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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권 장편소설 『큰 무대』(상,하)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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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소설가협회
댓글 0건 조회 98회 작성일 24-05-14 16:16

본문

각 권 15,000

세트ISBN 979-11-92828-41-1*03810

상권ISBN 979-11-92828-42-8*03810

하권ISBN 979-11-92828-43-5*03810

발행일 202416

도서출판 도화

 

 

이 소설은

여물울을 건너서』 『수몰등의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알려진 김해권 작가가 심혈을 기울인 장편소설이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내가 어머니와 함께 버스를 타고 가며 본 바다 풍경을 비롯해 당시의 세상 기억과 음악 이야기를 교직한 언어의 교향곡으로 들려준다. 1951년 전쟁의 상흔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2000년까지 흘러가면서 당시의 세상 풍경과 삽화, 인물의 촘촘한 묘사를 통해 50년의 세월과 시대를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다.

소설에서는 세부적인 시대 상황 묘사에 충실하면서도 음악에 관한 작가의 무의식 강박적 메타포나 이미지를 한껏 활용한다. 그래서 작가의 무의식과 독자의 무의식이 서로 만나고 호응하는 일정한 지점 혹은 지대를 큰무대에 환상적으로 올려놓는다.

또한 그 무의식을 따라가는 주인공의 순박함 같은 정신적 미덕이나 혹은 미숙함을 고스란히 보여주어 마치 벌거벗은 임금이 걸친 화려한 옷도 보아야 하는 동시에 어린아이의 순박함으로 임금님의 벌거벗은 몸도 오묘하게 보여주고 있다.

김해권 소설 큰무대는 단어가 문장이 되고 문장이 단락이 되고 단락이 소설이 되어가는 흐름에 몸을 맡기면 마치 장편영화처럼 독자들의 눈앞에 장면이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쉼표도 괄호도 제목도 그리고 인물들의 이름도, 또한 툭툭 던지는 듯한 묘사와 음표도, 의미의 최소 단위인 음소와 화소도 모두 자율성을 지니면서도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 합주음으로 들려온다. 그 합주음은 초자아에 대한 날카로운 인식과 미학적인 성격을 지니면서 동시에 사회학적이기도 하다.

이 소설에서 나타나고 있는 작가의 무의식에는 세상을 향한 엄청난 사랑이 숨어있다. 자신을 송두리째 다 주고 싶은 이 욕망을 통해 그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비롯해 세상 사람들을 이해한다. 이런 작가의 무의식에의 욕망은 소설을 통해 무엇을 해보려는 것이 아니라, 소설을 그 전체로 다 주어버리려는 욕망이기도 하다. 그래서 작가의 삶이 소설 같고, 소설이 삶 같은 혼미함 속에서 획득한 울림이 큰무대의 교향곡과 합주곡으로 아름답게 들려 온다.

 

목차

(상권)

작가의 말

 

1부 전쟁의 상흔 09

2부 바깥 세계로의 눈 뜸 151

3부 내면의 충일 241

4부 오지 않는 여명 403

 

(하권)

작가의 말

 

5부 갈채의 예감 09

6부 갈채 129

7부 큰 무대 327

 

본문 속으로

상권

한국전쟁 즉 6^25전쟁이 바로 작년 이맘때에 발발했지만 아이에게는 전쟁에 대해서 별로 기억되는 것이 없었다.

물에 잠겨 있으니 문득 물뱀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리 시에서 미군 전폭기 소리가 나고 사이렌이 울릴 때 거리의 사람들은 개천 가의 방공호로 급히 대피했었다. 방공호 속에서도 전폭기의 폭격 소리가 들렸다. 한참이나 있다가 아이는 엄마와 고모와 함께 도로로 올라갔을 때 몇 사람이 사람의 키만큼 긴 물뱀에게 고문을 가하고 있었다. 막대기 끝으로 물뱀의 머리를 짓찧는가 하면 몸통을 후려치고 있었다. 물뱀에 형벌을 가하는 사람들이나 구경하는 사람들은 그 물뱀이 전쟁만큼이나 흉측스럽다는 듯이 흥분과 살의에 가득 차 있었다. 새디즘 증후군이 있는 사람들 같았다. 동족상잔에 의한 검질긴 증오심도 가미되어 있는 것 같았다.

