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집 우리가 다녀온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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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다녀온 자리
<책 소개>
삶은 아주 미세하게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소설창작동인 sum*thing이 첫 앤솔러지 『우리가 다녀온 자리』를 출간했다. ‘여행’을 주제로 한 이번 작품집에는 여덟 편의 단편소설이 실렸다. 낯선 장소로의 이동이 마음의 이동으로 이어지는 순간을 포착한다.
이 책에서 여행은 배경이 아니라 계기다. 사라진 줄 알았던 기억과 감정이 다시 움직이는 출발점이다. 지나간 관계, 말하지 못한 고백, 잊었다고 믿었던 얼굴과 향기. 작품들은 그 ‘되돌아오는 것들’을 조용히 기록한다.
주해진의 「바다마을 리와인드」는 다낭 여행을 통해 과거의 감정을 되감고, 김주욱의 「사라진 것들의 향기」는 감각을 따라 사랑과 이별을 추적한다. 전현서의 「서쪽 사원」은 남겨진 나침반으로 삶의 방향을 묻고, 이월성의 「못난이 인형」은 가족 재회의 이면에 놓인 시간을 그린다. 이종숙의 「항하사 한 줌」은 긴 시간 끝에 남는 의미를, 김태정의 「스콜」은 갑작스러운 감정의 순간을 포착한다. 심예주의 「델리스파이스」는 낯선 공간에서의 균열을, 임미정의 「50센티미터 너머」는 관계의 거리를 섬세하게 다룬다.
『우리가 다녀온 자리』는 거창한 사건 대신 작은 흔들림에 주목한다. 사라진 것들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으며, 삶은 어느 순간 다시 미세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이번 앤솔러지는 여덟 명의 작가가 각자의 언어로 건네는,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의 기록이다.
<책 속으로>
P. 34
사라진 손수건의 자리만큼, 조금의 빈틈이 생겼다. 그리고 그 빈틈으로 새로운 바람이 들어오고 있었다.
「바다마을 리와인드」 중에서
P. 56
엄마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가벼웠다. 잘 말린 시래기 한 묶음 같았다. 어깨뼈가 손에 닿을 때마다 부서질 것 같아, 나는 몸을 힘껏 안지도 못했다. 엄마에게서 슬픈 냄새가 났다. 꿉꿉하고 마른 인비늘 냄새였다.
「사라진 것들의 향기」 중에서
P. 78
“맞아요, 우리는 뭐든 의미를 부여하려고 애를 쓰죠. 그런 행동은 사실 두려움 때문일 거예요. 하지만 그런 두려움이 우리를 살게 하기도 하죠.”
「서쪽 사원」 중에서
P. 97
3분이면 딱딱한 면과 가루가 짜장면이나 카레, 수프로 변하는 마법을 부리는 시간이다. 있던 게 없어지기도 하고 없던 게 생기기도 하는 시간. 그러니까 우리가 다른 건 당연하다.
「못난이 인형」 중에서
P. 144
항하사에 마음을 담으면 그가 내 마음을 읽을 수 있을까.
「항하사 한 줌」 중에서
P. 170~172
“과거를 리셋하는 최고의 방법이 뭔지 아세요?” 지선은 겸손하게 답을 기다렸다. (중략) “어려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새로운 사랑입니다. 증오도 분노도 부끄러움도 사랑 앞에서는 힘을 발휘 못 해요.”
「스콜」 중에서
P. 188
뿌리 없이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아.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이방인처럼 둥실둥실 부유하는 거야. 그렇게 흔들리지… 그래서 늘… 혼란스럽지.
「델리스파이스」 중에서
P. 226
남자와의 거리가 겨우 50센티미터인데도 수아는 소리 내어 남자를 부르거나 만질 수가 없었다. 순간 수아는 자신은 그랜드 캐니언 위에, 남자는 협곡 아래 있는 것처럼 아득하게 느껴졌다.
「50센티미터 너머」 중에서
<목차>
들어가는 말
- “삶은 아주 미세하게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바다마을 리와인드
- 주해진
사라진 것들의 향기
- 김주욱
서쪽 사원
- 전현서
못난이 인형
- 이월성
항하사 한 줌
- 이종숙
스콜
- 김태정
델리스파이스
- 심예주
50센티미터 너머
- 임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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