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집 하와이 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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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주 작가의 첫 소설집 『하와이 펭귄』 출간 <다다다출판사>
불평등한 시대를 살아가는 동시대인들의 존재와 삶에 대한 성찰
계간 『문학과의식』에 「케이지」로 등단한 김혜주 소설의 단편집 『하와이 펭귄』이 10월 28일 출간되었다. 단편집에는 표제작 ‘하와이 펭귄’을 비롯해서 케이지, 제자리 뛰기, 해마가 사막을 건너려면 등 다양한 인물을 매개로 한 7편의 단편과 김선주 문학평론가(건국대 교수)의 해설이 수록되어 있다.
『하와이 펭귄』은 김혜주 작가의 첫 소설집으로 정글 같은 일상과 천민자본주의의 차가운 얼굴을 예리한 상징과 알레고리로 형상화하고 있다. 칙칙하고 음울한 색감과 자조적 터치가 이룬 황폐한 스케치는 소설 전체에서 ‘피’와 ‘검은 봉지’의 오브제를 눈여겨보게 한다. 검은 봉지는 서사 중심에 다다랐을 때 동물원에 펼쳐질 피의 복선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애써 현실을 회피하며 바깥세상으로 떠돌았던 주인공에게 작가는 제자리로 돌아갈 기회를 마련해주고 있다. 상처와 그 상처를 보듬고 살아가야 하는 삶의 방식에 대해 그리고 어쩌면 모르고 지나쳐 왔을지 모르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존재들에게 삶에 대한 성찰을 무덤덤한 투로 들려준다.
이 단편집의 매력은 김선주 평론가가 지적한 대로 붕괴와 재난의 이미지는 우리 사회의 미덕과 선한 영향력이 계속해서 약화 되어 가고 있다는 현실 의식을 내보인다. 세계 혹은 사회의 붕괴를, 가족이나 공동체의 전통적 가치 균열을, 생존과 양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선한 사람들의 공간에 독자를 데려다 놓고는 화자의 삶과 상처에 관해 털어놓는다.
이러한 서사는 각각의 독특한 상황과 인물들에 녹아들어 독자들에게 스며든다. 무엇보다도 끈질긴 생명력으로 우리의 심성 저편을 가로지른다.
이 소설은 이 시대 삶의 그늘을 투영하는 그림과도 같다. 선진국 반열에 진입한 뒤에 누리는 번영의 그늘, 칙칙한 뒷골목 사람들의 슬픈 삶을 리얼리티 강한 문체로 형상화하고 있다. 공간과 제재와 등장인물은 다양하나 주제는 결국 하나로 상통한다. 외화(外華)로 가득한 대도시의 삶에서 도태되어 가는 주변인들에 대한 연민을 담아냈다. 전편을 통해 흐르는 그런 작가정신은 독자에게 위안과도 같은 감동을 안겨 준다.
표사를 통해 이원규 작가가 밝힌 것처럼, 이 소설은 대도시 삶에서 도태되고 밀려나는 사람들을 화자로 삼고 있다. 하나같이 고향이나 가족을 떠나온 작중 인물들은 온갖 무법과 무질서, 폭력, 불신, 고독, 배신 등에 떠밀린 세상의 파편으로 본연의 날개를 깁고 비상을 꿈꾼다. 작가는 그 날개의 완성 직전 타이밍을 통해 정신적 고향을 찾는 긴 여로의 도중을 드넓게 펼치고 있다.
작가소개
-김혜주
동국대예술대학원졸업. 2007년 《매일신문》 • 《경남신문》
신춘문예 수필부문으로 당선되었다.
2022년 계간《문학과의식》 소설부문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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