 터졌다. 시샘하든 한줄기 바람이 물결을 흔들며 둑방으로 넘어갔다.
동행한 후배가 말했다.
“행님요. 저번에 부탁드린 고향마을 재능기부는 준비해 왔습니꺼?"
“그래. 자, 네가 한번 읽어봐라.”
<저자 소개>
창녕(昌寧) 출생
동아일보 ≪신동아≫ 논픽션 <좌표 140319> 당선.
????에세이문학???? 수필등단, 『월간문학』 소설 등단.
호국보훈문예상 3번 수상, 서울이야기문예상 2번 수상, 세아뜨문학상 2번 수상, 시흥문학상, 짚신문학상, CJ문학상 수상 외.
38문학상 중편소설 「붉은 밥상」 당선.
해양문학상 중편소설 「바다를 넘다」 당선.
직지소설문학상 대상 장편소설 『빙허각』 당선.
무예소설문학상 대상 장편소설 『용천검명』 당선.
제27회 한국해양문학상 대상 장편소설 「어부일기」 당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 수혜.
-저서
수필집 『소금으로 쓰는 편지』
중^단편소설집 『포 리프 클로버』
장편소설 『빙허각』 『용천검명』 『금객』 『붉은 소낙비』
장편소설 「어부일기」 『제27회 해양문학상수상작품집』 대표작(전문게재)
한국문인협회 서사문학연구위원, 한국소설가협회 회원
한국수필문학진흥회 이사, 대한민국국가유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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