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이별은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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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은 사랑이다
이 책은
『난설헌』으로 제1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한 최문희 소설가의 신작장편소설로 그토록 절박하게 혼신의 열정으로 태운 불의 혼, 전혜린을 완벽하게 부활시킨 최문희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그동안 『난설헌』 『이중섭』 『정약용의 여인들』을 통해 역사적 인물들의 생애를 감동적으로 그려낸 최문희 작가는 신작 『이별은 사랑이다』를 통해 전혜린의 삶을 고스란히 조명하고 있다.
최문희 작가는 서울대학교 여성 법대 입학, 독일 유학생이라는 아우라, 서울대학교 여성 독어 강사이자 뛰어난 번역가였지만 30대 초반의 나이로 좌절, 생을 마감해 ‘천재’, ‘요절’, ‘비극적 사랑’이라는 전혜린 현상을 만든, 그 전혜린 개인의 삶, 특히 내면에 주목한 섬세하고 우아한 문체와 세밀한 심리묘사로 그의 깊숙한 내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성적이면서도 뜨거운 감수성이 살아 숨 쉬는 인물로 실감 나게 그려보인다.
린은 머물지 않았다. 단 일초도 평범하기를 거부했다. 한마디 말에도 같은 단어를 반복하지 않았다. 초과의 가치로 자신의 생을 마름질하기 위해 피흘렸던 그 지순한 열정의 꼭짓점에 무엇이 있었을까? 그토록 절박하게 혼신의 열정으로 시도했지만 끝내 점확시키지 못한 불의 혼, 인생의 절반도 못 채운 그 청정한 젊음을 앗아간 욕망의 그루터기는 못다 태운 각목에서 지펴 내는 매운 연기였을까. (「프롤로그」 중에서)
최문희 작가의 신작장편 『이별은 사랑이다』는 크게 ‘린’의 이혼과 관련된 서사, 뭰헨의 유핚시절 남편으로 지칭되는 ‘수’와의 슈바빙의 신혼 시절 서사, 이혼 후의 근황과 ‘린’의 의식세계를 다루고 있다. 작품의 도입부는 전혜린이 죽기 전 단계, 즉 ‘린’이 남편 ‘수’와 이혼하기 전 어떻게 가십화 과정을 거쳐서 실제 이혼으로 귀결되었는가를 조밀하게 보여준다. 린과 수는 독일에서 귀국, 두 사람이 나란히 서울대학교의 헌법 강사와 독일어 강사로 발령받는다. 린은 이미 그 당시 청춘이라면 읽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인, 안네 프랑크 『안네의 일기』 『파비안』 헤르만 헤세 『데미안』 루이제 린저 『생의 한 가운데』 이미륵 『압록강은 흐른다』 사강 『어떤 미소』 등을 번역한 작가였다. 번역 책으로도 ‘린’은 이미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인물이었다. 원칙과 형식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생활 속의 상식을 삶의 준거로 삼는 ‘수’와 형식을 싫어하고 낭만적 정서와 자유를 갈망하는 ‘린’, 두 사람의 정반대 성향의 결혼 생활은 대중들의 관심사였다.
이처럼 소설의 서두와 중반은 린의 인물들과의 갈등을 중심으로 세부적 전개가 생생히 살아있다. 결혼은 린에게서 가장 중요한 자유를 앗아갔고, 수와는 영혼의 교감이 없는 벽도 천장도 없는 황무지로 인식하고 있다. 아내를 가부장적 다스림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학생처럼 가르치고 지도하고 교정하려는 수로 인해 숨이 막힐 지경이다. 결국 잡지『여자의 향기』이혼기사로 그들은 자연스러운 과정을 거쳐 이혼하게 된다. 작품의 후반부는 린의 자살 전 의식세계, 혼몽의 내면을 깊이 있게 그리고 있다. 고독을 뼛속까지 맛본 린은 공포에 떨면서 순간순간 괴로워했고 자신의 외롭고도 무서운 실존을 견디기 위해 의식이 피투성이 되도록 몸부림친다. 귀여운 딸 정화가 있는데도 늘 자신을 괴롭히는 고독은 그녀가 그토록 하고 싶어 하던 소설 쓰기를 하기도 전에 그녀를 막다른 골목으로 밀어 넣는다. ‘린’은 매일 대학 강의에 지치는 일상이지만 자기만의 시간 속에서 소설 창작을 하고 싶어 했고, 그 욕망은 박경리 작가에 대한 경외심으로 드러난다. 수와의 이혼으로 그렇게 욕망하던 자신만의 시간을 확보하고, 갈망하는 소설 쓰기를 구체화하는 일만 남았고, 성균관 대학 조교수 발령으로 생존에 허덕일 필요도 없는 상황이 찾아왔지만 갑작스럽게 죽음을 선택한다.
