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말은 욕망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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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욕망하지 않는다
□ 작품 의도
조선시대의 말은 현대의 자동차처럼 그 용도가 다양했다. 임진왜란 당시 보군의 수보다 마군의 수가 많을 정도로 전마의 역할은 상당했다. 제주 사람 김만일은 벼슬길에 나아갔다가 전마 육성의 귀중함을 깨닫고 벼슬길을 그만두고 귀향했다.
당시 그가 기른 말은 전마로서 위용을 떨쳤을 뿐 아니라 사대부의 고급 애장품일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조선의 명마는 내 손에서 만들어질 것이다’는 자부심으로 품종 혁신을 위해 애를 썼고, ‘말을 나면 제주로 보내라’는 속담을 만들어 낼 정도로 말을 전략적으로 일구어 성공했다.
임진왜란 때에 그는 전마 일백 필을 바쳐 헌마공신으로 종2품의 벼슬을 제수받았고, 광해군 때는 탐관의 착취와 학정에 맞서며 종마 보호를 위해 500필의 말을 직접 한양으로 몰고 가 헌마했다.
제주가 왜 말의 섬인가를 규명하는 과정에서 그에 대한 기록을 찾았으나 단편적이었고, 그의 삶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음도 알았다. 16-17세기 독특한 제주 문화 전통 속에서 족적을 좇으며 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김만일의 시대정신을 입체적으로 그려내고자 했다. 그의 인생 역정을 통해 오늘날 정치 행태와 기업가 정신, 인간의 욕망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 작품의 차례
1. 을묘년 그해/ 2. 흥국사에서 만난 귀인/ 3. 여든여덟 마리의 말/ 4. 노새와 버새 / 5. 조선의 명마는 내 손에 / 6. 대창마장 사람들 / 7. 통졸은 말 구하기 / 8. 애마 돌사니/ 9. 경마대회 /10. 설한 속에서도 꽃은 피고/ 11. 명월관, 밝은 달밤에 /12. 말을 나면 제주로 /13. 하늘이여, 종마를 구하소서 /14. 욕망은 파도를 넘고
□ 줄거리
김만일은 과거에 급제하여 전라좌수영 방답진첨절제사로 벼슬길에 나선다. 그는 돌산지역을 관장하는 첨사로 부임하여 근무를 하던 중에 흥국사에서 귀인을 만나 제주가 말의 별인 천사방성이 비추는 섬이고, 자신이 가야할 길은 벼슬길이 아니라 전마를 육성하는 길임을 깨닫고 제주로 귀향한다.
김만일은 마혈의 전설을 가진 테우리 가문에서 태어났고, 을묘대첩에서 참여하여 승전한 말 부자 집안의 딸과 혼인하여 처가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그는 갖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한라산 동남쪽 지역 정의현 지경에 사둔장을 마련하고, 공마를 키우는 갑마장, 전마와 마군을 훈련하는 을마장, 조랑말을 키워 매매하는 병마장으로 나누어 말 산업을 기획적으로 경영 육성 하는데 성공한다.
그는 주변의 모함과 수령들의 횡포에 굴하지 않으면서, 끊임없이 품종 개량에 힘 쓴 결과 품질이 우수한 말을 생산해 낸다. 그래서 한양의 사대부들은 제주의 김만일 말만 찾았다.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그는 자발적으로 전마를 진상하여 헌마 공신이 된다.
김만일은 말똥 냄새나는 촌놈이라는 관리들의 조롱을 이겨내면서 ‘조선의 명마는 내손으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호언장담을 한다. 그리고 제주의 암말을 육지 국마장으로 방출할 것이 아니라 육지에서 ‘말을 나면 제주로 보내라’고 강변한다.
명나라의 지나친 공마 진상을 구실로 수령들은 사목장의 말을 함부로 강탈해서, 제주 말의 씨가 마를 지경에 이르자 김만일은 종마 보호를 위하여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고 행동에 옮긴다.
그는 목민관들의 수탈을 고발하고 종마 보호를 위해 직접 5백 필의 말을 이끌고 한양까지 가서 진상한다. 그리하여 김만일은 종2품 벼슬을 제수 받았고 그의 자손 중에서 제주 산마장 감독관을 승계하는 특전까지 받는다.
□ 발문跋文
욕망의 어둠과 빛
허상문(문학평론가, 영남대 명예교수)
소설을 쓰는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성립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은 너무 자명해서 무의미하기까지 한다. 소설을 쓰는 사람은 ‘소설가’가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그런데 조금만 깊이 있게 따져 묻기 시작하면, 그 질문은 자명하지도 대답하기에 그리 용이한 것도 아니다. 소설가는 세상과 역사 속을 떠돌면서 우리가 보지 못하고 드러내지 못하는 욕망을 보여주는 존재이다. 소설을 쓰는 사람은 우리가 읽지 못하는 욕망의 서사를 드러내고 감추는 사람이다.
인간은 욕망의 세상에서 욕망을 꿈꾸며 살아간다. 라캉이 타자의 욕망을 욕망하는 존재가 인간이라고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삶의 동력이기도 하지만 불행의 시작이기도 한 욕망, 강준의 신작 장편소설 『말은 욕망하지 않는다』에서 이루어지는 중림의 말馬 이야기에는 나와 말이라는 타자의 욕망 서사가 담겨 있다.
중림은 비극적인 시대를 살았으나 아직 당도하지 않은 만인의 축제를 위해 스스로 희생 제의를 감당하는 사람이다. 그는 세상의 죄를 대속代贖하는 존재라는 고전적 운명을 몽땅 뒤집어쓰고 우리 앞에 회귀하고 있다. 작품에서 “일그러진 욕망은 남에게 눈물 주고 어둠을 낳지만, 올곧은 욕망은 자신의 땀으로 빛을 만든다. 그 욕망이 이제 파도를 넘어 한양으로 간다.”고 표현되고 있듯이, 중림의 바른 욕망은 세상에 어둠이 아니라 빛을 가져온다. 그는 욕망의노예가 아니라 욕망의 주인이 되고자 노력한다.
작가는 욕망을 쓰지만 독자는 인생과 세상을 읽는다. 대체 어디에서, 어떤 시간에, 무엇에 사로잡히며 욕망을 드러내는 것인가. 은밀성을 수반하는 소설가의 욕망 드러내기는 열정적이지만 고통스럽고, 전복적이면서 불온한 존재 양상을 보인다. 그리하여 욕망을 쓴 작가와 이를 읽는 독자는 함께 마주 서서 상실되었지만 회복해야 할 우리의 인생과 세상과 역사를 생각하게 된다. 소설 『말은 욕망하지 않는다』는 ‘지금,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욕망을 사유케 한다.
□ 작가 소개
본명: 강용준/ 제주 애월 출생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동 교육대학원 졸업
제53회 월간문학 신인상 희곡부문 당선 등단(1987)
장편소설 : 『붓다, 유혹하다』 (2014)/ 『사우다드』 (2017)/ 『제주렙소디』 (2021)
소설집 : 『오이디푸스의 독백』 (2019)/ 『이별은 웰메이드 영화처럼』 (2023)
희곡집 : 『랭보, 바람구두를 벗다』 (2020) 등 8권
칼럼집 : 『카이로스의 시간을 위하여』 (2022)
주요 수상 : 도의문화저작상/ 한국희곡문학상/ 한국소설작가상/
전영택문학상/ 대한민국예술문화대상 문인부문 대상
주요 경력 : 제주문학관 초대 명예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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