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벚꽃이 진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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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진다 해도
김영두 소설가의 작품은 매우 도발적이다. ‘도발’이라는 단어가 어디에 쓰이는가에 따라 그 의미가 다양하겠지만, 어디에 쓰여도 좋을 만큼 김영두 소설가의 감성은 다양하다. 이를 작가는 ‘의지’라는 말로 옷을 입힌다. 자신의 다양한 도발의 색깔에 철학자 쇼펜하우어까지 불러온 것이다.
김호운(소설가‧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소설 『벚꽃이 진다 해도』는 김영두 소설가의 신작 장편소설로 연애의 감정을 솔직하면서도 도발적으로 들려주고 있다. 화자가 사랑하는 노아를 비롯한 주변 남자들과의 사이에서 싹튼 연애 감정과 핑크빛 관계를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선을 넘나드는 관계에의 의미를 추상적인 언어가 아닌 무겁고, 가볍고, 따뜻하고도 구체적인 언어로 선명하게 서술하고 있다. 전부이면서 전무인 그래서 더욱 많은 것을 동시에 포괄하고 있는 남녀의 연애는 경우와 상황에 따라 크기도 하고 작기도 하다. 이런 지점을 김영두 작가는 자아와 책임 의식을 연애의 자율성과 연결시켜 보여주고 있다. 부부간의 헌신이 사회적 의무로 강조되는 시기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화자는 글을 쓰는 작가이다. 그는 연애가 아무것도 칠하지 않은 흰색이기도 하면서도 모든 색을 없애버리는 검은색이기도 하다는 것을 이야기로 형상화 싶은 욕망이 강하다.
소설 『벚꽃이 진다 해도』는 남녀 간 연애의 숱한 오해와 풍문을 소설로 증명하고 있다. 롤랑 바르트는 연애하는 연인을 ‘깃털로 감싸인 사람’이면서도 ‘살갗이 벗겨진 사람’이라고도 표현했다. 연애란 무엇인가에 대한 도발적인 행위와 질문이 이 소설에 담겨있다. 김영두 작가는 밀실이라고 착각하는 광장 속에서 이루어지는 연애의 사회적 행위를 집요하게 보여준다. 그것은 이 소설 속의 화자가 연애를 하면서도 권리는 주장하지 않으면서 묵묵히 의무만을 수행하는 여자, 주려고만 하고 받기를 원치 않는 여자, 나는 없고 남이 우선인 여자, 이런 구속의 전형성을 깨트리고 자신이 주도하는 더 열렬하고 더 감미롭고 더 신경을 팽팽하게 긴장시키는 연애를 원하기 때문이다.
소설 『벚꽃이 진다 해도』는 연애 자체를 이야기하면서도 연애 이후를 더 생각하며 천상에 있던 연애를 지상으로 안착시키고 있다. 연애할 때의 설렘이나 황홀함을 이야기하면서도 연애가 끝나갈 때의 지겨움이나 치떨림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토로한다. 연애할 때는 물론 연애 이후의 감정에 더 솔직하다. 독자들은 김영두 작가가 그어 놓은 그 행간을 따라가면서 소설 읽기의 묘미를 느낄 것이다. 화자는 뜨거운 연애를 갈망하면서도 연애가 착각으로 시작되고, 오해로 유지되다가 진실 때문에 끝난다는 사실을 몸으로 알고 있기에 연애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강박관념이 싫다. 그것이 본래 연애 감정을 왜곡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영두 작가는 가급적 연애에 대해 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만 있다. 느낌이나 심리를 배제하고 감정과 행위만 보여줌으로써 연애의 맨 얼굴을 알려주고 싶어 한다.
이 소설에서는 노아와의 이야기들이 중심을 이루면서도 수를 비롯한 주변 남자들과의 이야기들이 반복되고 열거되면서 연애를 둘러싼 사건들이 겹치거나 유예되고 어긋나는 과정을 통해 혼자이기는 하지만 관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그래서 완전하게 혼자일 수 없는 화자의 모습이 설득력있는 서사를 얻고 있다. 누구의 아내이고 후배이고 선배이고 제자이고 친구이고 하는 ‘나’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자아인 ‘나’이기에 하는 연애는 어쩌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관계 속의 내가 하는 연애는 온전한 현실이자 일상이다. 더 이상 낭만적인 포장이 불가능할 정도로 연애 자체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삶의 부분이 된 시대에 연애에 덧씌워진 환상을 벗겨내는 탈낭만화된 연애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 김영두 작가의 장편소설 『벚꽃이 진다 해도』의 진면목이다.
소설 『벚꽃이 진다 해도』의 화자는 연애가 더 이상 위대하거나 진지하거나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연애에 빠지는데 그가 연애에서 얻는 것은 집착이 아닌 달관이다. 쾌락과 방종이 아닌 군형 감각과 능동성을 통해 연애의 평면성이 아닌 입체성을 보여주려고 한다. 연애는 과실(果實)도 본인의 것이지만 그 과실(過失) 또한 본인의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소설에서 연애의 순정한 역학과 차가운 열정에 많은 부분을 토로하고 있다. 그것은 김영두 작가가 이제는 연애가 둘이서 하는 즐거운 유희나 놀이가 아니라 혼자이고 싶거나 혼자일 수밖에 없는 자아의 힘든 노동이라는 것을 일찌감치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이다.
<목차>
벚꽃이 진다 해도 15
점을 빼다 18
고백성사 26
나는 동화를 쓴다 33
유리구두 37
감출 수 없는 것, 세가지 47
나는 ‘쓰는 행복’ 하나만 붙들겠다 60
Nobody knows 70
불꽃, 사랑의 찬가 79
나는 권총으로 쏘겠다 86
여의도 번개 91
접속 109
LOVE of my life 111
너의 뿌리를 내게 심어봐 121
나도 그래, 미투(Me too) 132
그리운 밤섬 141
I’m at your disposal 150
Follow me 168
재앙 199
레테의 강 216
악연은 또 온다 221
이제 그만 너를…… 230
잃어버린 낙원 232
<작가의 말>
나는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는데, 애초의 꿈은 과학도가 아니었다. 대학 시절에, 어느 날인가 햇빛과는 다른 뒷목덜미를 집요하게 찌르는 이성의 시선에 포박당하게 되었고, 남녀의 원인 모를 끌림, 연애현상을 과학 방정식을 차용하여 풀어보려고 했었다. 물론, 나는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내 조야한 과학 지식으로는 어림없는 짓임을 일찍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는 문학에 매달리면서 이 난제를 내 문학의 몫일로 안고자 했다.
<작가 소개>
전북 군산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문리대 졸업. 1988년 월간문학 단편소설 「둥지」입선. 1990년 중앙일보 동화부문 「부소산소년」 입선.
저서로는 『술꾼 글꾼 우러러 그리되리라』 『통기레쓰, 기레쓰』 『푸른달』 『첫사랑 첫키스』 『미투』 『바다는 넘치지 않는다』 『다라국 라지아공주』 『우리는 사랑했을까』 『아담 숲으로 가다』 『대머리 만만세』 『19번째 그린』 『신이 내린 스포츠 골프&섹스』 『오늘 골프 어때?』등 다수가 있다.
제30회 영랑문학상(소설부문)대상, 한국소설작가상, 문학저널창작문학상, 시선작품상, 직지문학상, 다라국문학상, 계몽아동문학상 등 수상. 현)한국문인협회 소설분과 회장, 현)이화여자대학교 동창문인회 부회장. (사)한국소설가협회 부이사장, 상임이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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