 

소망의 집안에서 볼 때 오른쪽 숲 속에서 거의 매일 노래를 부르는 소프라노의 여성은 누구였을까? 알고 보니 형진이 다니는 옥봉국민학교의 4학년 2반의 담임 선생님이었다. 상당한 미모의 처녀 선생이었다. 처음으로 보는 순간 형진에게 느닷없이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떠올리게 했다. 형진은 음악실에서 그녀가 손수 피아노를 치며 노래 부르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소망의 집이 있는 들녘의 한 집에서 하숙을 했다. 미군 부대와 자매 결연을 맺은 옥봉국민학교는 여름이 되자 미군 부대 안에 뿌릴 잔디 씨를 채집하기로 했다. 시간을 내어 동원된 1학년 아이들은 채집을 하기 위하여 산 위에 올랐다. 형진은 같은 반인 갑룡과 옥수와 함께 잔디 씨 채집을 하면서 되도록이면 산 위에 높이 오르자고 했다. 바다가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더 높은 산등성이에 오르니 서쪽으로 바다가 보였다. 마치 소금기를 머금은 바람이 바다로부터 달려오는 듯했다. 서해를 보니 형진에게는 그가 태어났다는 여수시와 남해 바다가 떠올랐다. 다른 상세한 기억은 없고 오직 푸르디 푸른 깊은 바다가 생각났다. 그러나 형진에게는 어머니에게 들은, 기막히고 통절한 이야기가 기억났다.

 

그들은 학교 운동장으로 들어섰다. S중학교는 야구의 명문이기도 하므로 다른 학교보다 운동장이 넓었고 스탠드 역시 그 면적이 매우 컸고 넓은 화단이 길게 펼쳐져 있었다. 깨어난 꽃들은 환한 웃음을 쏟아내었다. 봄의 향기가 물씬거렸다. 교내 아침 방송이 나왔다. 노래가 흘러나왔다. 형진이 더 나이가 들어서 나중에 알게 되는 두 노래였다. 디 스테파노의 노래였다. 마스네 작곡의 오페라 베르테르중에 무엇 때문에 나를 눈뜨게 하는가?’였다. 디 스테파노가 젊은 나이에 명실상부하게 세계를 제패한 때에 녹음된 노래로서 음성은 투명하며 부드럽고 감미로웠다. 노래를 마치자 문득 형진은 자신이 잘 부르는 노래를 부르고 싶어졌다. 그러나 또다시 흘러나오는 비제의 진주조개 잡이중의 귀에 남은 그대 음성을 부르는 디 스테파노의 미성에 더 열중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형진은 잠시 생각했다. 나도 먼 후일 성악가 될 꿈을 꿀 수 있을까? 형진은 자신이 변성기를 앞두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노랫소리는 늦은 아침, 아직도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채 봄의 꿈에 취한 꽃의 향기에 녹아들고 있었다.

 

튼튼한 텐트를 가져왔으나 곳곳에 눈이 쌓여 있어서 그것을 칠 장소가 없었다. 그래서 그들 일행은 민박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저녁을 지어 먹고 난 후 그들 일행이 음담 섞인 여자 이야기를 하는 동안 웃고 있어야 할 형진은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운 수렁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느닷없이 격렬한 리듬과 화음을 거느린 음률이 형진의 귓전을 엄습해 왔다. 뭇소르그스키의 개성이 뚜렷한 민둥산의 하룻밤이었다. 민둥산에서 악귀들이 한도 없이 출몰하고, 괴성을 발하고, 마귀가 뱉어낸 바람이 휘몰아치고 산을 휘젓고, 산을 후비듯 맴도는 소리들이었다. 나아가서 민둥산이 일렁거리듯 요동치고 있었다. 밤 자체가 악귀들에게 파먹히고 있었다. 나는 불구자다. 이제 나의 웃음은 종말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지 모른다. 웃음의 상실만이 아니라 공부에 있어서도 전성기가 끝나갈지 모른다. 산바람이 굶주린 늑대처럼 우짖고, 나목의 숲이 불안하게 술렁대고, 계곡이 번뇌의 함성을 내질렀다.

 

하권

의사는 기초 자료용 검사로서, 인성검사를 하도록 했다. 검사지는 국제 행동 과학 연구소에서 제작한 것이었다. 검사 결과 그래프를 판독한 의사가 말했다.

박형진 환자는 자기 세계를 너무 고집스럽게 신앙하고 있어요. 그렇게 되면 사태를 어렵고 복잡하게 만들어 버리지. 때로는 자신의 육체적 병을 알면서도 의사에게 털어놓지 않지.”

