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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이경 소설집 볼 수 있지만 생각하기 어려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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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소설가협회
댓글 0건 조회 138회 작성일 26-01-08 13:16

본문



볼 수 있지만 생각하기 어려운 일




<독자서평>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상처의 시학(詩學)

 

 문학의 바다에는 여러 갈래의 물길이 있다그중에서도 시()의 강을 건너 소설(小說)의 바다에 닿은 작가의 물길은 유독 깊고 서늘한 무늬를 남기곤 한다여기작가의 독창적인 기법으로 글의 밭을 일구어 온 류이경 소설가가 그윽한 사유가 담긴 두 번째 소설집 볼 수 있지만 생각하기 어려운 일을 들고 우리 곁에 섰다.

 

 

 먼저 시를 썼던 그의 이력 때문일까그의 소설을 읽는 동안 마치 잘 벼려진 시의 행간을 걷는 듯하다시인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란 본디 '볼 수 있는 것'에서 '생각하기 어려운 것'을 길어 올리는 작업이다류이경 소설가는 그 시선 그대로우리가 일상에서 "듣고 보고 느낀 것을 이야기로 만들따름이라고 겸손하게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덧댄 이야기들은 단순한 재현에 그치지 않는다그는 "세상을 살다 보면 대부분 크고 작은 상처를 입으며 산다."라고 말하며, "있을법한 그런 상처들을 그려보고 이야기를 덧대었다."라고 고백한다이 '상처'야말로 그의 소설을 관통하는 핵심이며그가 시적 사유를 통해 도달하려는 진실의 핵이다.

 

 그 농밀한 시선은 표제작 볼 수 있지만 생각하기 어려운 일에서 강렬한 빛을 발한다이 소설은 고령사회로 접어든 노인 문제와 그 가족들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뇌경색으로 두 차례나 쓰러진 아버지를 누가 모실 것인가를 두고 열린 가족회의 장면은우리 시대의 가장 아픈 자화상을 정교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 순간, "왕왕 동시에 말하는 바람에 번호표를 받고 말하라는 농담도 할 때가 있었"던 가족들은 일순간 침묵에 빠진다작가는 그 숨 막히는 침묵을 그냥 두지 않았다. "베란다에서 햄스터가 부스럭거렸"고 "조그만 쳇바퀴 돌아가는 소리"를 들었으며, "올케는 손톱으로 장판을 긁어댔"이 사소하지만날카로운 소리의 묘사야말로시인의 눈으로 포착한 인물들의 이기심과 불안그 위선의 풍경이다.

 

 화자인 ''는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베이지색 페도라를 쓰고 아버지가 생전 가고 싶어 했던 통도사를 찾았다아버지를 쓴다는 것그것은 아버지의 상처와 고독을 온전히 체감하겠다는 시적 은유이다. "꺼끌꺼끌한 질감 속에 끈적한 게 배어 나올 것만 같"은 페도라의 감촉은 아버지의 혈흔이자자식 된 이의 지워지지 않는 죄책감의 질감이다.

 

 소설은 아버지를 요양병원에 '감금'시켰던 딸의 회한과 텅 빈 냉장고 속 '새우젓갈한 통으로 대변되는 아버지의 고독을 따라가다가마침내 통도사의 한 전각에서 '문사난견능(門思難見能)'이라 거꾸로 읽었던 현판이 실은 '능견난사문(能見難思門)' 볼 수는 있지만 생각하기 어렵다는 뜻임을 깨닫는 순간독자는 제목의 의미와 함께 거대한 충격에 빠진다우리는 아버지의 고독을 볼 수 있었지만그 고독이 향한 마지막 길을 생각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아버지아무에게도 짐이 안 되려고 그런 건 정말 아니지?" 라는 마지막 독백은소설이 끝난 뒤에도 오래도록 가슴을 붙잡는 통증으로 남았다.

