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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광석 소설집 유별留別의 詩가 걸린 풍경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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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소설가협회
댓글 0건 조회 16회 작성일 25-03-13 13:58

본문



유별留別의 가 걸린 풍경



현대사의 비극 앞에서 희생당하고 소외당한 사람들을 위한 치열하고도 애잔한 서사!



이 책은

 등단 이후 이 땅에서 소외당한 채 고통을 참고 사는 사람의 모습을 치열하게 그려내고 있는 홍광석 작가의 신작 소설집이다소설 유별留別의 시가 걸린 풍경에는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와 10·28 건대항쟁 희생자 등을 비롯한 역사의 현장에서 직간접적으로 고통받은 인물들을 형상화한 9편의 단편을 싣고 있다.

 그 가운데 히로시마의 버섯구름내 피에 흐르는 검은 비그해 유월 그믐날바우가 넘은 고개는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들의 원초적인 체험의 공간을 그리고 있는데개인이 선택한 것이 아닌 외부에서 일방적으로 주어진 시간의 정서적 유대 공간을 아프고도 애잔하게 그리고 있다.




목차

작가의 말

 

히로시마의 버섯구름 / 9

내 피에 흐르는 검은 비/ 31

그해 유월 그믐날 / 55

바우가 넘은 고개 / 81

유별의 가 걸린 풍경 / 107

고원의 연가 / 131

재수 없는 날의 서사 / 155

폭풍 속의 종이비행기 / 181

그 길에서 부르는 동심초/ 207



본문 속으로

 심지어 친정 언니들까지 나서서 병원에 입원시키라고 했으나 재훈은 자식들이 그 모양인데 나까지 선희를 서운하게 만들면 안 되겠지요내가 이해하고 거두어야지 선희를 더 아프게 하면 도리가 아닙니다집사람의 병이 낫고 옛날처럼 티없이 웃을 날이 오겠지 하는 희망을 지키며 기다립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런 말을 들은 아내 미란도 재훈씨 말이 감동이네요.” 하며 눈물을 닦았다.

 “왜 히로시마 이야기를 넘어 미국과 일본을 이야기하느냐고 묻겠지나는 우리 가족의 비극선희의 죽음이 단순한 개인의 운명이 아니라 천구백사십오년 팔월 육일 아침에 시작되었다고 믿어나라를 잃고 유랑의 삶을 살았던 백성들이 원폭이라는 비극적인 사건에서 피할 수 없었던 거야듣기에 따라서는 많이 황당할 수 있겠지그렇지만 강제징용이나 정신대로 끌려간 여성들의 아픈 운명은 너도 알고 있을 거야같은 시대의 비극이지그럼에도 정부가 비극적인 역사에 너무 무관심했고 일본에는 늘 저자세를 보여 왔어.”

 자신의 불행이 자신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는 재훈의 확신은 많은 공부와 깊은 성찰과 깨달음의 결과였다.

내 주장이 무리일 수 있겠지그러나 선희를 생각하면 분노와 함께 누군가를 원망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어얼마 전 일본 최고 재판소는 한국에 거주하는 피해자들에게도 의료비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들었지만그런 판결도 우리에게는 그림의 떡이야당시 히로시마에 살았다는 인우보증을 서줄 사람을 찾을 수 없고더구나 해방 후 한국에서 태어난 선희 같은 경우는 원폭과 인과관계를 입증할 증거도 없고의학적으로 증명해줄 증인도 없다원폭 피해는 본인에게 그칠 뿐 후손에게 영향이 없다는 미국이 설치한 원폭피해자위원회(ABCC)의 공식적인 입장을 뒤집을 방법도 없어아무튼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도 그렇지만 그보다는 의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분한 거야일본에 책임을 물을 수 없고 미국 탓을 할 수도 없고 나라를 빼앗기고 자기 백성을 일본으로 내몰았던 조상들을 원망한다고 풀리지 않고전적으로 개인의 문제가 된 현실이 너무 아프게 한다.” (히로시마의 버섯구름)

 

 내가 알아본 바로도 당시 히로시마 부근에서 살았다는 사실그것도 원폭으로 당한 히로시마 변두리에서 살았다는 사실만으로 외가 식구들이 법률적으로 보호받을만한 증거는 될 수 없었다.

