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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남 소설집 그는 일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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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소설가협회
댓글 0건 조회 154회 작성일 25-06-30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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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일어날까?



정수남 작가는 운명처럼숙명적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반평생 해왔으며 지금도 여전히 해내고 있다. -임철균(소설가·문학평론가)

 

 

이 소설은

 198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소설 접목으로 등단하여 정식으로 작가가 된 이후 40여 년을 오직 외길 글쟁이로 살아온 정수남 소설가가 펴내는 신작 작품집이다실향민 작가인 정수남 작가는 혼돈의 시대 속을 살아내며 운명처럼숙명적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반평생 해 왔으며 지금도 여전히 해내고 있다소설집 그는 일어날까?는 주야를 가리지 않고 쓰고 또 쓰는 작가의 팔십 년 된 육체와 삶의 내력을그의 존재 자체를오롯이 말해 주고 있다.

 표제작인 그는 일어날까? 입시학원 강사 송주희가 대학 선배의 간곡한 부탁으로 만난 그녀의 오빠와의 이야기이다결혼에 딱히 관심이 없고 오직 문학에만 관심이 있는 노총각인 그는 철저한 마마보이다주희와 남자가 만남을 거듭하면서 서로 간에 삶의 방식과 인식에 변화가 일어난다정말 나하고 같이 살고 싶으면 어머니 품에서 나오세요.”라는 주희의 단호함에 남자는 한없이 작아진다소설의 막바지에 이르면늦은 나이에 만난 짝사랑들이 첫사랑으로 인식론적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상황이 전개된다그는 일어날까?에서 주인공의 상대에 대한 마음과 시선그 애틋함의 여운이 예사롭지 않게 길다.

 「길과 길은 주인공인 아내가 남편과 함께 교통사고로 6년 전에 죽은 아들의 무덤을 찾아간다아내는 아들이 죽자 재가한 며느리가 몹시 서운하고 섭섭하다끔찍이 생각하는 손자 주영이 마저 연락이 끊긴 채 제 아비의 제삿날에도 오지 않는다그런 아내에게 남편은 이제 그만 놓아 주자” 한다이제는 각자 서로의 길이 다른 걸 어떻게 하느냐며 서로 모르는 척 눈감고 가자고 한다하지만 아내는 남편과 다른 길을 택한다아들이자 제 아비의 무덤에 찾아오지 않는 손자 주영이를 직접 찾아 나서기로 마음먹는다그리고 마음속에 길 하나 품고 살자며 다짐한다아내는 길은 그쪽으로 가나 이쪽으로 가나 결국은 통하게 마련이라 생각한다그것이 설령 내내 자신 홀로 걷는 길일지라도 아내는 자신의 길을 끝내 가리라 굳게 다짐한다길과 길에서 만나는 등장인물의 길은 모두 각기 다르다그럼에도 아내는 그 각자의 길들이 끝내는 한 길에서 만날 것이라는 짝사랑의 희망을 놓지 않는다.

 「든든한 집은 아내이자 할머니의 일인칭 주인공 시점과 은미를 주인공으로 바라보는 전지적 시점이 내내 교차하는 소설이다주인공인 는 남편과 함께 은미라는 손녀를 양육하고 있다은미의 엄마인 딸은 15년 전 어린 핏덩이를 내게 맡기고 집을 나가 천방지축 망나니로 살고 있다그런 딸이 여러 남자를 갈아치우다 이번에는 돈 많은 이혼남을 제대로 만났다며 찾아와 인사를 하면서 은미를 자신이 키우겠다고 한다하지만 어릴 때 자신을 할머니 집에 억지로 떠넘기고 소식조차 없이 자유로운 영혼으로 사는 엄마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은미는 친구들과 상의 끝에 무단가출을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돌아온다그때야 비로소 나는 우리집이 다시 든든하게 세워졌다는 것을 실감한다이 소설을 읽으면서 독자는 모정이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생각할 것이다하지만 현실은 소설보다 더 소설 같으며 때론 더 모질다삶이라는 것을 충분히 살아보고 지켜본 작가가 그려낸 우리네 비정한 세태의 한 단면이다.

