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논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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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개
남강은 진주시를 유유히 에돌아 흐르는 강이다. 진주 남강은 시대마다 진주 사람들의 삶의 현장이며 역사이다. 이번에 출간된 성지혜 작가의 『논개』는 작가로서 『남강』을 집필할 때부터 필생의 숙제와도 같은 작품이었다. 이 작품이 나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흘렀다. 준비가 그만큼 단단했다. 이전과 이후에도 여러 작가들이 논개 이야기를 썼지만, 성지혜의 『논개』는 스스로 논개를 동무라고 부를, 진주 사람 성지혜만이 그려낼 수 있는 다정함과 독특함이 무르녹아 있다. 남강의 풍경과 논개의 모습이 마치 우리 눈앞에 성지혜와 벗한 당대의 인물처럼 그려졌다.
『논개』는 수백여 차례의 외침을 받았지만, 가장 처참하고 끔찍한 전란으로 꼽히는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바로 전과 임진왜란 종반까지의 시간을 시대적 배경으로, 스무 살의 짧은 생을 불꽃처럼 살다 간 한 여인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이다. 작가는, 의인으로 널리 알려져 정사正史에서는 기생 혹은 정렬부인 등 논란이 있지만, 지고지순한 사랑 하나로 횡포한 세상에 맞선 한 사람의 여인으로 재조명하였다. 『논개』는 분명한 역사 속 인물이지만, 정사의 조명을 받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에 머물러야 하는 숨겨진 인물에 대한 재발견이다. 연약하고 보잘것없기에 오히려 위대하고 강인해질 수 있는 여성상을 새롭게 만들어 냈다. 또한 기존에 알려져 있는 논개와 임진왜란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섭렵하면서도 작가적 상상력을 통해 그 안에 살아 숨 쉬는 역사와 세월을 성공적으로 재구성해 내고 있다.
성지혜의 논개는 작가로서 『남강』을 집필할 때부터 필생의 숙제와도 같은 작품이다. 『논개』는 스스로 논개를 동무라고 부를, 진주 사람 성지혜만이 그려낸 다정함과 독특함이 무르녹아 있다. 남강의 풍경과 논개의 모습이 마치 우리 눈앞에 성지혜와 벗한 당대의 인물처럼 그려졌다. 이 소설의 미덕은 작가가 쉼 없이 풀어낸 이야기의 재미다. 이 작품 속엔 그 시대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가 저마다 굽이져 남강의 강물처럼 우리 가슴을 적신다. 오늘도 남강은 논개의 머리카락을 빗질하며 유장하게 흐른다. 그 빗질에 작가의 애정과 정성이 빛난다.
- 이순원(소설가)
줄 거 리
논개는 전라도 장수현 대곡리 주촌마을에서 서당 훈장 부친 주달문과 모친 박 씨 사이의 무남독녀로 태어났다. 주촌마을은 신안 주 씨 집성촌이며, 딸의 사주를 짚어본 주달문은 딸의 이름을 논개論介라 지었다. 천한 이름일수록 길한 운명을 부른다는 뜻이었다.
논개는 자랄수록 영특해 다섯 살 때 천자문을 익혔다. 사서삼경에 눈 밝아질 무렵, 부친이 해수병으로 숨졌다. 박 씨는 논개의 삼촌 주달무가 이웃에 사는 김풍헌에게 논 닷 마지기 값을 받고 그의 민며느리로 팔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위기를 넘기기 위해 논개를 데리고 친정인 함양군 봉천마을로 도망쳤지만, 김풍헌의 고소로 그들 모녀는 장수현의 감방에 갇혔다.
장수현의 현감은 최경회였다. 최경회는 박 씨 모녀를 무죄로 선고하고 감방에서 풀러나도록 명했다. 더욱이 최경회는 부인 김 씨의 권유로 그들 모녀는 장수현 동헌에서 일을 돕는, 침방 관비로 등재 됐다. 최경회는 무장을 거쳐 경상도 영해 현감으로 발령 받아, 그들 모녀도 동행했다. 논개는 최경회에게 사서삼경을 배우며 그를 연모했다. 최경회가 사도시정의 중책을 맡아 한성으로 갈 때도 뒤따라갔다. 최경회 부인 김 씨는 중환자라 숨을 거두기 전, 자신이 끼던 금가락지를 논개에게 건네며, 부군의 내연녀가 되도록 이끌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최경회는 전라우도 의병장에서 경상우도 병마절도사로 발령받았다. 논개는 내조로 최선을 다했다. 미리 전쟁이 일어나리란 감을 잡고 화살 쏘는 기예도 익혔다. 그의 부하 아내들과 더불어 솜옷을 마련하고 보약과 먹거리들을 마련해 전선으로 보냈다. 홍의장군 곽재우가 비봉산에서 왜군과 맞섰다면 최경회는 말티고개에서 왜군과 맞서, 김시민 장군을 도와 제1차 진주성 전투가 승리를 거두는 데 기여했다.
제2차 진주성 전투에선 논개도 ‘남가람 구국결사대’를 조직했다. 논개는 여자 회원들에겐 앞치마를 건네며 돌을 날라 진주성 아래로 떨어뜨리고, 가마솥에 물을 팔팔 끓어 성 위로 오르려던 왜병들을 향해 쏟아 붓는 등, 자신도 화살을 쏘아 왜병들을 숨지게 했다. 그런 와중에 최경회가 왜장이 쏜 독화살에 맞아 귀가했다. 다행히 부군의 목숨은 건졌지만, 논개는 그 왜장이 게야무로 로구스케인 걸 알고 복수할 기회를 노렸다.
최경회는 사력을 다해 왜군들과 맞섰지만 전세가 불리해지자 김천일, 고종후와 더불어 그들 삼장사는 남강에 투신했다. 살아서 잡혀 굴욕을 당하느니 의로운 죽음을 선택했다. 마침내 진주성은 무너져 왜군들의 광란으로 초토화 됐다.
논개는 진주 교방의 기생이 된 소꼽친구 달매의 도움으로 그 기적에 이름을 올렸다. 촉석루에서 왜장들이 전쟁 승리 축하연을 마련하는데, 진주성으로 들어갈 조선 백성은 진주 교방 기생들뿐이었다. 그걸 알고 촉석루에 들어간 논개는 게야무로 로구스케를 유인해 의암바위에서 그를 껴안고 의로운 죽음을 맞이했다.
성 지 혜
경남 진주 출생.
진주 대곡중학교 수학.
진주여고,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
출간한 작품은 장편소설 『환상의 나비』, 『은가락지를 찾아서』, 『한글의 얼』, 『남강』, 『베다니의 기적』, 『안견』, 『사랑의 묘약』, 『아버지』, 『해를 품은 천리안』, 『논개』가 있으며, 소설집 『옛뜰』, 『까치호랑이』, 『나귀 타고 오신 성자』, 『나무를 향한 예의』, 『향수병에는 향수가 없다』, 『그리고 그리니 마냥 그리워』 등이 있다.
〈한국소설문학상〉,〈PEN문학상〉,〈한국문학백년상〉, 〈남촌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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