의사는 새로운 치료법을 발견하려는 것처럼 형진 학생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그래서 인성 검사에 대해서 자신의 견해를 간략히 설명하려는 듯이 귀띔을 했다.

인성 검사는 각 항목이 100~110 점이 극대 만점이야. 각 항목의 점수가 너무 낮아도 나태하고 소극적인 성격이 되지. 그러면 인성 검사 각 항목에서 100~110의 점수가 가장 이상적일까? 아니지. 극대 만점이 여러 항목에서 나오고 있다면 그것은 정신병질이지. 사회에 적극적으로 적응하고 자기 발전성이 높은 정상치는 80~90점이야. 그런데 형진 동문은 각 항목마다 100쪽으로 기울어져 있어. 그러니까 병적이라는 거지. ‘벌레를 밟아 죽일 수 있다고 대답해서 내향성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아. 환자는 적정치인 80점 정도로 되도록 노력해야 되지.”

 

그들은 약대 계단 강의실을 나왔다. 희영은 강당 쪽으로, 형진은 정문 쪽으로 걸어갔다.

형진에게는 그녀가 연주할 자신의 작품의 흐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귀에는 다른 기악곡이 가득 찼다. 비제의 까르멘 전주곡후반부가 공간을 균열시키며 스산하게 그의 귀를 파고 들어왔다. ‘투우사의 노래주제로 된 전반부가 끝나고, ‘꽃 노래주제를 변형시킨 후반부였다. 음산하고 비장한, 불길한 예감을 안겨다 주는 돌풍과도 같은 선율과 화음이었다. 불협화음과 안어울림 음정의 기미가 엿보였다. 하기야 슈베르트의 마왕과 다른 여러 가곡의 반주에서도 불협화음의 싹이 엿보였었다.

캠퍼스 안의 많은 나무들. 특히 형진과 희영이 걷던 길을 아취형으로 덮던 나무들이 9월로서는 좀 이르게, 한 차례 바람에 떨며 애잔함을 발산하고 있었다. 가을의 바람소리와, 앞으로는 혼자서 외롭게 타게 될 버스의 클랙슨 소리들도 음이 갈라진 불협화음을 닮게 되겠지.

 

그 소외라는 것은 타인들만이 가져다주는 것만이 아니었다. 자기 소외라 할까, 학규 자신으로부터 당하는 소외였다. 그것조차 학규의 외부가 형성해 놓은 것이었지만……. 자신으로부터 당하는 소외와 버림받음그것은 무서웠다. 학규라는 자신은 또 하나의 자신을 만들고 떠나가서 부재하는 것이었다. 지금 본래의 학규 자신은 부재중에 있다. 아니, 영영 없어진 지도 모르겠다. 그의 낯선 그림자만이 발자국 소리를 죽이고 슬며시 사무실로 들어와서 좀 시끄럽게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것이었다.

학규는 오후 한 시경까지 급료 계산을 완료하고 전표를 끊어 급여 지급의 마지막 처리를 마쳤다. 내일이면 대부분의 사원들이 아래층 은행에서 월급을 수령해 갈 것이다. 몇 개월 전만 해도 사원들이 은행에서 급여를 인출해 가지 않고 경리부 직원들이 일일이 현금과 보증수표를 세어서 봉투에 넣어주는 것이었다. 거의 매달마다 그 봉투에 넣어 주기 작업은 한 번만에 완료되지 않았었다. 다 넣을 무렵에는 현금등이 모자라거나 남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은행에서의 인출 방식은 회사측에서 보면 매우 편리한 방법이었다(요즘처럼 사원 거래은행에 계좌이체는 아니었지만).

 

아녜요. 그냥 두세요. 그 껌은 육신의 일부로서 20세기 세계와 대응하며 살았던 징표예요.”

지윤이 만류했다.

아직 시체라고 불리어지기에는 억울한,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살짝 넘은 형진의 얼굴은 지극히 평안하고 맑고 고요하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어머니의 행성에 안착한 표정이었다. 아름다워서 숭고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데드 마스크를 뜰 만했다.

오래도록 흐느끼고 있던 지윤은 마지막으로 잠시 형진의 얼굴에 두 손을 댔다. 그리고는 형진의 입술에 마지막 키스를 했다. 그녀가 형진 몰래 극장에서 들으며 암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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