 「수수께끼는 실향민인 정수남 작가의 직접적 체험·자전적 소설이자 그의 근본 인식에 가장 절실하게 닿아있는 서사이다화자인 나는 실향민이다누이동생과 나를 데리고 월남한 아버지는 40년 전에 돌아가셨다돌아가시며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통일이래……되문……뼈다구래 반드시 페양……우리선산에다……묻어달라우알갓디?”였다그때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인 나는 해마다 아버지 제사를 정성껏 지낸다그러나 내 아들은 할아버지의 제사에 무관심하다묘지 관리사무소에서는 묘를 이장할 것인지 계약기간을 연장할 것인지 물어 와 고민하던 나는 결국 20년 연장을 결정한다하지만 아들은 요즘 세상에 누가 통일을 중요하게 여기느냐고 하면서나의 사고와 행위를 알 수 없는 수수께끼 같다고 한다나 역시도 아들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알 수 없는 수수께끼이다소설 속에서 아버지와 아들을 향해 수수께끼를 툭 던져놓은 작가는 오늘도 기다리고 있다누군가 자신이 던진 그 수수께끼를 풀어내기를.

 「정상청은 죽었다는 노인으로서 당면해야 하는 친구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다소설은 주인공인 나의 동창 정상청이 죽었음을 알리며 시작한다그는 빌딩과 한옥물류센터주말농장을 가진 대단한 자산가이다그러나 그는 타자는 물론 자신에게도 매우 엄격한 자린고비이다자가용이 없고 빌딩 관리를 직접 하는 그는 빌딩 주차장 한쪽에 관리사무실 컨테이너를 놓아두고 아들과 주변에서 주워 온 전선 껍질을 벗겨 팔았다조의금이 아까워 장례식에 문상을 전혀 가지 않았던 탓에 그의 빈소에는 조문객이 거의 없다그의 부인이 평소와는 다르게 눈화장을 하고 화장품 냄새를 풍기며 빈소 안팎을 드나들었다장례식이 끝난 얼마 후 정상청이 있던 주차장의 컨테이너가 사라지고 고급 승용차가 주차되어 있더니 빌딩이 팔리고 건물주가 바뀌었다삶보다 죽음이 더 가까운 노인의 삶에서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관한 작가의 생각이 짙게 담겨있다특히 소설 속에서 두 노인의 생사관에 대한 대화는 소유의 집착에서 벗어나 존재로서의 삶을 살아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미혹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이지만 과거의 일과 현재 상황이 교차하며 이야기를 전개하는 서사이다나에게는 지적 장애아들을 데리고 시골 고향집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여동생이 있다나는 정년퇴직을 얼마 앞두고 교장에게 반기를 들었다가 사표를 던진” 이후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한다해마다 봄이면 골치 아픈 문제가 발생하는데한예분 할머니가 몇 년째 아파트 사이 공간에 텃밭을 만들고 있어 그것을 강제로 철거해야 하는데 나는 홀로 시골에서 텃밭을 가꾸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라 쉽사리 없애지 못한다살아생전 어머니는 항상 말했다. “난 흙냄새가 좋아흙이 얼마나 좋은 줄 너희들은 모르냐모두 여기서 자랐는데그 냄새를 벌써 잊었니?” 관리소장의 호된 질책을 견디지 못해 결국 사표를 제출한 나는 동생에게 기거할 방 하나 마련해 달라고 부탁한다아주 오래 잊고 있었던 어머니와 자신의 뿌리가 어디에 근원하고 있는가에 대한 자각이자자신이 진정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자각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다.

 「부끄럽지 않은 사랑은 노년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면서모두가 쉬쉬하는 노인들의 성욕(性慾)에 관한 고백이기도 하다아내와 사별하고 홀아비로 사는 칠십이 넘은 전 선생은 작가이다문학센터에서 <창작 교실>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중학교 교사 은퇴 이후 학원을 운영하는 이영숙이라는 이혼녀를 학생으로 만난다그녀는 작은 키에 한쪽 다리를 저는 장애를 가지고 있다서른이 넘은 아들 둘과 사는 영숙은 생활력이 매우 강한 사람이다이에 반해 작가인 전 선생은 불규칙한 수입에 중소기업 대표인 아들이 생활비를 도와주고 있다전 선생과 영숙은 문학을 매개로 차츰 가까워지다 마침내 깊은 교감의 단계에 이른다늦은 나이지만 반려자로서 서로를 선택한다하지만 영숙의 아들들과 달리 전 선생의 아들은 아버지의 재혼에 반대하고며느리 또한 전 선생의 손자가 곧 유력 집안과 결혼할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강하게 반대한다그들은 죽은 아내까지 들먹인다그렇지만 나는 죽은 사람 생각하면서 과거에 빠져 헤매는 게 현실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살아 숨을 쉬고 있다는 건 어쨌든 과거에 머문다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향해 나가고 있다는 것 아니겠느냐는 것이다자식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녀와 베트남으로 해외여행을 간 전 선생은 북적이는 공항의 사람들 속에서 그녀의 어깨를 힘차게 끌어안는다.

