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형 중편소설집 『그 여인의 탄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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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사를 꿰뚫는 작가의 경륜이 돋보이는 소설!!
판형 140/210, 332쪽
가격 15,000원
ISBN 979-11-92828-40-4*03810
발행일 2024년 1월 1일
도서출판 도화
이 소설은
매년 꾸준하고도 왕성하게 작품을 발표하는 김동형 소설가의 중편소설집이다. 「NLL은 알고 있다」는 연평도 포격 사건과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고, 표제작인 「그 여인의 탄원서」는 일제강점기 징용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세월의 촉」은 국가의 규제법 부작용을 실감 나게 그리고 있는데, 이 세 편의 중편을 수록하고 있다.
특히 「NLL은 알고 있다」는 설은진의 파란만장한 삶을 회고하는 거대담론의 스케일이 큰 작품이다. 고향이 같은 은진은 진우를 유달리 따른다. 유복자인 그녀는 다섯 살 위인 진우에게 의존하지만, 그녀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가출하면서 헤어지게 된다. 은진의 엄마는 전처에게서 두 자녀를 둔 남자와 재혼하는데 이를 견디지 못한 은진이 집을 나간 것이었다. 은진의 아버지는 육군 중위로 월남 퀘논에서 소대장으로 42명의 부하 병사들을 데리고 수색작전을 나갔다가 적을 만나 장렬하게 싸우다 전사한 용사이다. 은진은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의 생일이나 현충일, 국군의 날에 동작동 국립묘지를 찾아 엄마가 시키는 대로 아버지 영혼 앞에 술잔도 올리고 절을 하였다. 가출한 은진은 러브호텔에서 주인아줌마의 심부름이나 해주며 밥을 얻어먹다가 17살 때 유부남 건축업자 엄길준에게 농락을 당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부부가 된다. 열다섯 살이나 위인 엄길준은 건축업과 장사를 해 사는 것은 괜찮았지만 폐암으로 수십억 재산을 남기고 죽고 만다. 아들 형욱이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형욱은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대학 건축학과에 합격하고 은진과 단란하게 살다가 해군에 지원해 NLL에서 근무하게 된다.
2002년 6월 29일 오전 10시 25분 서해북방 한계선 남쪽 3마일 연평도 서쪽 14마일 해상에서 일어난 제2차 연평해전에서 은진의 아들 형욱이 참수리 357호에 타고 있었는데, 교전 중에 적이 쏜 포탄에 맞아 결국 세상을 뜬다. 남편과 아들을 전쟁에서 잃은 은진은 조국이 싫어졌다며 육촌 언니가 있는 일본 후쿠시마로 떠난다. 육촌 언니의 아버지는 휘문고보 출신으로 후쿠시마 탄광에서 십장 노릇을 하는 바람에 조선인 노무자의 원수가 되어 해방 후 일본에 정착했다.
그곳으로 간 이후 연락이 뜸하던 은진은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당하고서야 진우에게 연락한다. 진우가 어서 한국으로 들어오라고 하지만 은진은 부도덕한 정치인들로 질서와 도덕이 무너진 잔인한 그 땅이 엄마 품속 같은 조국이라도 가지 않는다고 거절한다. 그런 은진의 완강한 태도에 진우는 할 말을 잃었고, 결국 대화는 그렇게 끝이 났다. 진우는 은 세슘에 오염된 상태로 몸속 세포가 죽어가고 있는 은진의 생각에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 낯선 하늘 아래 낯선 땅에서 정처 없이 떠돌고 있을 은진의 남은 삶에 신의 가호가 함께 하기를 빌고 또 빌 뿐이다.
「NLL은 알고 있다」에서 김동형 작가의 8·15 전후의 현대사 개관은 해박한 전문지식에 그 바탕을 두고 있는데, 이만큼 한국 현대사를 꿰뚫어보는 식견이 흔치 않다. 김구에 대한 비판의식과 반비례해서 이승만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민족사적 시각의 객관성과, 한미관계의 이해에 대한 서사를 통해 우리의 태도를 돌아보게 하는 소설이다. 또한 과거가 현재에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가를 숙고하고, 더불어 현재적 관점에서 과거를 재구성하여 근현대의 시간성을 재현하려는 수고가 값지기도 하다. 더불어 은진의 서사는 인간이 견뎌야 할 숙명이자 삶의 본질을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런 견딤의 시간에 기반한 은진의 개별적 사건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개별성이 우리의 근현대의 사건에 가닿도록 성실하게 탐구하고 있다.