민낯을 보이며 눈물 글썽이는 린, 강함 속에 연약함을, 무거움 속에 가벼움을, 경박함이 상식화된 사회질서와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에 묶여 전진도 후회도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움직여야 했다. 아버지로부터 길들여진 복종과 암기의 반복이 린의 일상에 착시와 환각과 불시착을 만들었다.(분문 중에서)
최문희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사랑과 자유, 고독과 죽음에 대한 전혜린 개인의 고백을 인간 일반의 문제로 확대하고 있다. 소설 곳곳에는 현실을 살아가는 전헤린의 삶에 대한 간절함과 피로가 동시에 스며있다, 그런 모습을 통해 자신을 구하려 했고, 사유를 통해 생을 유지하려 한 그녀의 상황을 정확히 보여준다, 또한 지적 긴장 상태로 늘 소진되어가는 여성 지식인으로 감내해야 했던 시대적 한계를 명확히 그리고 있다. 그러면서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 타인과의 관계에서 오는 고독을 끝내 해소하지 못한 그녀의 삶을 애도하고 있다.
최문희 작가는 짧은 생애를 살았으나 오래 남을 질문을 남긴 전혜린의 지적 열정과 고독을 차가운 문장 속 뜨거운 사유를 통해 보여준다. 그러면서 독자들에게 궁극적으로 삶에서 사랑이 없으면 이별도 없다면서, 나란하게 달리는 철마처럼 어떤 간격과 어떤 절제는 더 큰 상처로 가슴에 파이는 이별이라는 웅덩이를 만들고, 새끼처럼 꼬인 작별의 그림자는 지상의 삶을 연명하게 만든다고 말하고 있다.
<목차>
작가의 말
프롤로그
린의 혼잣말
친구야, 그건 아니지
아버지와 딸
오지랖의 변주
비가 내리고
그땐 그랬다
잠시 멈춰 서서…
그런 날들
알프스에 걸린 램프
불편한 손님
사소한 것들의 변죽
숨 쉬는 죽음
살과 뼈에 스민 냄새
괜찮지 않아
무엇에도 불구하고
옮긴이(번역 작가)
정화의 방
허공에 꽃씨 뿌리고
에필로그
해설
전혜린의 주체화 과정과 그 좌절
<작가의 말>
전혜린, 그가 살아냈던 서른 몇 해, 맨발로 자갈밭을 걷는 나날이 아니었을까? 막말 프레임에 갇혀 그는 단 하루도 편안하지 못했다. 때로는 수긍했고 때로는 격한 반응으로 곁을 뿌리치기도 했다. 솔직 명쾌한 그의 성품을 두고 세상은 꼬고 비틀었다. 그래서 주저앉은 건 아니다.
그가 건재했다면 올해 25년 1월, 92세 생일을 맞이했을 것을. 서른셋의 요절은 억울하고 안타깝다.
하지만 그의 삶이 헛발질로 마감된 건 아니다.
문화 불모지였던 이 땅의 젊은이들 가슴에 자명종을 울려준 젊은 지성, 그의 고요한 외침을 담아낸 몇 편의 서사가 아직도 우리들 책꽂이에 건재하다는 것을 그는 알까?
마침표를 찍으면서 저자는 그의 부랑하는 영혼에 부쳐 한마디를 당부한다.
부디 평안하소서. 그대는 꺼지지 않은 촛불이요.
<저자 소개>
경남 산청군 남사리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지리교육학과 졸업했다.
1988년 「돌무지」로 『월간문학』으로 등단했고 1995년 『서로가 침묵할 때????로 국민일보 문학상, 같은 해 『율리시즈의 초상』으로 『작가세계』 문학상을 받았다.
소설집 『크리스털 속의 도요새』 『백년보다 긴 하루』 『나비 눈물』 출간.
에세이집 『내 인생에 부끄럽지 않도록』 출간.
2011년 장편소설 『난설헌』 혼불 문학상 받다.
2013년 장편소설 『이중섭(계와 아이들과 황소 1.2권)』
2017년 장편소설 『정약용의 여인들』
2025년 『열여섯 번의 팔월』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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