 「서쪽 하늘 붉은 노을은 노인들의 삶과 의식 양상에 있어 무엇이 늙어가는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가를 다루고 있다주인공 나는 평교사로 정년퇴직을 하고아내를 사별한 이후 홀로 살아가는 노인으로 <실로암 사우나>에서 목욕을 즐기는 것이 낙이다얼마 전부터 사우나를 하면서 모래시계에 맞춰 1에서 500까지 숫자를 세는 것이 자꾸 헛갈린다혹시나 하고 나의 의식 상태를 내심 걱정하는데 신학대학을 중퇴했다는 청년이 매번 나에게 다가와 죽음 이후 하느님의 나라 천국에 대하여 설교를 한다사우나 친구인 홍영감은 팔십 나이에도 여전히 건강한 몸을 자랑한다나는 또 다른 사우나 친구인 백영감이 요즘 보이지 않아 찾자 홍영감은 팔십 넘은 늙은이들이 보이지 않으면 죽음 밖에는 없다고 자조하듯이 흘린다그 말에 나는 주변에서 영원히 떠나간 이들의 얼굴과 추억을 떠올린다죽음이 두렵지 않다는 홍영감은 죽음이 찾아오면 그냥 어서 오세요하고 맞을 생각이라면서 덧붙인다. “어쨌든 지금은 숨을 쉬고 있으니까열심히 살아야지죽음 따위는 잊어버리려고그거야 어차피 때가 되면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 아니겠어.” 백영감 또한 언젠가 홍영감과 비슷한 말을 했다. “우리는 모두 아침 이슬” 같다고백영감을 찾아 나선 12월 겨울날 오후나는 서쪽 하늘에 물든 붉은 노을을 보면서 문득 붉은 꽃이 활짝 피어 있는 그 노을 너머가 빼빼 청년이 주장하는 천국이 아닐까?” 생각한다그러면서 사우나에서 모래시계에 맞추어 세던 숫자를 나의 걸음에 맞추어 세기 시작하던 나는 모래시계는 일정하게 숫자를 요구하지만 늙은 나의 걸음에 맞춘 숫자는 그럴 필요가 없음을 깨닫는다어떻게 늙음의 상태를 살아갈 것이며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잃어버린 시간-코로나19 시대의 여섯 빛깔 이야기는 코로나19 때를 배경으로 여섯 개의 에피소드가 있는 옴니버스 구성이다첫 번째 이야기는 고관절이 부러져 요양병원에 입원한 늙은 아내 시점의 이야기다두 번째 이야기는 고관절이 부러진 아내가 병원에 입원한 이후 70대 남편의 독백이 일기형식으로 전개된다세 번째 이야기는 동창생이 코로나로 죽은 상갓집에 있는 한 친구의 내레이션이다네 번째 이야기는 요양병원 원장의 인터뷰 기사 형식의 이야기다코로나19에 따른 방역지침과 그에 따른 사람들의 물리적심리적 상황을 서술하고 있다다섯 번째 이야기는 카자흐스탄에서 온 요양병원의 간병인 시점의 이야기이다여섯 번째 이야기는 코로나19 시대 어느 요양병원에서 일어난 일로 원장이 요양보호사가 병원 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것에 대하여 사무장을 강하게 질책하면서 벌어진 에피소르를 그리고 있다이처럼 잃어버린 시간-코로나19 시대의 여섯 빛깔 이야기라는 공통 주제 아래 다양한 삽화를 연결하는 옴니버스 구성의 원칙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소설이다.

 정수남 작가는 밥과 문학을 타협시키는 것은 문학정신과 예술혼을 훼손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작가이다그래서 그런지 이번 소설집에는 문학적 성찰의 깊이가 유독 돋보인다정수남 작가는 올해 팔순이다그의 소설적 표현에 의하면 서쪽 하늘 붉은 노을’ 속에 서 있다그러나 그에게는 여전히 아직 끝나지 않은 짝사랑이 있다그 짝사랑의 대상이 자신을 사랑하든 사랑하지 않든 그는 여전히 자신의 모든 것을 그 짝사랑에 바치리라 맹서하고 있다그리고 이것은 결코 빈말이 아니다정수남 작가에게 문학은 운명이자 숙명이다그런 의미에서 이번 신작 소설집은 우리들의 등짝을 호되게 내려치는 죽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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