 

 이러한 시적 사유와 정교한 장치는 다른 작품에서도 어김없이 빛을 발하고 있다우리들의 애도 방식에서 화원(花園)을 운영하는 회원들이 동료 '천사'의 죽음을 애도하는 방식은 처연하고도 아름답다그들은 조문객들이 보낸 화환에서 싱싱한 꽃송이들만 꺾어 고인의 관()을 장식하고남은 꽃잎으로는 망자가 하늘로 가는 길에 밟을 '꽃밥'을 만든다이 얼마나 숭고하고 시적인 애도인가.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한없이 명랑하고 아름답기만 했던 '천사', 그런 아내가 죽은 뒤에도 담담해 보였던 남편이정작 아내가 키우던 강아지 '건우'가 죽자 "피골이 상접"했다그리고 그 강아지 '건우'실은 부부가 사고로 먼저 보낸 아들의 이름이었음이 밝혀지는 순간우리는 피상적인 애도를 넘어 한 인간이 감내해야 했던 슬픔의 다층적인 결을 마주하게 된다.

 

 「완벽한 팀웍은 일란성 쌍둥이 자매와 한 남자의 기묘한 관계를 그린 수작이다산만하고 활달한 언니 '유리'와 다리를 저는 연약한 동생 '유영'. 화자는 유리와 사랑에 빠졌다고 믿지만유영의 방에서 자신을 향한 광적인 집착의 흔적(수많은 사진과 곰 인형에 입힌 자신의 티셔츠)을 발견한다유리는 태중에서 자신이 동생을 깔아뭉개 장애를 갖게 했다는 '원죄때문에화자와의 잠자리까지 시시콜콜 일기에 적어 유영의 대리 만족을 도왔던 것이다.

 

 소설의 마지막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화자가 자신을 부축하는 이를 '유리야하고 부르지만독자는 그것이 어쩌면 '유영'일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상상에 빠져든다제목이 말하는 '완벽한 팀웍'이란 조별 과제가 아니라두 자매가 한 남자의 정체성을 소유해 가는 그들만의 잔인한 연대였던 것이다.

 

 그런가 하면 후숙은 작가가 말한 '젠더 문제'와 '후숙(後熟)'이라는 키워드를 절묘하게 버무린다잘나가던 직장을 그만두고 고향 토마토 농장으로 돌아온 ''는 킥복싱에 빠진 늦둥이 여동생 '성희'를 못마땅해한다그러나 우연히 대전 퀴어 축제에 참여한 성희와 과거 자신을 성희롱으로 고발했던 직장 동료 '현민'과 '지현'이 연인이 되어 행진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토마토만 필요한 게 아니고사람에게도 필요한 것이 아닌가라는 작가의 말처럼이 소설은 우리가 타인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기까지 필요한 '후숙'의 시간을 묻고 있다덜 익은 토마토가 배송되는 시간 동안 천천히 익어가듯우리 사회도그리고 개인의 상처도 그 '시간'이 절실히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류이경의 소설은 이처럼 흥미로운 이야기의 직조(織造속에 날카로운 시적 파편들을 숨겨두고 있다그 파편들은 독자가 무심코 페이지를 넘기다가 불현듯 마주하는 진실의 거울이다그의 인물들은 거창한 담론을 외치지 않고그저 각자의 상처를 끌어안고 묵묵히 일상을 살아내는 우리 주변의 '소시민'들이다.

 

 시인의 눈으로 길어 올린 정교한 묘사그리고 그 묘사가 축적되어 마침내 드러나는 가슴 아픈 진실류이경 소설가는 우리가 '볼 수 있지만 생각하기 어려운 일'들을 집요하게 파고듦으로써독자들의 마음에 "가슴 저릿한 아픔"과 "소소한 웃음", 그리고 "뜨거운 감동"을 선사하는 데 성공했다.

 

 깊은 사유와 섬세한 문체정교한 구도가 돋보이는 소설집 볼 수 있지만 생각하기 어려운 일을 통해 만난 류이경 작가와 동시대에 문학의 길을 동행할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벅차고 고맙다작가가 바란 "작은 울림"결코 작지 않은 파문이 되어 뜨거운 감동으로 나의 가슴에 오래도록 남아 있다.

시인 강일규



<목차>

작가의 말 / 2

1. 볼 수 있지만 생각하기 어려운 일 / 6

2. 우리들의 애도 방식 / 34

3. 완벽한 팀웍 / 58

4. 개미 바다 / 82

5. 검은 하늘 / 105

6. 후숙 / 131

7. 옴파로스 가는 길 / 159

8. 주문 / 182

9. 동굴 밖 동굴 / 207

10. 꽃물 드는 저녁 / 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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