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집 슈가 제로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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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가 제로 크리스마스
이제 우리에게 크리스마스는 어떤 날일까.
5명의 작가가 각자의 서사로 전하는 의미 그리고 추억, 5명의 작가가 각자의 서사로 전하는 의미 그리고 추억, 어느새 흰 눈처럼 우리들 어깨 위에 하나둘 쌓여나간다.
도서출판카논의 두 번째 피처링 시리즈 『슈가 제로 크리스마스』가 출간되었다. 첫 번째 『feat.죽 음』에서 묵직하고도 근원적인 질문 ‘죽음’을 탐구했다면 이번 작품집에서는 ‘크리스마스’를 배경 으로 다섯 편의 소설을 모았다.
한때 크리스마스는 종교를 초월해 무한한 사랑, 소중한 이들과의 인연 그리고 형용할 수 없을 만 큼 따스한 것들의 상징이 되어 오로라처럼 우리들 마음에 너울거렸던 적이 있다. 거리 곳곳에서 캐럴이 울렸듯 아련하고도 소중한 뭔가가 손에 잡힐 듯 지척에 있다고 믿었던 시절은 이제 지나버 렸다. 그러나 우리들 마음엔 여전히 그 빛바랜 기억의 폴더가 삭제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는 것을 안다.
『슈가 제로 크리스마스』를 통해 희미하게 남아 있는 그 시절의 기억을 소환해 보기 바란다. 흙투 성이였든,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던지 개의치 말고. 어쩌면 가장 소중한 건 당신 자신의 그 모습 그대로일지도 모르니….
<마스의 크리스> 조유영 작가는 화성에 남겨진 안드로이드형 AI를 화자로 내세워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우리에게 묻고 있다. 혼자 남겨진 채 생명이 사라진 폐허의 지구, 그 지구가 한 점의 모습 으로 쓸쓸히 태양 주변을 유영하는 ‘일면통과’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 공허한 시선은 창백한 푸른 점, 그 안에서 우리가 향유했던 소중한 가치와 의미를 더듬어 보는 듯하다.
김주욱 작가의 <불꽃 종소리>는 러·우크라이나 전쟁을 전면에 등장시켜 우리에게 개개인의 삶의 의미와 연결된 공동체 정신이란 무엇인지 묻는 듯하다. 지금도 러·우 전쟁, 중동전쟁은 먼 이국의 땅에서 여전히 개인의 삶을 망가트리고 공동체를 파괴하고 있다. 누군가는 달콤한 디저트를 먹으 며 크리스마스 연휴를 즐기고 있는 동안에도 아마 그러할 것이다.
<크리스마스를 훔치다>에 등장하는 화자는 예수처럼 마구간에서 태어났다. 그는 많은 것을 훔친 존재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의 연인이 될 뻔 한 여자를 속임수로 뺏기도 했으며 운으로 얻은 학벌 을 이용해 타인의 환심을 사기도 한 그런 인물이다. 이물스럽기도 동시에 ‘우리’를 닮은 남자이기 도 하다. 자신의 거의 모든 것을 부정하며 살았지만 그에게도 남겨진 것이 있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마주한 한 여자 그 여자 사이에 생긴 아이, 녹담을 통해.
박초이 작가의 <굿바이, 가을의 크리스마스>는 다른 누군가가 아닌 진정으로 자신만의 크리스마 스를 즐기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그 과정 속에서 화자는 속박의 관계는 결국 스스로를 아프게 할 뿐이라는 걸 말하는 것만 같다. 친구인 듯 친구가 아닌 듯한 지인 가을의 제안으로 솔로 크리스 마스 파티에 참석한 화자, 그곳에서 그녀는 자신만의 크리스마스를 당당히 마주하게 될까? 어디선 가 “I wish my own self Merry Christmas”라고 외치는 듯하다.
김영석 작가의 <도깨비불>은 이 세상에 특별한 게 존재한다고 믿었던 시절의 꿈에 대해, 그 시절 삶에 대한 뜨거운 마음에 대해 말하고 있다. 한때 있었다 한들, 도깨비불은 이미 사그라든지 오래 일까…. 만질 수 있고 볼 수 있는 것들에 둘러싸여 살고 있는 우리들이지만 때로 어딘가 현실을 초 월해 ‘존재했으면 하는 것들’이 남아 있기를 꿈꾸기도 한다. 비록 하룻밤의 꿈일지라도.
다섯 명의 작가가 펼쳐내는 하나의 주제, 각각의 서사를 통해 오늘날 우리에게 크리스마스란 어떤 의미인지 그 가치를 되새겨봄과 더불어 지난 시절의 추억과 마주해 보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소 망해 본다. 비록 ‘단맛 없는’ 슈가 제로 크리스마스가 될 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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