 더구나 히로시마 근처에도 가지 않은 내가 원폭과 연관성이 있다고 인정받을 길은 찾을 수 없었다.

 “당시 나라 잃은 히로시마에서 우리 백성들이 최소 삼만 명가량 사망했다고 들었다겨우 목숨을 건졌으나 대대로 이어지는 고통에 시달린 사람의 숫자는 아무도 모른다일본은 물론 해방된 우리나라도 실태조사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지그런데 이제 그럴 수밖에 없었던 원인은 묻히고 왜곡되었으며죽은 이들의 원혼을 달랜다는 의식은 엉뚱하게 평화를 강조하는 정치적 행사로 변질되었다주희야왜 하필 나인가 하는 슬픔과 분노와 원망에서 벗어나야 한다사랑은 하느님이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선한 길이다하느님을 배반한 인간들이 만든 사악한 죄그 죄의 불을 맞은 너와 내가 겪었던 아픔만이라도 글로 써서 하느님께 바쳐라하느님은 우리 주희를 버리지 않으실 거야.”

 원자폭탄화염과 폭풍검은 비그리고 그 물을 마셨던 외할머니.

찰나의 빛이 새긴 깊은 파장천형으로 여겼던 자신의 깊은 상처를 죽은 예수를 품에 안은 성모 마리아의 모습에 공감하며 소망원을 세웠던 외할머니.

 자신이 당한 아픔과 고통을 자신이 가진 것을 다 바치는 헌신과 희생과 사랑으로 승화시켰단 말인가

(내 피에 흐르는 검은 비)

 

 화상 때문에 껍질이 벗겨 축 늘어진 사람성별을 구별할 수 없는 자식의 시체를 끌고 오는 어머니자신도 절뚝거리면서 얼굴 한 면이 데어 눈이 보이지 않은 아이를 업고 가는 남자짝이 맞지 않은 게다를 신고 혼자 말을 하며 걷는 할머니.

 지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가고자 하는 곳이 어디인지 아는 사람도 없어 보였다어떻게든 살겠다고 동물적인 감각에 따라 움직이는 넝마 같은 몰골들움직이는 시체였다.

 한쪽에서는 물을 찾는 절규가 심장을 터지게 했다죽어가는 사람 숫자도 늘었다.

주선은 가만히 일어나 다리를 움직여 봤다정작 아픈 곳은 목덜미 그리고 등판이었다그러나 화상은 아니었다폭풍에 날린 무언가에 맞은 상처였다그래도 상처의 겉이 살짝 말라가는 중이었던지 몸을 움직이자 마른 곳이 갈라지면서 눈에 불이 번쩍 일고 현기증이 났다.

 고통에 일그러진 사람들의 기나긴 행렬에서 매캐한 냄새와 비릿한 피내음기분 나쁜 살벌함그리고 절망이 교차하는 공기 속에서 누굴 붙잡고 시내의 형편을 물을 수도 없었다주변에 숨이 끊어진 사람도 많았다여기저기 쓰러진 시체는 군인들이 구루마를 끌고 다니며 치우고 있었다. (그해 유월 그믐날)

 

 같은 말일지라도 시간과 장소 그리고 말하는 사람의 음성의 고저와 장단 빛깔 그리고 말하는 사람의 표정에 따라 주변의 분위기는 바뀌고 듣는 사람들의 느낌도 달라진다.

