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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연 소설집 『여름의 여름』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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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소설가협회
댓글 0건 조회 98회 작성일 24-05-15 11:17

본문

 ISBN 978-89-5824-494-3 (03810) 정가 14,000원 펴낸곳 정은출판

 

이정연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 <여름의 여름>은 독자들에게 여름비 같은 운율을 들려준다. 작가의 점액질 문장과 갈마드는 서사는 빠른 속도로 독자를 몰입하게 한다. 작가의 잔혹한 상상은 고통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들려주고 있으며 전제된 선이 아닌 자신의 내면세계에 귀 기울여 가는 삶의 과정을 보여준다.

 

<여름의 여름>은 8편의 단편을 싣고 있다. 

<여름의 여름>은 여름이가 맞이한 불행한 하룻밤의 이야기이다. 조부모에게 맡겨진 소녀는 할아버지의 술주정과 냉대 속에서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불행을 증언하는 것이 꿈이다. 소녀가 사랑했던 털보 선생님, 오주, 영원과 하루를 모두 떠나보내고 맞이하는 여름밤은 여름이에게 잔혹한 밤이다.

<루르마랭 워크숍>은 카뮈가 살았던 루르마랭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로 무명시인인 화자가 낯선 나라를 여행하면서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홀로서기를 시작하는 이야기이다. 

<자술>은 화자인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인 화자가 인터뷰이인 여성 농민 자술과의 우정에서 자신의 삶을 발견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바다의 목소리>는 어촌 실업계 고등학교에 다니는 장군이가 겪는 학교폭력과 용납 할 수 없는 부조리를 과감히 던져버리고 어촌에서 살아가기를 결심하는 이야기이다.

<미궁>은 트라우마로 인해 감정의 갑옷을 입은 화자가 자신의 인생을 조롱하며 살아가지만, 그 와중에 병원에 입원해 있는 자신이 증오하는 엄마의 기저귀를 갈다가 자궁을 보고 자신의 출생의 근원을 생각하게 된다. 

<거위요리를 아시나요>는 17살에 성폭력을 당한 화자가 우연히 가해자의 돌봄 노동을 하게 되면서 불행했던 과거를 되새김질하고 분노를 들여다보는 이야기이다.

<운조의 숲>은 어릴 적 여순사건을 통해 평생 트라우마를 갖게 된 화자가 친구 정례의 죽음을 통해 자연 속에서 자신의 죽음을 성찰하는 이야기이다.

<이스크라>는 80년대 대학생이었으며 불꽃 같은 삶(이스크라)에 매료되었던 화자의 청춘의 꿈과 시대의 고민을 얘기한다. 가난과 언니로부터 벗어났던 화자가 40년 후에 언니와 해후하는 이야기이다.


〈작가 소개〉

 이정연 소설가

· 2018년 한라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 <사십사 계단> 당선

· 2022년 2월 소설집 <신의 뜨락에 그녀들의 자리는 없다> 출간, 

  2022년 아르코 문학나눔 선정

· 2024년 2월 소설집 <여름의 여름> 출간 

· yein-free@hanmail.net


〈차례〉

여름의 여름 9

루르마랭 워크숍 31

자술 59

바다의 목소리 81

미궁 105

거위요리를 아시나요?    125

운조의 숲 145

이스크라 167

리뷰 205

작가의 말 216


<서평>


창문에 비치는 까만 밤 위에 별이 총총 박혀 수런거렸다. 

“별님도 외로울 텐데 같이 나가세.” 

별님을 혼자 둘 수 없다는 자술의 아름다운 대사에 취해 집 밖으로 나왔다. 캄캄한 원시의 숲속을 바람이 간질이는 손길에 물소리가 히득거리며 원을 그렸다. 하늘엔 별들의 수다가, 땅엔 자술의 수다가 밤빛을 마르게 하고 있었다.

“노래 한 판 할게. 자네도 하난 해야 해.” 

얼큰한 술기운에 고개를 끄덕였다. 봄밤의 유희는 얼마 만인가. 내 몸에 기쁨의 에너지를 모두 불러모았다. 

자술은 <봄날은 가고>를 불렀고 나는 <맨발의 청춘>을 불렀다. 선홍빛의 봄날은 가고 있었고 맨발의 청춘은 헤매고 있었다. 

“이제 우리 친구지.”

자술이 내 등에 호미와 노동으로 생을 견뎌온 여든 살의 다정하고 당당한 손을 얹었다. 나는 손을 내밀어 자술의 손을 잡았다. 그 위로 별빛 한 점이 떨어졌고 벚꽃 한 잎이 내려와 앉았다. 고라니 울음도 다정하게 들리는 봄 밤이었다. <자술>에서



‘글쓰기는 나를 없애고 불멸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라던 여름의 말처럼 현실에서 허락되지 않았던 자기애적 대상의 품을 좇지 않고, 누더기 같은 그곳으로부터 걸어 나와 모두와 호흡하는 이야기의 바다에서 이정연 작가의 이야기가 불멸하기를 소망한다. 범박한 이 글을 마치며 이어질 듯 말 듯, 그러나 잊은 적 없었던 우리의 삼십 년 가까운 우정이 다른 차원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기억해두고 싶다. 모두 그의 소설 덕분이다. 

