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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경 소설집 삼각 릴레이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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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소설가협회
댓글 0건 조회 64회 작성일 24-11-06 11:54

본문



삼각 릴레이




목차

오빠 생각

삼각릴레이

칼을 가는 시간

나비

겨울의 끝

굼벵이의 춤

 

해설 /

인간관계가 주는 상처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 이승하

작가의 말




본문 속으로

나는 그런 나 자신이 너무도 가여워 견딜 수가 없었다. 무작정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갔다. 공사 현장에서 왔는지 작업복에 흙이 묻은 채로 남자는 내가 기다리고 있는 찻집 안으로 들어왔다. 남자는 시든 배추 같은 내 얼굴을 안쓰럽다는 듯 바라보며 자리에 앉았다. 차를 마시고 나서 남자는 내 옆 의자로 왔다. 그리고 나를 다정하게 안아주었다. 남자의 몸에서 해초 냄새가 났다. 오빠 몸에서 나던 향긋한 바다 냄새였다. 문득 오빠와 남자의 관계가 궁금해졌다. 혹시? 그러나 나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중요한 건 그에게서 오빠의 체취와 함께 어떤 분신 같기도 한 아우라 같은 게 느껴진다는 점이었다. 남자는 내 등을 토닥거리며 말했다.

지금부터 나는 그쪽이 원하는 사람이 되어줄 거요. 오빠가 되어 달라면 그렇게 해 줄 것이고, 친구나 아버지가 되어달라고 하면 또 그렇게 해 줄 것이오.”(오빠 생각)

 

나는 지하도를 빠져나와 한강대교 위를 지나가는 전철 차창을 바라본다. 강물은 무심한 듯 흐르고 있다. 다리 위를 걷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도 무심하다. 하지만 그 무심함은 지대한 관심의 또 다른 모습이다. 지나친 관심은 서로를 힘들게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무관심한 척 포장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 남자와 내가 서로에 대해 묻지 않는 것도 무관심을 가장한 관심의 표현이 아닐까. 문득 그와 함께 했던 수타면 집의 면발이 떠오른다. 그렇게 우리의 모든 인생은 하나의 덩어리에서 갈라지고 가늘어져 종내는 부서지고 헤어지면서 사라진다. 나는 처음과 끝을 이어가는 그 면발들의 일생처럼 세상의 모든 소멸이 그냥 아름다운 과정이었으면 싶다.(삼각 릴레이)

 

줄지어 늘어선 가게마다 돼지나 소들이 걸려 있었다. 껍질만 벗겨진 몸통은 사지를 버둥거리고 있었다. 소머리나 돼지머리들은 가게 문을 지키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껌벅일 것만 같은 커다란 소의 눈을 나는 차마 바로 볼 수 없어서 외면했다. 눈이 닿는 곳은 어디든 고깃덩어리들로 가득 차 있었다. 길바닥에 흐르는 물은 모두 피와 뒤섞여 있었다. 하이힐 속으로 자꾸만 핏물이 스며들었다. 친구가 커피를 한 잔 사 주었지만 넘어가지 않았다. 그곳에는 커피 색깔도 핏빛이었다. 커피를 따라주는 아주머니가 달려들어 내 목을 따고 껍질을 벗길 것만 같았다. 한겨울인데도 몸에서는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마장동 취재 기사를 쓸 때 손가락에서 피비린내가 진동하였다. 자료로 찍어온 사진 속의 소들이 뛰쳐나와 내 목을 조였다. 며칠 밤을 가위에 눌렸다. 흘러내린 식은땀으로 이불이 흥건했다.(칼을 가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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