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맹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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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수들
밤꽃 냄새 풀풀 나는 남자들의 숨어있는 이야기!
<출판사 서평>
휘몰아치는 시간, 압축된 묘사, 그리고 숨 막히는 긴장감.
이 소설은 이념과 폭력이 교차한 시대의 어둠 속에서 인간의 생존 본능과 치욕을 집요하게 포착한다. 전쟁과 억압의 현장에서 장군부터 병사, 그리고 민간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마주하는 절망과 희망의 파편이 씨줄과 날줄처럼 얽혀있다. 작가는 죽은 자의 목소리와 산 자의 기억을 병치시키며, 현실과 환영이 맞물린 독특한 서사 구조를 펼쳐낸다. 희미한 전등 불빛 아래의 내무반, 곰팡이 낀 벽, 고문과 굶주림 속에서의 신음, 그리고 삶을 연명하는 밥 한 덩이, 이러한 구체적이고 압축된 묘사는 독자를 그 시공간 속으로 끌어들인다. 낯익은 공간을 낯설게 변주하며, 인간 존재의 밑바닥에서 솟구치는 본능과 존엄을 동시에 드러낸다. 독자는 읽은 내내 불안과 긴장을 체험하며, 이야기에 내재된 역사적 진실과 인간의 어두운 민낯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작가 소개>
1952년 해남 월송리 출생
1986년 <동촌문학> 단편「도시의 불빛」 발표하면서 문단에 나왔다.
장편소설『침묵의 노래』,『바다 건너서』,『내가 너다』,『별보다 무거운 바람』,『그 이웃들』,『계단 아래』
소설집『물살』,『발기에 관한 마지막 질문』,『무인시대에 생긴 일』,『개밥』,『은밀한 대화』,『흔들리는 불빛들』,『나비의 뼈』,『찢어진 밤』,『꿈을 지우다』
산문집『흩어진 생각들』,『그 시간을 묻는 말』 외
<창작문학상><한국문학 백년상><한국소설문학상><조연현문학상>을 수상했다.
<차례>
1. 병정개미들의 질서
2. 새장 속에서 날갯짓을
3. 왕거미 집을 찾아가는
4. 그리움은 책의 날개에
5. 세월은 흔들리고
6. 미확인 물체와도 같은
7. 바람이 휩쓸고 간 자리
8. 헝클어진 측근들이
9. 절망을 삼켜버린 불나비
10. 별똥별로 사라진 ★들
11.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나라
12. 꽃피고 새가 우는 날은
13. 늴리리야, 니나노, 얼씨구
14. 가맣게 아득한 날들
15. 꿈꾸는 내일을 위하여
16. 시간을 머금은 눅진한 기운
17. 어디쯤 가고 있을까
18. 시금털털한 막걸리
19. 파도가 삼켜버린 악몽
20. 모래로 쌓은 성벽을
21. 욕망이 부러뜨린 나뭇가지
22. 땅 울리는 소리가
23. 철책선은 녹슬어
24. 인연은 닿아있으니
25. 지금은 없는 사람들이
26. 병정개미의 위태로운 발악
27. 철새는 날아가고
작가의 말
<책 속에서>
쥐 죽은 듯 써늘한 복도를 오가는 감시병의 발소리, 회반죽 칠이 발라진 벽에 거뭇거뭇 묻어있는 곰팡이, 고문을 당해 피투성이가 된 채 끙끙거리는 동료들의 신음, 거무튀튀해진 나무 바닥에 벌레처럼 꿈틀거리며 나자빠진 사람들. 덜덜 떨었던 이도 있었고 누군가가 코를 골았다. 얼굴이 넙데데한 윤곽으로 보아 그 친구라고 생각되었다. 씻지 못한 몸뚱이에서 역겨운 냄새가 났다. 냄새에 중독된 콧구멍은 면역이 되었다. 게걸스럽게 주먹밥을 씹어 삼키고도 다른 사람의 주먹밥을 힐끔거리던 사람들. 그래서 동물의 부류인 사람인 게지. 그는 자신에게 숨통이 붙어있음을 새삼스럽게 확인하는 꼴이었다. 살아있는 동물의 몸뚱이이므로 인간의 치욕을 감당해야 했다. 당장 내일 죽어도 지금은 밥을 먹어야 했고 잠을 자야 했다. 눈을 들어 바깥을 쳐다보았다. 캄캄한 하늘도 창문틀에 갇혀있었다. 가끔은 복도 끝에서 저벅저벅 걸어오는 감시병의 발걸음 소리가 저승사자처럼 느껴졌다. (135쪽)
“밖에 누구요?”
“할 말이 있다는 디…왜? 안 와요.”
어디선가 술 취한 듯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창문에 검은 그림자가 어른거리며 귀에 익은 목소리가 이어졌다. 아, 나옥순, 바로 그녀였다.
“왜? 술 한잔하자니까, 안 만나주느냐 말이유.”
잠시 말소리가 끊겼다가 다시 조금 더 크게 들렸다. 유리창을 두드리는 소리와 동시에 뒤통수를 치는 말이 바로 이어졌다.
“내가 방으로 들어가유?”
“나 양? 술 취했으면 자고 내일 이야기하세요.”
낯설고 생뚱맞은 순간, 그가 목구멍으로 기어들어 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여성이 바깥에서 더 큰 소리를 질렀다.
“왜 그러냐고?!”
빗금이 그어진 상태에서 그녀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잠깐 조용해졌다. 그때 어디선가 느닷없이 카랑카랑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이년! 술을 처마셨으면 곱게 잘 노릇이지, 한밤중에 이 무슨 행패야?”
그것은 안방에서 바깥으로 향한 출입문을 열고 안 주인 할머니가 다그치는 말이었다. 평소에도 눈빛이 강렬하고 남편이나 며느리를 꼼짝 못 하게 하는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빨리 사라지지 못할까! 내가 지금 나가랴?”
구세주가 따로 없었다. 귀가 밝은 할머니는 지금까지 모든 말소리를 들었던 게 분명했다. (489쪽)
<작가의 말>
팍팍했던 시기에 어떤 인물들의 운명은 불특정 다수의 삶을 바꾸었다. 그래서 세월과 삶이 인간의 이념을 변질시켰다. 신산한 현실에서 회색(灰色)이 있음에도 흑(黑)과 백(白)만을 집으라는 그런 경우도 있었으니까. 질서를 만들고 흐트러뜨려 전전긍긍하는 게 사람살이다. 돌이켜보건대 모든 이치는 그럴싸하게 맞물려 돌아갔던 것.
구상했던 틀은 처음과 달리 갈수록 어긋나고 벌어져 삐걱거렸다. 그러나 여럿의 시점이 뒤섞였어도 한 시대의 감정을 피할 수는 없으렷다. 말을 잃고 기억을 잊은 틈새에 어떤 슬픔 들이 묻어났다. 하여, 뜬소문은 글이 아니어도 바람처럼 떠돌아 전이되리.
아무튼 소설의 늪에서 빠져나오니 자못 당혹스럽다. 무거운 이야기를 너무 허술하게 꿰맨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변명은 사족(蛇足)! 새삼스럽고 구차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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