독자들은 이 소설을 정독하면서 과연 작가는 ‘NLL이 무엇을 알고 있다’는 것인지 천천히 깨닫게 될 것이다.
목차
작가의 말
NLL은 알고 있다 / 11
그 여인의 탄원서 / 125
세월의 촉觸 / 237
해설
-「NLL은 알고 있다」_임헌영 / 321
에필로그
후기
본문 속으로
2011년 3월 11일이다. 일본 도교에서 동북부 37킬로 떨어진 태평양 연안 후쿠시마 현 도후크 지방을 초속 50미터 강풍에 시간당 60밀리 폭우가 300~500밀리까지 쏟아지는가 하면 규모9,0이나 되는 대지진이 발생 쓰나미(해일) 현상까지 겹쳐 완전 폐허가 되었다고 뉴스 속보들이 매시간 전해 오고 있다. 따라서 허리케인 노루호가 할퀸 자리엔 부서진 건축물 잔해들로 인한 쓰레기 더미들이 흉물스럽게 흩어져 있어 참혹한 전쟁을 방불케 하고 있단다. 대참사라 벼락이라고 이보다 더 참혹하겠는가?
그렇다. 설은진이 머물고 있는 지역 맞다. 뜻밖의 천지지변에 김진우는 설마 가슴을 조인다. 아까부터 일손이 잡히지 않는 진우는 텔레비젼 뉴스에 눈길을 쫓는다. 어쨌든 은진에게는 별일이 없어야 할 텐데 그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아까부터 혹 은진의 신변에 무슨 일이나 없을까 염려하고 있다.(「NLL은 알고 있다」 중에서)
은진은 아들의 부상 소식에 황급히 국군수도통합병원을 찾아갔다. 불행하게도 두부에 파편을 맞은 형욱은 치명상을 입고 뇌사상태에 빠져있었다. 엄마가 찾아왔지만 미동조차 못 하고 있었다. 뇌경 막하 출혈로 인하여 뇌부종, 뇌헤르니아에 의한 뇌간 손상으로 뇌사상태란다. 수술을 집도했던 주치의는 파편은 제거했지만 결과는 좀 지켜봐야 한다고 얼버무렸다. 세상에 이런 날벼락도 있나 참담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남편이 죽어가는 마당에서 모든 것을 은진에게 올인 한 까닭은 형욱을 잘 키워주길 바램으로 가능했다. 그런 형욱이가 지금 이런 꼴로 주검을 앞두고 있다니 온통 세상이 무너지는 듯했다.
형욱의 주특기는 사퐁이었다. 육군으로 말하면 보병이다. 졸병이었으니 물론 부사수였다. 교전 당시다. 북쪽 경비정을 향하여 형욱은 정신없이 함포를 쏘아댔다. 그 와중에 적의 포탄도 계속해서 날아들었고 명중한 그 포탄에 형욱이가 파편을 맞았고 두부 치명상을 입게 된 것이다.
끝내 형욱은 엄마 곁을 떠났다. 분명한 것은 은진의 아들 형욱은 대한민국에 자랑스런 해군이었다. 형욱은 국가수호를 위하여 적과 싸우다 전사를 했다. 생떼 같은 자식이 한순간에 적의 포탄에 맞아 죽었다. 거룩한 주검이었다.(「NLL은 알고 있다」 중에서)
그렇게 떠난 은진이가 지금 태풍 노루호 쓰나미 사태로 후쿠시마에서 벼락을 맞고 있단다. 겨우 몸만 빠져나온 삶의 터전은 무섭게 몰아닥친 해일로 모두 죽음의 땅이 되었단다. 태풍과 해일이 휩쓴 삶의 터전에는 온통 건축물 잔해들만 여기저기 부서지고 꺾어지고 깨진 채 볼썽사납게 재기 불능상태로 생지옥이 되었단다.
-그렇다면 그냥 들어와야 되는 거 아니겠어?
진우는 진심으로 은진에게 물었다.
-싫어! 아무리 힘들어도 부도덕한 정치인들로 질서와 도덕이 무너진 잔인한 그 땅엔 엄마의 품속 같은 내 조국이라 할지라도 다시는 안 갈 거야.
-감당이 안 되는 세상과 맞서 버틴다고 견딜 수 있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자신을 자학하는 무모한 행위는 삼가야 되지 않겠어?
-아냐. 원자번호55, 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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