 내용이 특별하지 않았음에도 감성을 자극하는 미묘한 빛깔의 아버지의 음성에 어머니는 복받치는 감정을 절제하듯 숨을 죽였고곧잘 싱거운 말로 심각한 분위기를 반전시키던 동생도 아버지의 등을 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법대를 나와 국어 교사가 되었다는 사실로 미루어볼 때 교직을 천직으로 여긴 선택이 아니라 삶의 방편으로 택했던 길이 아니었나 싶다교직 생활을 오래 했기에 매사에 설명이 조금 길었지만 그렇다고 자식들에게도 자신의 주장을 강조하거나 강요하는 고집스러움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그날 아버지는 아주 자연스럽게 이승의 경계를 넘어가는 자신의 한 면을 보여주다니아직 쉬기에는 일반적으로 빠른 나이인데.

 옷 위로 뼈가 드러난 아버지를 부축해 침상으로 가는 짧은 시간어린 시절 우리가 원하는 것을 아버지에게 부탁하면 더 빨랐던 기억이 떠올랐고 나와 동생에게 성적보다는 늘 우애 화목 평화 등의 덕목과 함께 가족의 가치와 소중함을 강조했던 아버지의 말이 들려 내 걸음도 휘청였다. (유별留別의 시가 걸린 풍경)

 

 이제 비어있는 마당.

 커다란 가마솥 위에 얹힌 시루에 조심조심 불을 지피고남은 숯불로 전을 부치던 할아버지의 여섯 며느리는 벌써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제사 모신 날 아침이면 동네잔치가 되어 멍석 깔린 마당에 많은 상이 차려지고마을 아이들까지 북적였던 마당에는 차가운 바람만 맴돈다.

 마당 끝 생나무 울타리에 안쪽의 커다란 동백은 아버지가 어렸을 적 심었다고 들었다. 100년 가까이 그 자리에서 숨 쉬고 있는 나무숨바꼭질을 할 때면 아이들의 단골 은신처였던 나무는 이제 이름 모를 텃새들의 놀이터였다.

동백나무 곁의 후박나무 한 그루는 나의 흔적이다. (고원古園의 연가戀歌)

 

 정치는 물론 시에 대한 비평이 날카롭고음악을 좋아했던 홍선이 동심초란 그냥 애절한 가곡의 제목이거나 한갓 풀 이름이 아니라 그리움과 간절한 바람을 담은 연서였음을 모르지 않았으리라.

 그날노을 진 하늘과 엷은 구름에 설핏한 붉은 해를 감추는 바다그 바다의 심연을 향한 그리움과 기원이 쌓인 작은 섬들을 보며 인간의 미약함을 느꼈으리라.

 품 안의 휴대폰을 창랑에 제물로 바쳐 심신의 회한을 덜고 새로운 날을 다짐했으리라.

 하지만내 상상은 그 지점에서 나가지 못했다.

 이제 홍선을 추억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거의 40년 전그를 비롯한 청년 학생 1,447명을 짐승 다루듯 연행하고 1,280명을 감옥에 가두었던 10^28 K대 항쟁을 기억하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가만히 낙조는 성찰과 반성의 시간이라던 홍선의 소리가 들린다.

그렇다면 홍선은 그 시간을 넘어 자신의 새로운 이상과 소망을 펼칠 수 있는 나라를 찾았는가?

역사를 공유할 동지들은 만났는가?

바다의 시를 쓰겠다던 꿈은 이루었는가?

아릿한 운명의 꼬리에 달린 묘묘함. (그 길에서 부르는 동심초)

 


작가의 말

 그저 물레를 돌려 실을 잣고그렇게 뽑은 실을 베틀에 걸어 소박한 무명베를 짜는 기록이 아니라우리 땅을 침략하고 백성을 죽이고 우리 문화재를 약탈했던 지난날 일본의 만행을 단순히 과거의 일로 기억하지 않겠다는 정신과 조작된 현대사의 의문을 중심 무늬로 새기는 마음의 기록이 되어야겠지요.

 

 소외당한 사람고통을 참고 사는 사람의 모습은 언제 보아도 안타깝고 애잔합니다.

또 망각의 강을 건너 깊은 바다를 향해 본능적으로 쪽배를 저어가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일도 슬픔입니다.

그런 사람들의 아픔과 기쁨과 성공도 놓치지 않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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