이정숙(게슈탈트 심리치료자, 가톨릭관동대학교 사범대학 교수)


〈책 속에서〉


일요일이었다. 앞마당으로 나오니 고요했다. 들일을 나가는 시간이다. 부엌문을 밀치고 들어갔다. 부뚜막 위에 밥과 국이 덮여있다. 밥 한 그릇을 국에 말아 후딱 해치웠다. 구수한 된장 맛이 속을 따뜻하게 어루만졌다. 할머니가 내 밥을 남겨두었다.


이 집에서 내가 가장 아끼는 토끼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나는 토끼들을 아름다운 이름으로 불렀다. 영원과 하루. 담임인 털보 선생님이 준 코피 묻은 책갈피 속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하루의 열정이 영원으로 가는 돌을 놓는다.>

털보 선생님은 혼자 돈을 벌며 공부했다. 그러다가 사는 것이 힘들어 죽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런데 코피를 쏟은 책 위에 엎드려 새벽빛을 보는 순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단다. 선생님은 지금은 내 상황이 힘들지만 극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 순간, 삶의 극복보다는 코피 묻은 책갈피 위에 엎드려 있는 청년과 그 위에 쏟아지는 햇빛의 이미지에 황홀함을 느꼈다.

영원과 하루가 입을 오물거리며 입질을 했다. 어제 뜯어놓은 민들레, 쑥, 질경이, 명아주, 냉이, 쇠비름을 섞어서 토끼장에 넣어 주었다. 미나리아제비, 애기똥풀, 족두리풀, 쥐손이풀은 토끼가 먹으면 위험해 조심해서 뜯어야 했다. 도시에서 살다 온 나는 이런 일이 서툴렀으나 사랑하는 토끼를 위해 열심히 관찰하고 주의해서 토끼풀을 뜯었다. 하루와 영원이가 입을 오물거리며 그물망 사이로 내미는 풀을 받아먹었다. 영원이는 입에 내 손이 닿으면 몸이라도 다 핥아주겠다는 듯이 손가락을 간지럽혔다. 영원이도 내가 좋은가 보다.

곧 헛간 옆에서 토끼풀을 뜯어야겠다. 개울이 흐르는 헛간 옆에서, 아이들은 소에게 풀을 먹이려고 끌고 와 묶어 놓고는 서로 몸을 밀치기도 하고 장난질을 하며, 토끼풀을 뜯었다.

나는 사실 이런 영혼 없는 놀이에는 관심이 없다. 도서관도 영화관도 없는 이곳 아이들이 할 수 있는 놀이는 산이나 들을 뛰어다니는 지루한 것들뿐이다. 물론 자연에도 영혼은 흐르지만 나는 아직 책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영혼을 더 사랑한다.


영원이와 하루를 들여다보다 어제 오주와 한 약속이 생각나 속옷과 양말을 담아 개울가로 내려왔다. 내려오면서 건너편 언덕 위를 쳐다보니 멀리 버스가 지나가며 먼지를 날렸다. 찔레 넝쿨이 함부로 자라 발이 걸렸다. 찔레꽃을 따서 입에 넣었다. 하얗고 싱그러운 꽃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노래를 부르고 있는 오주는 내가 걸어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나는 신발을 벗었다. 자갈돌이 햇빛을 머금고 있어 발바닥이 따갑다. 나는 스타카토로 발바닥을 들어 올리며 물었다.

“언제 왔어?”

“ 빨리 와, 기다렸잖아.”

“오, 해피데이, 오, 해피데이”

오주가 바위 위에 서서 궁둥이를 씰룩거리며 손가락으로 번갈아 하늘을 찔러댔다.


널찍한 돌 위에 빨래를 담은 세숫대야를 놓고 앉으니 도로를 달리는 버스가 보였다. 1년 전, 사흘 후에 오겠다던 엄마의 약속을 믿고 도로가 보이는 언덕에 올라 매일 도시 쪽에서 들어오는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가 설 때마다 벌떡 일어나 내리는 사람들을 유심히 바라보았고 그때마다 내 심장은 터질 것 같았다. 1년이 지나도록 엄마는 나타나지 않았고 아직도 버스가 보이면 나는 목을 길게 빼고 도로를 내다보고는 한다.

그러는 동안, 내 몸속에 들어앉았던 그리움이란 감정이 슬슬 궁둥이를 뒤로 빼면서 다르게 변해가는 것을 느꼈다. 엄마를 생각하며 들숨을 쉴 때마다 감정은 이상하게 변해간다. 나는 이 감정변화에 이름을 붙였다.

‘분노의 풍선 불기.’

분노가 풍선처럼 커지면서 피를 타고 돌기 시작하면 누군가를 죽여 버리고 싶은 증오가 분수처럼 솟아올랐다. 사람들은 그러면 착한 아이가 될 수 없다고 말하겠지만 나는 착한 아이보다는 살아남는 아이가 되고 싶다.


- <여름의 여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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